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부진 전망에 연일 하락세…5만4000원대 ‘털썩’
메모리 3사 주가 밸류에이션 바닥 근접…4분기 반등 기대

이른바 7만 전자 별명을 떨치지 못하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8만 원을 향해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5만전자’로 떨어진 삼성전자에 대해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 우려로 하반기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올들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삼성전자는 1.63% 내린 5만4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5만4300원까지 밀리며 또 다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증권가는 이달 들어 52주 신저가 행진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20일 유안타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1만8000원에서 9만 원으로 23.7% 내렸고, 전날 NH투자증권도 7만5000원에서 7만 원으로 6.67% 낮춰 잡았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11만 원에서 8만1000원, 케이프투자증권은 9만 원에서 8만 원으로 각각 26.36%, 11.11%씩 하향 수정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디램(D램) 3사가 공급을 조절하고 소비 회복을 기다릴 준비가 돼 있다면 다음은 재고 레벨로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4분기 재고 피크아웃(Peak out) 구간으로 전망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고자산이 정점에 도달하는 시점이 반도체 업종의 주가 반등 초입 구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주가 반등의 시작은 4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백 연구원은 “4분기 메모리 3사의 매출 및 재고자산 비율은 0.9배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2개 사이클에서 메모리 3사의 합산 매출액 및 재고자산 비율 기준 1.0배 이하 구간에서 주가는 바닥에 근접했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3Q 영업익 시장 기대치 하회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3.3% 늘어난 79조8000억 원,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16% 줄어든 11조8000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 13조3000억 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둔화의 주된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때문”이라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IT 세트 수요 부진으로 디램 출하량이 3% 감소하고 평균판매단가(ASP)는 17%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3분기부터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 축소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도 업황에 부정적인 영향이라고 짚었다. 도 연구원은 “스마트폰(MX) 부문 실적은 갤럭시S22 판매가 전작 대비 호조를 보이고 있어 업황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부문도 주요 고객인 아이폰14 시리즈 판매 호조로 인해 패널 출하량과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적과 별개로 낮아진 밸류에이션과 내년 하반기부터 진행될 반도체 공급 축소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신규 캐파(Capa) 투자를 줄일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또 신규 캐파 투자 축소로 인한 공급 감소는 내년 2분기부터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5월 고점 대비 2개월 만에 50% 급감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빠른 감소세다. 소비경기 악화로 재고조정도 더뎌 내년 1분기에 재고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고증가와 가격 하락에 따른 하반기 실적 하향조정으로 당분간 주가 반등은 제한적이나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하락폭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언제 재고가 정점을 기록하고 안정화될 것이냐가 실적 모멘텀의 전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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