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노동계 불법 파업 행태에 '면허' 부여 우려도
국회 절대다수 민주·정의 관련법 발의 7건...'경주마 행보'
경영계 "개정안, 불법행위 보호에 기업만 피해 감내 요구"

이은주 정의당 비대위원장이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한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회사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법이다. [뉴시스]
이은주 정의당 비대위원장이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한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회사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법이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노동계의 극단적 파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노란봉투법이 입법, 시행될 경우 사업체로선 근로자들의 사업장 점거 농성 등 파업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해당 법안은 노동쟁의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 신청을 전면 제한하자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노조나 조합원들의 장기 파업과 무단 점거 행태를 합법화하자는 취지다.

물론 사업체가 파업 주체에게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손배 소송을 악용한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노동쟁의로 피해를 본 기업의 정당한 보상 요구권을 전면 박탈하는 것은 손배 청구액에 상한을 두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게 재계와 산업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이다. 

앞서 민주당 강병원·임종성·강민정·양경숙·이수진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총 6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15일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란봉투법을 추가 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 노동 관련법 개정안만 무려 7건이 발의된 것. 169석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정기국회 핵심 과제로 채택했다. 여기에 정의당까지 가세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법이 입법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이날 이 위원장은 쌍용차,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입법 발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위원장이 이날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적용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기존 하청 노동자들을 비롯해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도 관련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 

이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에게 470억 원의 손배소는 무엇을 의미하나, 사실상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하청노동조합에게 470억 원은 노동조합의 존속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51일 간 파업과 31일 간 옥포조선소 작업장 점거 농성을 펼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47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선진국에서는 법률체계에서만 존재할 뿐 사실상 사문화된 손배 가압류가 2022년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쟁의 후에 따라붙는 루틴이 되고 말았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게 노란봉투법이 노동자들의 불법 파업을 정당화한다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노조 측의) 모든 불법 행위를 조건 없이 용인하겠다는 그런 태도는 전혀 아니다. 정당한 노동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 사례나 해외 입법을 검토해서 입법하려는 준비단계"라면서도 "저희 당은 노란봉투법을 주요 입법 과제로 선정하고 추진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민주당·정의당의 입법 기조에 힘을 실었다. 이들 단체는 전날(14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노조법을 개정해 사용자인 원청의 책임 부과와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금지를 주장했다.  

야권의 강경한 노동법 개정 움직임에 재계와 경영계에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4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은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찾아 노란봉투법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개정안은 불법행위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인 사용자(회사)에게만 피해를 감내하도록 해 우리 경제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해외 선진국 사례만 살펴봐도 프랑스의 경우 1980년대에 유사 법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위헌 판결이 나면서 폐기됐다. 영국도 파업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기업의 손배 청구를 법적으로 제재하고 있진 않다. 국내에서도 19·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노조의 불법 노동쟁의는 기업 자산을 물리적으로 파괴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 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장기 파업과 사업장 점거로 인해 기업은 당장 측정이 쉽지 않을 정도의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고,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노동자들도 비근로에 따른 생계 위협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한 중견기업 임원은 이날 본지와의 취재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금 노조의 극성 파업을 제재할 수 있는 산업계의 마지막 현실 수단마저 거세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노사 화합은 고사하고 노사 갈등만 더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노조 측 일방적 주장과 요구를 기업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라는 것과 다를 바 무엇"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일부 기업의 고액 손배 청구를 산업계의 법 악용 관행으로 일반화하는 것도 문제"라며 "기업의 정당한 피해보상 권리를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이다. 노동쟁의에 따른 피해와 책임을 원청(기업)이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