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법안 '봇물'...은행들 "압박감 상당"

[제공 : 소비자주권회의]
[제공 : 소비자주권회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은행들이 좌불안석이다. 현 정부 첫 정기 국회가 시작된 가운데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 발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서민들은 불어난 대출이자로 허리가 휠 지경인데, 은행들이 이자장사로 최대실적을 기록하면서 이번 논란에 국회가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앞서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이자장사'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 있었던 만큼 은행권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오는 10월 국정감사가 그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 상반기 은행 이자이익 26조2천억 원…지난해보다 4조1천억 원(18.8%) 늘어
- 은행 법안 발의에 부담감 토로...대출금리 산정 과정 공시 영업비밀 '전전긍긍'


이자장사 비판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지난달 말까지 국회에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은 모두 15건, 지난해 전체보다 2.5배 많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법안을 살펴보면 손언식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의 예대금리차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예대금리차를 대통령령에 따라 정기적으로 공시하게 하고 예대금리차가 증가하는 경우 금융위원회에서 검토해 개선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송 의원은 "이번 개정안으로 은행들의 금리 산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은행들이 폭리를 취하거나 불합리한 비용을 전가하는 행태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 "서민은 대출이자로 허리가 휠 지경" 토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이 금융소비자에게 이자율 산정 방식과 산정 근거가 되는 담보·소득 등 중요한 정보나 자료를 제공·설명해야 하는 규정을 법률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은행의 대출가산금리 공시를 법률사항으로 확고히 하고, 가산금리의 산정과 밀접한 은행의 목표이익률 등 세부항목을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내놨다.

금리 인하요구권을 확대하는 방안도 나왔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에서 금융소비자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이 있음을 정기적으로 알리는 내용을 제시했고,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금리인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사유를 상세히 설명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기국회에서는 이번 은행법 개정안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은행들도 이번 국회 운영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복현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의 강경 기조와 연관이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또 이 원장이 직접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만큼 해당 은행에 대한 징계 수위는 낮지 않을 수 있다.  

이 원장은 지난 6월 20일 17개 시중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금리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 자체적으로 대출금리가 급격히 인상될 시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 등에 대해 저금리대출로 전환해주거나 금리 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윤석열 대통령도 수석비서관회의서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관련 시민단체들도 '예대금리'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소비자주권회의는 "국내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커질수록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도 커져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다"며 "은행들은 자신들의 배만 불릴 것이 아니라, 서민·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완화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전체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88%p로 나타났다. 2021년 1.80%p에 비해 0.08%p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대비 대출금리는 62.84%, 수신금리는 60.18% 증가했다. 5대 시중은행 중 예대금리차가 가장 높은 곳은 NH농협(1.36%p), 우리(1.29%p), KB국민(1.18%p) 순이다. 대출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하나(4.18%), KB국민(4.16%), 우리(4.11%)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의 예대금리차도 매우 컸다. 토스뱅크의 경우, 예대금리차가 5.65%p로 가장 높았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도 각각 2.45%p·2.33%p를 기록해 평균 예대금리차가 3.48%p다. 5대 시중은행 평균(1.21%p)보다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국내은행의 이자 이익은 26조 2000억 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 22조1000억 원 대비 4조 1000억 원(+18.8%)이나 증가했다. 온전히 기준금리가 올라가서 얻은 수익이다.

지난 3월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2021년 평균 연봉은 KB국민은행 1억1200만 원, 신한은행 1억700만 원, 하나은행 1억600만 원, 우리은행 9700만 원 등으로 나타났다. 작년 이자 이익으로 최대 실적을 올린 4대 시중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이자 장사와 수익배분에 골몰하는 사이, 서민·자영업자·중소기업 금융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만 늘어나고 있다. 올 6월말 가계대출은 1757조9000억 원(판매신용 포함시 1869조4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3월 말 대비 1조 6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금리가 올라갈수록 은행들의 이자수익만 올라가고, 서민들은 고물가·고환율에 이어 고금리까지 삼중고에 내몰린다. 

- 정치권 규제보다 개혁에 초점 맞춰지길

은행은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집중 타깃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대출금리 산정 과정 공시 등은 은행의 영업비밀에 속해 공개조차 꺼린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도 규제 강화보다는 개혁에 보다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토로한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37번째로 ‘예대금리 공시 개선’을 약속했다.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하고, 공시주기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막혀있다. 정책만 제시한다고 이행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주권회의는 "이번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는 단순히 금융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은행들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격차를 대폭 줄이는데 적극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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