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윤석열‧이재명’ 정점권력 트로이카, 2022 국감 최대 화약고

(좌측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좌측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 4일 시작된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여야 극한 대치 일변도로 흘러가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번 국감에서 야당 구심점인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공략하는 한편, 문재인 정권을 재차 중앙정치로 소환하며 ‘새 판 짜기’에 나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집요하게 추궁하면서 현 정부의 ‘국정 블랙아웃(정전)’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무능 정권’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민심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야당의 복안이다. 올해 국감은 전‧현‧미래 권력이 뒤엉킨 가운데, 여야 모두 출구 전략 없는 ‘사생결단’ 모드에 돌입한 살얼음판이다. 이번 국감은 오는 24일까지 국회 17개 상임위원회에서 총 783개 기관에 대한 대대적 감사가 진행된다. 그러나 기저에는 여야 정쟁 요소가 짙게 깔린 만큼, 올해도 개선점 파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민생현안과 피감기관들은 ‘국감 들러리’에 그칠 전망이다.

2022 국감은 그야말로 여야 쟁점이 도처에 깔린 역대급 지뢰밭이다. 전‧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 등 권력정점 3인방이 국정감사 키워드로 등극하면서, 사실상 여야가 신‧구 정권 신경전과 대선 2차전을 대리하는 양상이다.    

우선 현 정부가 동시 사정작업에 나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및 성남FC‧쌍방울그룹 유착 의혹’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서해 공무원 피살 및 탈북어민 북송 사건’, ‘탈원전 국책사업 비리’ 등은 여권의 주된 공세 소재다. 이와 함께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인도 순방 논란 등으로 여의도 국회에서 입방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발언을 자막처리해 보도한 MBC의 정‧언 유착 의혹과 거대 야당의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 단독 처리도 여당의 반격 카드로 꼽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무능 외교, 비속어 논란’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논문 표절 의혹’, 대통령실‧정부의 국정기능 마비, 감사원-대통령실 물밑 교감 의혹 등으로 대여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또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면조사 요구도 야당이 벼르고 있는 대목이다. 이 밖에 한 고등학생이 윤 대통령 부부와 검찰을 풍자한 일명 ‘윤석열차’ 카툰(Cartoon, 만화)도 민주당의 공세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피켓을 들고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피켓을 들고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외교위 국감] 尹 해외순방 여야 공방...‘외교참사’ vs ‘野 공세=정치참사’

지난 4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는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놓고 여야간 극한 공방이 오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며 박진 외교부 장관의 보좌 능력을 질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의 외교성과를 부각시키는 한편, 야당의 이러한 주장을 ‘정치 공세’라고 맞받았다.

이날 국감은 여야 외통위원들이 윤 대통령과 박 장관의 해외순방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면서, 3차례에 걸쳐 중단되는 등 극심한 진통 속에 자정을 넘겼다. 

야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48초 환담,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 한일 약식 정상회담 등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논란들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을 수행한 박 장관에게 국감장 퇴장과 장관 직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 “일본 유엔대표부 건물까지 쫓아가 태극기 하나 없는 빈방에서 사진을 찍고 30분간 몇 마디하고 돌아왔다”며 “정말 굴욕적이고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정상외교”라고 평가 절하했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협상 기회를 놓쳤다며 “미국 하원을 통과하기까지 우리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외교부의 무능으로 모든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맹공했다.

이에 여당은 민주당의 비판 수위가 과하다며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에 대해 사실을 왜곡해 프레임 덧씌우기 식으로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은 “소위 ‘바이든’, ‘날리면’ 논란을 두고 싸우는 모습을 국민들이 외교참사로 볼 것인가, 정치참사로 볼 것인가”라며 “지금 나라 지도자들의 모습이 이 모양이다.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석기 의원도 “영국 외교장관은 각별히 따뜻한 마음과 위로에 영국 국민이 크게 감동했다고 언급했다”며 “바이든 대통령 환담 역시 실무자들의 충분히 안건 조율을 거친 것”이라고 현 정부를 엄호했다.

