- '60여 명 퇴사'...16일 금융노조 파업 앞서 단독파업 시사하기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이 폭풍전야다. 올해 초 취임한 강석훈 회장이 산은의 부산 이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직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오는 16일 금융노조 총파업에 앞서 단독 파업에 들어가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산은 부산 이전이 마무리되면 다른 공공기관 이전도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다른 공공기관들도 산은 부산 이전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또 용지 매각 후 유통 대기업이 진출할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매각 이면에 대기업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 대통령 발언 이후 부산행 급물살

본지는 최근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을 찾았다.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저지', '선거철마다 지방이전, 공공기관 좀 먹는다' 등 직원의 불만이 표출된 취지의 글들이 주였다. 금융감독원 앞에도 '지역갈들 조장, 국제금융 경쟁력 상실, 불공정과 비상식 - 산업은행 지방이전 결사반대' 글이 적혀 있었다. 

앞서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남 창원 부산신항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산업은행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으로 이전해 해양도시화, 물류도시화, 첨단 과학산업 도시화로의 길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강 회장은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산업은행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전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불만 터진 직원들 '줄사표'

윤 대통령과 강 회장이 산은의 부산 이전 의지가 확인되면서 산은 직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산은 노조는 연일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조윤승 산은 노조위원장은 "설명회가 무산된 결정적 계기가 산은 이전 로드맵이었다"면서 "금융위가 김희곤 의원실에 제출한 '산은 이전 계획 보고서는' 전부 허위로 산업은행과의 협의를 전혀 하지 않은 채 내놓은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조 위원장은 금융노조의 총파업이 예정된 16일 이전에 지부 단독으로 쟁의행위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위원장은 “산은의 부산 이전은 국가적인 재앙을 초래할 정책”이라며 “16일 총파업에 앞서 개별 파업에 나서야 한다는 조합원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동요도 커지고 있다. 산은 퇴사자는 급증하고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산은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퇴직자는 총 79명으로 고령 직원인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을 제외하면 38명이 회사를 떠났다.

2020년과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각각 29명, 31명(임금피크 제외)이 퇴직한 것과 비교하면 상반기에 이미 연간 규모의 직원이 회사를 떠난 셈이다. 특히 사원·대리급의 5급(12명)과 과장급에 해당하는 4급(11명) 직원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지난 1일에는 회장실 앞에 직원 400여 명이 모여 항의 집회를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이전 소식은 과거부터 있었다지만 이번에는 구체화 된 문건들이 나돌면서 내부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며 "이전할지 말지 결정이 나기를 바라는 등 피로감을 표출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에 본점을 둔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들도 추후 이전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은이 이전하게 되면 다른 국책은행 및 금융공기업들이 수도권에 본점을 둘 명분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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