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벌써 거친 말로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훼자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가벼운 언동이 마뜩지 않자 측근들과의 대화 도중 그를 “이 XX, 저 XX”로 지칭했다. 그는 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이준석)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고 했다. 그는 이 메시지로 성토 대상이 되었다. 

윤 대통령은 출근 때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도 정제되지 않은 말을 불쑥불쑥 토해냈다. 그는 검찰 편중인사라는 지적에 “과거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각료 인사의 전문성 결여와 관련해선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반문했다. 그 밖에도 그는 “전 정권보다 났다” “전 정권 때는 안 그랬나”라고 했다. 거칠고 불필요한 야당 자극이었다.

물론 그의 발언 내용들이 틀린 건 아니다. 전 정권 때 민변은 많은 요직을 차지했고 전문성보다는 좌파 이념에 갇힌 인물들이 중용되었다. 이준석의 “내부 총질”로 집권당이 내분에 휩싸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은 나라의 어른으로서 백성의 롤모델(본보기)이다. 그의 말은 정중해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비위에 거슬리면 싸움꾼처럼 비속어도 가리지 않고 내뱉는다. 시원스럽고 솔직한 면도 없지 않지만 껄끄럽고 거칠며 귀에 거슬린다.

결국 윤 대통령의 거친 말 습성은 외국에 나가서도 터져 나왔다. 그는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에 갔다. 거기서 그는 9월22일 열린 ‘글로벌 펀드 재정 공약 회의’ 참석 후 회의장을 나서며 수행원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 주면 날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다. 그러나 MBC가 “날리믄”을 “바이든”이라고 단정적으로 유튜브에 오보하면서 바이든을 지칭한 걸로 엉뚱하게 퍼져나갔다. 이 오보로 “이 XX들”은 미국 의원들로, “날리믄”은 바이든으로 오판하게 된 외신들은 윤 대통령이 미 의회를 모독했다고 썼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 참사”라고 혹평했다. 민주당은 “이 XX들”이 우리 의원들을 지칭한 것일 경우 우리 의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대통령 실측 해명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글로벌 펀드 재정 공약 회의’에서 에이즈·결핵 퇴치 펀드에 1억 달러 공여를 약속했다. 그리고 회의장을 떠나면서 자신이 약속해준 1억 달러 공여를 우리 국회가 승인 안 해주면 본인 입장이 난처해진다는 뜻으로 수행원에게 언급했는데 그게 주변 소음으로 오청(誤聽)됐다고 해명했다. 우리 “국회에서 이 XX들이(야당 의원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며 걱정했다는 것이다. “이 XX들”은 “이 사람들”로 들렸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윤 대통령의 뉴욕 말이 문제 된 건 연이은 거친 비속어 습성 탓이다.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퉁명스러운 말을 토해냈고 당 대표에 대해선 “이 XX, 저 XX”라고 지칭해 말썽을 빚는 전력을 지녔다. 뿐만 아니라 뉴욕에서도 대통령으로서 입에 담아선 아니 될 “쪽팔려서”라는 막말을 썼다. 그런 전력이 “날리믄”을 바이든으로 오보될 수 있는 꼬투리를 제공한 셈이다.

윤 대통령의 거친 말 습성이 자초한 화(禍)였다. 한자 5자 성어엔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가 있다.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란 뜻이다. 인간의 불행한 화는 입과 혀에서 나오므로 조심하라는 경구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24% 까지 내려갔던 것도 입과 혀 탓과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벽에 이 두 글귀를 적어두고 기회 있을 때마다 되새겨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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