이와 함께 여당은 문재인 정부 사례를 꺼내들며 반격을 시도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2017년 중국에 3박4일 다녀와서 10끼 중 8끼를 ‘혼밥’하셨다”라며 “우리나라 취재기자가 중국 공안들에게 두들겨 맞아 기절하기도 했다. 이런 걸 외교참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간사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간사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행안위 국감] 이재명 ‘허위사실 공표’ 등 사법리스크 쟁점화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집중 부각됐다. 이 대표는 3.9 대선후보였을 당시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날 행안위 국감은 이 대표의 재판을 놓고 여야 설전과 고성이 오갔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자신이 발의한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일부에서는 ‘이재명 먹튀 방지법’이라고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해당 법안들은 당직자가 ‘당선무효형’ 확정으로 선거비용을 전액 반환해야 할 경우, 소속 정당이 반환하지 않으면 정당 보조금을 회수하거나 반환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감해서 정당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것이 골자다. 만약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선거 기탁금 3억 원을 선관위에 반환해야 한다. 민주당 역시 선거비용 약 434억 원 전액을 반납해야 한다.

이어 조 의원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유죄가 될 때 언론에서 (선관위가) 434억 원을 어떻게 받느냐고 한다”며 “제가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선관위에서 정당 보조금을 줄 때 그만큼 차감해서 줘도 된다”고 법안 취지를 재확인했다. 발의된 법안들을 거론하며 이 대표의 사법 이슈를 국감 테이블에 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야당은 즉각 날을 세웠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선관위를 상대로 국민의힘 측에서 정쟁으로 몰고 가면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선거비용 반환이니 이렇게 얘기하시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다들 (이 대표의 재판을) ‘정치 탄압’으로 보고 있는데,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았는데 선관위를 상대로 이 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은 위원장이 제재를 해주셔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여소야대 국면에서 왜 이렇게 건건으로 가아하는지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제대로 된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려면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 대표의 사법 문제를 꺼내든 여당을 직격했다.

이에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재판이 이미 “언론 보도와 수사기관의 공소장을 통해 공개된 사안”이라며 “질의를 정치탄압이다, 이런 내용이 우리 정당사에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법이라는 것이 누구한테는 적용이 되고 누구한테는 안 되느냐”라고 반문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의사진행 발언 시간에 ‘정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사과해야 하고 카멜레온 발언을 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거들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에서 의원의 생각까지 재단하려고 하면 되겠나”라며 “유감을 표명하라는 것이 무슨 말인가. 의원의 생각을 재단하고 강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이에 맞섰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치탄압 중단하라'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고 있다. [뉴시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치탄압 중단하라'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고 있다. [뉴시스]

[법사위 국감] 감사원 文 서면조사 놓고 여야 대치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여야는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요구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법사위 국감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 조사 통보로 충돌한 여야의 피켓 시위로 50분가량 개의가 지연됐다.

이날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최근 상황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몰아치는 듯한, 특히 사정기관을 내세워서 정치적 꼼수를 부려 국면을 전환하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보이는 것 같다”며 “감사원의 명백한 최종 목표는 정치적 수사를 덧붙일 필요도 없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국감을 앞두고 감사원이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감사원은 대담하게도 ‘정부 지원기관’임을 공개적으로 자인했다. 정확히 말하면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이라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마침내 문 전 대통령에게 칼끝을 겨누고 나섰다”고 호응했다.

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이 완전히 탈바꿈 했다”며 “이 정부는 정말 무도하고, 그 무도함의 맨 앞에 감사원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 대해 국민과 함께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도 물러서지 않고 감사원의 서면 조사를 거부한 문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SNS에 “대통령 예우하지 말고 피의자로 다뤄야 한다. 즉각 강제수사를 촉구한다”라고 적은 발언을 언급하며 “이 시점에 다시 문 전 대통령께 (당시 발언을) 돌려드리겠다. 감사원도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것이 아니라 그냥 피조사자로 다루면 된다. 즉각적인 강제조사를 촉구한다”고 맞불을 놨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도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 조사와 관련,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불쾌감을 내비친 데 대해 “‘무례한 짓’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아마 흔치 않은 용어일 것이다. 아직도 왕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아닌지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한편, 앞서 감사원은 국감이 진행되기 전 문 전 대통령에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서면 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발이 극심해지자 감사원은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서면 조사 방침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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