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암센터 연구진은 2034년까지 한국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률이 148%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남성 기준 모든 암을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전체 전립선암 발병 중 65세 이상 비중이 80%를 넘을 정도로 대표적인 노인 암인지라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환자 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전립선암 조직검사 정확도는 50%가 채 되지 않아 문제다. 위암과 유방암은 95%를 상회한다. 최근 이러한 사정을 해결해줄 수 있는 기술이 미국에서 개발되었는데 ‘란테우스’라는 기업의 작품이다.

란테우스는 2021년 중순까지 심장초음파용 조영제를 중심적으로 판매해온 회사였다. 조영제는 초음파 검사 시 혈관에 투여하여 시각적 해상도를 높여주는 물질이다. 미국 심장초음파용 조영제 시장 점유율 80%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나 워낙 시장 규모가 작아 성장 잠재력이 제한되어 있는 그저 그런 기업이었다.

그러나 란테우스가 개발하여 2021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은 PYLARIFY라는 화합물이 회사를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PYLARIFY는 인체에 주입되면 포도당 대사작용이 활발한 부위로 모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립선암세포가 증식하는 과정에서도 포도당 대사작용이 활발히 진행되기에 전립선암 진단에 최적화된 물질이다.

따라서 PYLARIFY가 포함된 주사를 맞고 PET/CT라는 장비를 통해 영상을 찍으면 모니터에 선명히 드러나는 암세포를 확인할 수 있다. 전통적인 영상검사법인 MRI/CT 검사는 4-8mm의 작은 종양은 발견이 어렵고 림프절/연조직으로의 전이 발견도 어려워 한계가 명확한지라 현 시점에서 조직검사의 낮은 정확도를 보완하는 최고의 전립선암 검사법은 PYLARIFY를 활용한 PET/CT 검사다.

혁신적인 기술인 만큼 출시 이후 판매 실적도 초고속 성장 중이다. 출시 1년 만에 전체 미국 국내 목표 병원의 40%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을 만큼 침투가 빠르다. 생산 시설 확충과 영업 인력 보강을 위해 출시 후 5개월 이상 준비 기간을 거쳤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다. 2022년 3월 란테우스는 2022년 연간 매출액이 9550억원에 이를 것이라 자체 전망했었는데 자신들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판매 호조로 2022년 8월 연간 예상 매출액을 1조2,260억원으로 약 30% 가까이 대폭 상향 조정했다.

란테우스의 미래 성장 동력은 해외 진출과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한 사용 영역 확장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만 판매가 진행되고 있는데 출시 1년에 불과하여 아직 미국조차도 전역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경영진은 미국과 맞먹는 대형 시장인 유럽으로의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벌써 유럽 판매 승인은 받아 놓았다.

또한, 향후 전립선암세포가 증식하며 대량 발현하는 PSMA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와 결합하여 사용하는 용도로도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치료제가 표적에 정확히 주사되어야 하는 만큼 미세한 크기의 암세포도 선명히 포착할 수 있는 PYLARIFY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2년 3월 승인을 받은 대형 제약사 노바티스의 치료제 Pluvicto와의 동반 사용 여부 연구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2023년 중소형 제약사들의 치료제 임상 결과도 줄줄이 발표되는 만큼 관련 전립선암 치료제 시장의 개화와 발맞춰 또 한 번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별볼일 없던 기업이나 다름없었던 란테우스가 전립선암 진단의 선구자로 발돋움한 것은 우직하게 십수년간 혁신적 기술 개발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에도 연구개발 투자는 가장 마지막에 감액해야 하는 이유다.

전쟁과 물가 폭등, 미중 갈등 심화 등이 겹쳐 모두에게 힘겨운 시기다. 그러나 란테우스의 예에서 엿볼 수 있듯이 혁신의 성공적 실행이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최선의 수단임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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