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발령, 정당한 인사권 범위 내에 속하는지 따져봐야"

[뉴시스]
[뉴시스]

최근 대법원에서는 근로자의 인사고과 평가 결과 등이 저조한 근로자를 대기발령하고,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 해고한 사안에 대해 판결했다. 이 판결에서는 대기발령의 정당성 판단기준과 함께 대기발령 이후 해고처분이 정당하기 위한 요건 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특히, 이 판결의 내용은 소위 ‘저성과자 통상해고’에 대한 내용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다. 이번호 에서는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본다. 

- 대법원, 피고 대기발령 ‘정당’, 해고처분은 ‘부당’ 판결 

해당 사업장(피고)의 인사규정에는 구조조정, 조직 개편, 직제 개편 등으로 직제 또는 정원의 감소 사유가 있거나 인원이 초과되는 경우와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인사고과 평가 성적이 하위 5% 이내인 경우 그 해당자에 대해 보직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렇게 보직이 제한된 자에 대해 대기발령을 할 수 있으며, 해당 근로자가 무보직으로 3개월이 경과했을 때는 해고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해고된 근로자(원고)는 사내표창과 2013년 상반기(A등급), 2013년 하반기(B등급), 2014년 상반기(B등급)의 인사고과 평가를 받았으나, 2014년 하반기 인사고과 평가 시에는 총 254명 중 253위로 최하위 D등급을 받았고, 이후 2015년 1월에 처음으로 실시된 업무역량 및 리더십역량에 대한 다면평가에서도 같은 그룹 전체 35명 중 33위로 최하위 D등급을 받게 됐다. 

해당 사업장은 2015년 2월,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근로자를 포함한 대기발령 대상자 4명을 확정하고, 2015년 3월부터 경영기획본부 인사총무팀 소속으로 대기발령 처분을 했다. 그리고 피고는 대기발령 기간 동안 1개월은 연장수당을 제외한 임금 전액을 지급하고, 이후 2개월은 기본급만 지급했다.

이후, 해당 근로자는 2015년 3월 회사가 부여한 업무과제를 부여받고 방안을 제시했으나 평가 결과 D등급을 받았고, 또 2015년 5월에 부여받은 수행과제에 대한 테스트에서는 31점(40점 이하 : 업무부적격)을 받았다. 

이에 피고는 2015년 6월, 인사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무보직으로 3개월이 경과한 해당 근로자에 대해 해고하기로 의결하고 해고를 통보하자, 원고는 자신에 대한 대기발령과 해고 모두 인사권의 남용(부당해고)에 해당하고, 대기발령 기간의 임금차액 청구와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으나, 원고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소송을 다시 제기했고, 이에 대해 대법원(법 2018다251486, 2022.9.15. 선고)은 아래와 같은 판결을 했다. 

- 대법원 판단 : 대기발령의 정당성 판단기준

기업이 계속 활동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포함된다.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해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야 하고,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의 비교교량, 근로자와 협의 등 대기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고,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인사권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한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했다는 사정만으로 대기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은 이 사건 대기발령은 피고의 조직 개편 및 원고에 대한 인사고과 평가에 따른 것으로서 피고의 인사규정에 근거한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이고,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대기발령의 재량권 행사에 한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해 대법원은 피고(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 판단 : 대기발령 후 해고가 정당하기 위한 요건 

원심은, 이 사건 대기발령이 정당하고 대기발령 기간에도 원고는 계속해 과제 수행에 대해 낮은 평가를 받음으로써 능력이 회복되지 않아 대기발령의 사유가 소멸되지 않았으며 원고에 대한 평가가 자의적이거나 불공정하게 이루여졌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의 사정을 들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고, 이러한 원심의 입장은 근로자의 저조한 평가 결과 등을 이유로 하는 저성과자에 대한 통상해고를 인정한 듯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과 다른 판결을 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해고를 제한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에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한 취업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해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대법원은 그 기준을 제시했다. 

또한,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가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에서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부진에 따른 대기발령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도록 보직을 다시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고한다는 규정을 두고 사용자가 이러한 규정에 따라 해고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았다.

이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의 내용,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했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개선 여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원고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부진이 다른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여부를 심리했다.

또 이 사건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원심은 원고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부진이 어느 정도 지속됐는지, 그 부진의 정도가 다른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는지, 나아가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운지, 피고가 원고에게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충분히 부여했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단지 대기발령이 정당하고, 대기발령 기간 동안 원고의 근무성적 등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부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피고에 대한 대기발령은 정당하지만, 해고처분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