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검찰이 쌍방울그룹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인물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우선 쌍방울로부터 뇌물과 정치자금 4억여원을 받은 이화영 전 의원이 구속됐다. 이런 가운데 성남FC 업무를 실질적으로 무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민주당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측근 꼬리 자르기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나 최종 목적지는 이 대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련의 과정에서 여권 내에서는 윤석열 VS 이재명양상으로 흐르는 시나리오를 두고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에서 조국 시즌2’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

뇌물혐의로 구속된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 뉴시스
뇌물혐의로 구속된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 뉴시스

- 이해찬.이재명 최측근 이화영 전의원 쌍방울 뇌물혐의로 구속 파장
이 전 의원 북한에 몇 번 갔는지 본인도 기억 못할정도대북전문가

검찰은 이 대표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가 조사를 받은데 이어 이 대표 측근들이 검찰 수사망에 올랐다.

이재명 측근 이화영 구속, 쌍방울 뇌물·정치자금 혐의

실제 쌍방울로부터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화영 전 의원이 구속됐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평화부지사·킨텍스 대표이사로 재직 중에 계속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내용과 차량 사용 비용 등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의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 전 의원이 법인카드를 배달 앱에까지 등록해 음식을 주문해 먹은 정황 등 구체적 사용 흔적을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 의원의 뇌물 혐의에 해당하는 25천만원 중 법인카드 사용액은 지난 4년간 22천만원으로, 같은 기간 이 전 의원은 개인카드로 500여만원밖에 결제하지 않았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전 의원에게 지급한 카드를 회수해야 한다”는 등 쌍방울 관계자들의 진술도 거론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쌍방울 측에 직접 차 한 대만 달라고 요구해 차량 3대를 제공받기도 했다.

검찰은 또 이 전 의원이 제공받은 돈이 과거 쌍방울이 관심을 가졌던 북한 광물 채굴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쌍방울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중국 선양에서 북한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를 만났다. 검찰은 이를 이 전 의원이 주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만남을 통해 쌍방울은 계열사인 나노스(SBW생명과학)’의 희토류 포함 북한 광물 채굴 사업권을 약정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나노스의 주식은 약 30% 올랐다고 한다.

검찰은 나아가 이 전 의원이 자신의 보좌진 출신 명의로 모 투자조합에 참여해 나노스 주식 1억원어치를 차명 보유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주가 조작에 관여했는지 보고 있다.

또 검찰은 민선 7기 경기도 대북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경기도와 쌍방울 사이의 연결고리로 떠오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관계자들도 조사하고 있다. 민간 단체인 아태협은 201811월 고양시, 2019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각각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아태 국제대회)를 경기도와 공동 주최했다. 이때 쌍방울은 아태협을 통해 행사 비용 수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태협을 경기도에 소개한 사람이 이 전 의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지난 2011년 고문으로 위촉되면서 쌍방울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북한 전문가로 활동한 이 전 의원이 정치권과 국회, 지자체를 향한 쌍방울의 창구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화영, 이재명-친문.이해찬 가교 역할하기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19 정책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9.20.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19 정책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9.20. 뉴시스

이 전 의원이 이 대표의 측근이라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 전 의원의 수사가 결국 이 대표까지 향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운동권의 대부로 알려진 이해찬 전 대표와 이 대표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 인물은 이 전 의원이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선대위에 참여했고, 2005년 이상수 의원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 전 의원은 또 2005년 남북청년정당인대회 남측 수석단장으로 활동하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평양에 들어갔다. 이 전 의원은 경기 안양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투옥 되는 등 운동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북한에 몇 번을 갔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다녀왔고 2007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 구상과 전략이라는 책도 냈다.

특히 2018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에 ‘9·19 선언이 채택되는 등 남북관계가 장밋빛 전망이 나오던 시절,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신설한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이 전 의원을 앉혔다.

이 전 의원은 같은 해 10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그는 파주 임진각 일원에서 열리는 평화통일마라톤대회의 코스를 개성공단까지 연장하고, 북한 음식점 옥류관 직영점을 경기도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가 이 대표의 측근인 민주당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향하고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전·현직 성남FC 관계자들로부터 정 실장이 모든 결정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성남FC 대표를 지낸 곽선우 변호사는 최근 언론에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정 실장에게 전권을 맡겼으니 의논하라고 해 사실상 정 실장이 구단주인 줄 알았다당시 직원들이 나를 건너뛰고 성남시 정책실장이었던 정 실장에게 직접 연락하고, 정 실장도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성남FC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연임에 성공해 구단주를 겸하던 2014~2017년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 6곳에서 후원금이나 광고비 명목으로 약 178억원을 받았다. 두산건설 45억원 분당차병원 33억원 등이다. 해당 기업들은 후원금 등을 낸 대가로 가지고 있던 땅의 용도 변경 등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기업들 가운데 두산건설만 성남FC에 대가성 광고 및 후원을 했다고 봤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나머지 기업들이 낸 후원금의 성격도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

쌍방울 기업이 후원한 아태협 필리핀 행사에 참여한 이화영 전 의원과 북 리종혁 부위원장. 경기도정gtv 사진캡처
쌍방울 기업이 후원한 아태협 필리핀 행사에 참여한 이화영 전 의원과 북 리종혁 부위원장. 경기도정gtv 사진캡처

성남FC 후원금 의혹, 이재명 향한 수사 본격화

특히 성남FC 직원 3명은 기업들로부터 광고·후원금을 유치한 성과로 성과급을 받았다. 그중 한 명이 정 실장의 지시를 직접 받던 이모 마케팅 실장이라고 한다. 이 실장은 공익단체 희망살림에서 두 차례에 걸쳐 19억원의 후원금을 유치한 공을 인정받아 성과급을 받았다. 당시 희망살림의 공동대표였던 이헌욱 변호사는 이 대표의 측근이기도 하다. 그는 또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남FC 고문 변호사를 지내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 사법 리스크로 인해 보수 결집은 물론 중도층 이반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특히 이 대표의 리스크로 인해 당이 분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단일대오를 형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친문 vs 친명으로 대치 중인 상황이라며 친명계는 같은 당 사람을 비판하는 것이 맞느냐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 수사가 이 대표 쪽에 안 좋은 결과로 나온다면 내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이때 반명계가 우리가 말한 우려가 발생했다며 새로운 리더를 뽑자고 주장하고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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