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닝] 저자 이라영,김산하,김사월,조지 몽비오,신소윤 / 출판사 동녘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위태로운 지구를 살리는 최소한의 노력은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작은 양심이다. 인류의 먹거리를 위해 지구가 총동원됐던 전제주의적 방식에서 벗어나 먹거리를 제공하는 땅을 살피고 보존하는 일은 당연한 도리다. 

채식에 눈을 돌리고 채식에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위한 시작을 위한 입문서가 출간됐다. 바로 신간 ‘비거닝’이다. 

채식을 하려는 사람들의 출발점은 상이하다.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하려 하지만 완벽할 자신이 없는 독자들의 가늘고 긴 회색 채식의 시작을 돕는 책이다. 

신간 비거닝은 작가 5명이 합심해 만든 책이다. 어떤 이는 예술사회학을 연구한 학자이고 어떤 이는 일본에서 태어나 동물과 환경 보전을 위한 보존 운동을 선두 하는 에코 과학부 연구원이다. 시적인 노랫말을 쓰는 싱어송라이터를 병행하는 작가이기도 하며 어떤 작가는 탐사 저널리스트인 동시에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색깔이 다른 환경 속에서 자연과 환경을 생각한다는 소박한 의지로 뭉쳐 본질적인 정신으로 잇는 연결고리를 찾아 나섰다. 

저자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는 “인간의 식사를 감당하기 위해 지구를 훼손시키는 현실은 사실상 경악 그 자체다. 그중에서도 육식이 지구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명백한 과학적 사실 앞에서 이제는 채식을 흑백논리로 접근하거나 오십 보 백보라는 말 뒤에 숨지 말고 생태적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옵션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공장식 축산의 대안으로 방목 축산은 여전히 탄소량과 에너지 생산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며 토지 황폐화만 가져올 뿐이라고 답한다. 육식이 지속 가능한 미래가 아니라는 진실에 수긍하고 완전한 채식이  어려우면 덜 먹는 방향으로 가는 지름길을 구축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책에서는 채식을 몇 차례 실패하고 여전히 채식을 마음에 두며 은근히 지향하는 무리를 ‘회색 채식인’으로 분류한다. 저자들도 온전한 채식주의자가 될 수 없었던 시기를 회상하며 채식에 근접해 나가는 노력 그 자체가 이미 지구 환경을 살리는 발걸음이라고 말한다. 그 발걸음을 재촉하지 말고 가는 흉내만 낸다 해도 그것이 바람직한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건넨다. 그 발상은 곧바로 회색 채식인의 삶으로 시나브로 이어진다. 

저자들은 채식으로 이완되어 가는 과정상의 걸림돌을 들추어내고 솔직한 심정과 자신의 모순을 되돌아보는 반복된 과정 속에서 비건 지향인의 애로점을 짚어준다. 채식을 하기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버터가 어떻게 새로운 채식의 세계를 열어주었는지 답변해주기도 하고, 완벽한 소수가 투쟁하고 희생하는 방법보다는 불완전한 다수가 연대하는 사회 구조를 바꾸기 쉽다고 강조하면서 실패 앞에 서는 자신에게 용기를 주라고 다독인다.

비건에 입문하게 된 동기를 자연스럽게 밝히는 과정이라든지, 다이어트할 때의 딜레마를 숨김없이 끄집어내는 과정을 알리는 내용은 친근하기까지 하다. 채식을 외면하고 싶다고 고백하지만 채식의 정당성을 반박할 이유가 없었다고 자신을 꼬집는 저자는 여전히 고기에 유혹되는 자신을 알기에 생활 속 작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채식으로의 이환은 자유의지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해 나가야 하며 스스로 정해 놓은 틀 안에서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슬프고 강제하는 비거니즘보다 자유로운 비거니즘을 표방해야 가늘고 오래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젠더갈등이나 질병, 장애 보다도 지속 가능한 채식으로 이룰 수 있는 파급효과를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고 단언한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저자 팀 마샬의 ‘지리의 힘’, 저자 김동기의 ‘지정학의 힘’, 저자 남재작의 ‘식량위기 대한민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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