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여의도 정가가 연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노출 파동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잊을만 하면 한번씩 터지는 문자 파동은 정치권의 권력 다툼에 기름을 붓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의원 간의 문자 메시지가 노출된데 이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상범 의원 간의 문자 메시지까지 유출되면서 곤혹을 치렀다. 휴대전화 노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되자 과거 사례들까지 소환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이 문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권 원내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2022.07.27. 뉴시스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이 문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권 원내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2022.07.27. 뉴시스

-  정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유출 파장으로 휘청
휴대 전화 단속경계령에도 유출 사고빈번

정치권은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치열한 권력 다툼이 전개되는 정치권에서는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칼을 가는 일이 허다하다. 이 때문에 공식적인 언론용코멘트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진실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정치권에서 종종 터지는 휴대전화 노출 사고는 이러한 대중의 관심을 의도치 않게 충족시켜 주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언론에 의해 노출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휴대전화 노출 사고가 터지게 되면 정치권에서는 암묵적으로 경계령이 내려지게 된다. 의원들은 필름형 휴대전화 액정화면 보호기를 사용하는 등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지만 이 같은 노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정치인의 휴대전화가 언론에 포착될 때마다 의도적 유출인지 단순한 실수인 것인지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이른바 이준석 사태로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에서는 두 번의 문자 메시지 노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유출된 문자 메시지들은 그동안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당 내홍 상황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온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이 실상은 언론용코멘트라는 비판을 불러오게 했다. 또 당 윤리위원회의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징계에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영향력과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도 힘을 실어줬다.

국힘 ‘1차 문자 유출파동으로 휘청

지난 7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시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권성동 의원의 휴대전화 텔레그램 화면이 사진기자에 의해 포착됐다. 공개된 휴대전화 화면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권 의원에게 보냈다.

이에 권 의원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화창 하단에는 윤 대통령이 보낸 과일 체리를 형상화한 이미지가 엄지손가락을 내밀고 있는 이모티콘도 떠 있었다.

권 의원은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권 의원이 윤 대통령과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흘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최근 BBS 라디오에서 권성동 대행이 당내에서 여러 가지 공격을 받지 않나. 그것 때문에 대통령과 문자도 수시로 주고받고 이모티콘도 하는 돈독한 관계다이런 것을 과시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권 대행의 문자 노출에는) 상당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국힘, 1차파동 잊혀지기전 ‘2차문자유출

이재명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으로부터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 2022.09.01. 뉴시스
이재명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으로부터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 2022.09.01. 뉴시스

권성동 의원의 문자 노출파동이 한차례 정치권을 휩쓸고 간 이후 국민의힘 내에서는 ‘2차 문자 노출파동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친윤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윤리위원이었던 유상범 의원이 휴대전화로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문제에 대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됐다.

정 비대위원장의 휴대전화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언론 사진기자에 의해 촬영됐다. 언론에 보도된 정 위원장의 휴대전화 화면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유 의원에게 중징계 중 해당 행위 경고해야지요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유 의원은 성 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함께 올려 제명해야죠라고 답했다.

윤리위가 오는 28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이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문자 내용만 본다면 정 비대위원장과 윤리위원인 유 의원이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문제를 미리 논의한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에 정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자 메시지를 보낸)813일 저는 비대위원장이 아니었고 평의원이었다고 해명했고, 유 의원은 윤리위원직에서 사퇴했다. 정 비대위원장의 휴대전화 노출은 의도된 것이 아닌 단순 실수라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으로 우세하다. 그러나 이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친윤그룹이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비판과 윤리위의 공정성 시비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신인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는 지난 20YTN 라디오에서 지금 윤리위가 과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맞느냐. 이것이 혹시 청부 징계 내지는, 하명 징계를 하는 것은 아니냐라는 의구심이 많았는데 그 자체를 스스로 입증해 버리는 그런 결과를 낳았고 본인(유상범 의원)이 사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재명도 전쟁입니다문자 유출, 의도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휴대전화 문자 노출사고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가 김현지 보좌관이 의원실에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가 왔다는 내용으로 보내온 텔레그램 메시지를 휴대전화로 보고 있는 모습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 보좌관이 보낸 메시지에는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야당 탄압’ ‘정치보복프레임을 강화시키고,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노출시킨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도적 노출 근거로는 김 보좌관의 메시지가 발신된 시각이 이날 오전 1110분이었고, 이 대표가 해당 메시지를 보고 있는 시각은 오후 35분이었다는 점과 이 대표가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각도, 보안 필름 유무 여부 등이 거론됐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최근 MBC 라디오에서 상당 부분의 고의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하나가 있다사실은 어떤 지령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탄압당하고 있다. 나를 지지하는 이른바 개딸들 도와주십시오’”라고 주장했다.

정호준 전 의원이 본회의중 불륜으로 의심되는  여성과 문자를 나누고 있다. 일요서울
정호준 전 의원이 본회의중 불륜으로 의심되는 여성과 문자를 나누고 있다. 일요서울

과거 휴대전화 노출사()’는 뭐가 있나

최근 정치인들의 휴대전화 노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유사한 과거 사례들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2019일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정책보좌관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당시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냥 둘 수는 없지요”, “지휘·감독권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 찾아 놓으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의 경우는 20209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인에 반영된 것과 관련해 보좌진에게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하세요)”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야당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본지 일요서울은 지난 201311월 불륜으로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한 국회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을 찍어 익명으로 보도했다. 해당 의원이 정호준 전 의원인 것은 이후에 공개했다. 문자 대화에서 상대가 응 사랑해 여보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에 정 전 의원이 응 여보 사랑해라고 답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정 전 의원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상대방은 아는 여동생이고 장난삼아 별 뜻 없이 같은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정치 활동을 계속했지만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컷오프됐다.

20136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김무성 국민의힘 전 의원의 휴대전화도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같은 당 김재원 전 의원은 김무성 전 의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어제 최고중진회의에서 형님 말씀하신 내용에 대한 발설자로 제가 의심 받는다는 소문을 들었다맹세코 저는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민의힘의 ‘1차 문자 노출파동의 당사자인 권성동 의원은 201410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 사진을 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권 의원은 당시 다른 의원의 질의 도중 환노위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잘못 눌러져 공교롭게 비키니 여성 사진이 뜬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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