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빠진 외식업계...수익 어려움 등 고충토로

거리두기 해제에도 불구하고 외식업계가 거센 가격인상 압박과 저항 사이에서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외식업계의 본격적인 실적 만회가 예상됐으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는 물론이고 상반기까지도 비용인상 요인이 넘쳐나지만, 소비자들의 가격인상에 대한 질타에 가맹본부와 가맹점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국민들의 위로와 정부 지원이 동반됐던 코로나19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는 자조 섞인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물가 인상’...악순환 고리
인건비, 수수료 늘고, 매출 회복은 더뎌


외식업계는 올해 상반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3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이하 협회)가 코엑스에서 주최한 ‘제52회 IFS프랜차이즈서울’은 프랜차이즈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2년여 동안 자취를 감췄던 광경에 업계는 드디어 봄날이 온 것 같다며 미리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각국의 재정 정책과 국제 정세, 주요 원부자재 작황, 플랫폼 수수료 인상 등의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高)가 일시에 찾아오면서 단기간에 각종 비용들이 천정부지로 급등했다.

- 역대급 비용인상에 ‘시름’

업계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것은 고금리다. 8월 말 기준 기준금리는 2.50%로, 지난해 8월부터 7차례에 걸쳐 총 2.00%p가 인상됐다. 미국이 내년까지 꾸준히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추가 인상도 확실시된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 평균 3억5000만 원 선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 0.25%p마다 전체 자영업자 연간 이자 부담은 1조 6000억 원씩 늘어난다. 지난 1년간의 기준금리 인상 폭만으로도 추가 부담액이 총 12조 8000억 원이 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역대급 고물가 행진은 가격 인상이 가격 인상을 낳는 뫼비우스의 띠가 되어 대한민국 전체를 흔들고 있다. 국제 정세에 따른 공급 축소와 식량 안보 강화, 고유가, 국제 물류비 급등,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악화 등으로 외식업계에 비중이 높은 국제 농축수산물들과 각종 가공품, 물품, 소재들이 크게 올랐다.

지난 8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년새 식용유 가격은 56%, 밀가루는 36%가 올랐다. 외식업의 필수 재료인 채소류 가격은 25.9%로 치솟았고, 수입 쇠고기 25%, 닭고기 19% 등 안 오른 항목을 찾기가 어렵다. 국제 원부자재 가격이 최고점을 찍은 2분기 물량이 도입 중인 만큼 4분기까지 원부자재 가격 상승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수입 원부자재 가격 인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외식업은 음식·식품 제조가 기반이라 대체적으로 수출품목이 많지 않고, 각종 식자재 등 원부자재 수입은 많다. 지난 8월29일 달러·원 환율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통화 긴축 선호 발언의 영향으로 2013년 4개월 만에 1350원을 돌파했다.

이밖에 인건비 부담도 심각한 수준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5% 오른 9620원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배달 라이더 등 코로나19 특수로 인건비가 크게 오른 일부 업종들 탓에 1만5000원에도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직 입출국 제한이 남아 있어 외국인 근로자들도 채용이 여의치 않다.

상시 수준의 프로모션을 지속하던 배달앱들도 올해 일제히 체계를 개편해 수수료 인상에 나섰다. 일부 배달앱들은 그간 무료이던 포장 수수료까지 조만간 수취할 계획이다. 11월부터 유예 중인 일회용품 규제 강화도 재시행 돼 비싼 제품으로 대체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반면 예상 외로 매출 회복은 더디다. 전경련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경영 애로사항으로 ‘물가상승에 따른 재료 매입비 부담’(23.6%)에 이어 전반적인 소비심리 회복 한계(10.5%)가 꼽혔다.

실제 거리두기 해제에도 자영업자의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평균 13.3% 감소했고, 70.6%가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변화한 소비 패턴에 익숙해져 있고, 지갑 사정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예전만큼 지갑을 열지 않는 탓으로 풀이된다.

- 업계 부담 가중 ‘한숨’

비용 인상 요인은 넘치고 소비 회복은 더딘 상황에서, 외식업계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가격 인상밖에 없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은 최근 가격 인상에 대해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 심리가 너무 커진 탓에 제대로 된 가격인상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업계 트렌드 전문가는 “최근에는 당당치킨 사례처럼 오랜 기간 전방위적인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이 일부 사례에 주목하거나 질타하는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면서 “가격 인상 카드밖에 남지 않은 외식업계의 운신폭이 제한되면서 하반기에도 수익성 악화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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