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전문기술인 돼야 해”

장경순 LG전자 시설실장 (에너지관리기능장)
장경순 LG전자 시설실장 (에너지관리기능장)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에너지관리기능장을 꿈꾸는 10·20대 청소년들의 멘토로 장경순 LG전자 시설실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수INC에서 LG전자에 파견돼 시설실장을 맡은 장경순 에너지관리기능장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후 28년 동안 줄곧 에너지 분야 시설을 관리해왔다. 대기업 공장부터 서울빌딩 관리까지 많은 경험을 쌓은 그는 ‘이론보다는 현장을, 현장도 이론을’이란 신조로 지금까지 에너지 분야에서 자부심을 잃지 않고 근무하는 전문기술인이다.

그는 국가기술 자격증을 8개나 보유하고 있다. 하나의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어려운데 그같이 많은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해답이 보였다. 그는 끝없는 도전정신과 성실함이 그의 내면에 깊이 장착돼 있어 무엇이든 목표로 삼으면 훌륭히 처리해내는 습관이 붙은 것 같다. 그가 보유한 자격증들은 그의 그러한 면을 여실히 나타내 주고 있다.

장 실장은 “아무리 실력 있고 능력이 뛰어나도 자격증이 없으면 인정을 안 해준다”며 “최소한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저와 같은 노력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의 비범함을 당연한 의무가 낳은 평범한 소산인 것처럼 겸손하게 말했고, 오늘도 후배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 보이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 에너지관리기능장이 되신 동기는 무엇인가요.

▲공업계고등학교 시절 에너지 분야 기능사를 취득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현장 에너지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저는 자격증을 운전면허증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능사는 2종소형, 산업기사는 1종소형 등과 같이 그 분야에서 자기 능력을 인정받는 척도라고나 할까요? 대형면허가 없으면 대형 버스나 트럭을 운전할 수 없잖아요. 당연히 대형면허가 있어야 운전을 할 수 있는 거죠. 기능장은 현장의 대형면허와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 자격증이 법적 선임 등에서 강화되고 그에 대한 책임도 강화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에너지관리기능장 자격증을 준비한 것 같아요. 미리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기회가 올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없게 되므로 항상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실장님은 8개의 자격증 중 어떤 자격증 취득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되셨나요. 이유도 말씀해 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자격증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취득한 자격증으로 ‘건축배관 기능사2급’입니다. 88년도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에 전공 Part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경험 삼아 보게 된 시험이었는데요, 처음 보는 공구, 처음 접해보는 파이프머신, 보기만 해도 무서운 용접 등에 대한 실습을 방학을 이용해 하루에 잠깐씩 연습했었어요. 선생님이 아닌 선배에게 배우면서 준비한 후 경험 삼아 본 시험이 제 인생의 첫 번째 자격증을 선사해줬지요. 전교 1위로 취득했고 많은 선생님과 친구들의 놀라는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지금 생각해도 제가 너무 자랑스러웠고, 그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도 에너지 분야에서 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흐뭇한 미소)

- 실장님이 추구하는 작업 스타일이나 관리운영방식은 무엇인가요.

▲답은 현장에 있어요. 어느 것이 중요하고 어느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를 떠나 현장에서 모든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무실에서 일하는 스태프도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항상 저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일은 무조건 잘해야 한다, 자기 분야에서, 업무에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 피땀 흘려 노력해서 전문가가 되면 내가 현 업종·현 직장에서 떠날 때까지 편하게 일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 기본은 자격증이다.”라고요.

- 시설실장으로서 고충이나 애로사항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누구든지 조직관리자라면 최고 어려운 부분이 어느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일 것입니다. 업무적인 결정도 있지만, 조직적인 인사 결정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 시설관리는 도급제로 운영을 많이 해요. 저 같은 경우도 대기업에 입사해 근무하는 중에 IMF를 겪으면서 사내 하청으로 소속이 바뀌었어요. 지금도 사내 도급사로 있으면서 고객사의 요청이나 인원관리 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의사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 제일 힘든 것 같습니다.

- 시설실장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이나 역량, 소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보통 서울은 시설을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설비·전기·방재·건축 등으로 통합 관리하는데요. 기본적으로 관리자는 전체적인 업무 능력이 9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나 비상상황 시 현장을 모르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고 의사를 결정한다고 해도 해결될 확률이 떨어지거든요.

또 하나는 자기가 관리하는 직원들에게 가식적으로 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 신조 중 하나가 ‘가식은 1년을 못 간다’예요. 가족처럼 자기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유능한 시설실장으로서 인정받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업무에 대한 실력은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실력은 기본이고, 나머지 부분을 가지고 인정받아야 하는 거예요. 기본 바닥이 있어야 집을 만들 수 있고, 집을 예쁘고 효율적으로 튼튼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요. 바닥은 관리자의 기본이에요. 기본을 잘 갖췄으면 그다음은 ‘희생정신’을 가져야 하고요. 관리자는 지시하고 보고받는 사람이 아닌 현장에서 직원과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솔선수범해 직원들에게 인정받는 리더가 진짜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 에너지관리기능장으로서 시설실장이란 직업의 매력과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현 직업이 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자기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직장일지라도 힘들 거잖아요. 시설일이 목표나 원하는 직업은 아니었는데 가정형편상 공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설비분야 자격증을 취득함으로써 이 길과 인연이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저와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도 열심히 하고 노력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배운 기술이나 경험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가르칠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 직업 현장에서 슬럼프에 빠진 후배가 있으면 어떻게 마음을 붙잡아주고 이끌어주나요.

▲같은 직장이나 부서에 있으면 같이 사는 가족보다도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은데요. 결국은 직장 내 슬럼프는 직장에서 이겨내야 해요.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이 직장 내 스트레스나 슬럼프에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 방안은 직장에서 찾아야 해요.

그러나 해결 방안은 누구나 상식적인 이야기만 해줄 수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각각 현장과 직장마다 본인 성격이나 환경에 따라 해결 방법이 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직장 생활만 28년째지만 아직도 스트레스나 슬럼프가 많아요. 나이가 들면서 스트레스도 더 늘어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령이 생겼어요. 잊어먹는 기술을 배우는 거죠.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거든요.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이에요. 건강을 위해서 약간은 버리고, 잊어먹으며 살면 좋을 것 같아요.

병원에 가서 본 글인데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래요.

- 에너지관리기능장의 미래 전망은 어떠한가요.

▲앞으로는 ESG경영이나 RE100·탄소중립 등의 이슈에 더욱더 관심이 많아질 것인 만큼 환경문제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면 돼요. 환경의 최고 큰 이슈는 에너지예요.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화석 연료도 중요하고 신재생 에너지도 중요하지만, 하루아침에 에너지가 전환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봐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에너지기능장 전문인들이 현재의 에너지 분야도 이끌겠지만 앞으로의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에너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거예요. 예상이 아니고 확신입니다. 하하.

- 평소 신념이나 소신은 무엇이고, 그것이 형성하게 된 계기나 배경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건 없고요. 일은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하고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이게 기본이거든요. 기본이 안 돼 있으면 현재의 일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힘들어요. 일은 나 평안하려고 열심히 하는 거예요.

- 시설실장으로서 언제가 가장 뿌듯하고 행복하시나요.

▲같이 일하는 부하 직원들이 고맙다고 말해 줄 때요.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는 말을 들을 때 정말 뿌듯하고 행복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작지만 그래도 항상 조금이나마 도와주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경험상 내가 먼저 진심으로 대해줘야 진심으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 미래 청사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대기업이나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은 봉사활동에 잘 안 나와. 아쉬운 게 없어서 이런 활동의 필요성을 잘 모르거든.”

협회 회장님이 이같이 말씀하시던 게 생각나곤 하는데요, 맞는 것 같아요. 대기업에서 도급회사까지 다녀봤는데, 너무나 차이가 커요.

시설관리는 몇몇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제외하고는 도급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요. 앞으로 힘들게 일하는 선배·후배님들에게 현장업무 및 현장경험 그리고 조직생활의 멘토가 되고 싶고 어려운 현장에 계신 분들을 위해 노력하고 싶어요. 가스기술인 협회 관련단체에서도 어렵고 힘들게 일하는 현장 직원을 위해 의견이나 제안 등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에너지관리기능장(시설실장)을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서울에 시설실장으로 2012년에 왔어요. 2012년부터 구인을 했고 면접 진행 등을 했습니다. 근무도 보통 야간 근무를 하는데, 생각하시는 것보다 연봉도 적을 거예요.

시설관리는 페인트칠하고 변기 수리와 등기구 교체 등을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요즘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운 일은 안 하려고 해요. 그럼에도 저임금에 구인이 없어야 하는데 공급이 되고 있어요.

이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지만 시설관리가 앞으로는 중요해져요. 자격증 선임도 계속 강화될 것이고 법정 선임도 강화될 거예요.

젊은 사람이 없는, 이런 현상들 때문에 앞으로 더 비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회가 있어도 준비를 안 하면 잡을 수가 없어요. 자격증 준비를 철저히 하면 좋은 일자리가 있을 겁니다.

특히 전문 분야에서 일하기를 원하시면 꼭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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