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리보는 현대백화점그룹 후계 구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두 개의 지주사 설립을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는 형 정지선 회장이 백화점 부문을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이 식품 부문을 맡고 있는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두 형제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두 개의 꼭짓점이 만들어진다. 이와 관련해 그룹 측은 지배구조 확립과 주주 가치 극대화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업계는 두 개의 지주사가 합병해 하나의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거나 아예 계열분리가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 캐시카우 한무쇼핑 자금 투자금으로 활용...지배력 강화
- 계열분리 혹은 통합 지주사 시나리오 제기...업계 "지켜봐야"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9월 16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 분할해 투자부문(지주회사)과 사업부문(사업회사)으로 나누기로 했다. 인적 분할이란 기존 주주가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으로, 기존 법인이 신설 법인의 주식을 소유하는 물적 분할과 대비된다. 

-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주주가치 극대화”

현대백화점은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인 '현대백화점홀딩스'와 존속법인인 '현대백화점'으로 분리된다. 두 회사의 분할비율은 현대백화점홀딩스 23.24%, 현대백화점 76.76%다. 앞으로 존속법인을 신설법인의 자회사로 편입해 신설법인의 지주회사 전환을 완성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지주회사로서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자회사로 두고 각 사가 유통업 내에서도 각기 다른 신사업의 특화된 주체가 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존속 사업회사인 현대백화점은 '더 현대서울'처럼 본업인 오프라인 점포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100% 출자한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올 초 인수한 지누스를 애초 진출 시점의 취지와 사업 연관성 등을 고려해 자회사로 두고 사업 시너지를 강화할 예정이다. 한무쇼핑은 기존 백화점 사업뿐 아니라 신규 프리미엄 아웃렛과 온라인 분야에서의 뉴 비즈니스 등 기존 오프라인 점포 개발 영역에서 한 차원 확장된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아울러 성숙기에 접어든 유통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업태 개발이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현대그린푸드도 이날 공시를 통해 회사 내 식재유통사업부문을 현대그린푸드(가칭)로 인적분할 신설하고 자회사 지분을 소유한 투자 부분을 분할존속회사(현대지에프홀딩스)로 남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분할비율은 현대지에프홀딩스 0.653대 현대그린푸드 0.346이다. 분할 이후 지배구조는 기존 정교선 부회장→현대그린푸드→현대홈쇼핑·리바트, 이지웰 등 자회사에서 정 부회장→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그린푸드 등 자회사로 변경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 왼쪽, 일요서울DB]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 왼쪽, 일요서울DB]

현대그린푸드는 내년 2월 10일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를 거친 뒤 3월 1일 자로 양사를 나눌 예정이다. 내년 4월 10일에는 현대그린푸드 재상장 및 현대지에프홀딩스의 변경상장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양사의 지주사 설립 후 지분 교환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두 형제 오너의 지주사 지분율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또한 각 주력 사업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추진하고자 하며, 교환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주식을 매수하는 대가로 현금이 아닌 자사 신주를 발행)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력 사업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통해 향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 추진은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맞춘 사업 전문성 확대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그리고 지속해서 추진해 온 선진화된 지배구조 확립 차원에서 진행하게 됐다”며 “앞으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에 보유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경영 전문성과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형제 경영 12년···계열분리 가능성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은 1999년 일찌감치 계열분리를 한 후 현대백화점그룹은 발 빠르게 자식들에게 승계를 진행해왔다. 2007년 형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먼저 회장에 취임한 후 동생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2011년 말 부회장에 취임하면서 15년 가까이 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두 형제의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구조는 복잡하면서도 극히 취약한 상태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 최대 주주이지만 지분율이 17.09%에 불과하다. 정교선 부회장의 현대그린푸드 지분율은 23.8%다. 

업계에서는 향후 두 개의 지주사를 토대로 계열 분리 절차를 밟으며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남매처럼 분리 경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일찌감치 선을 긋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 간 사업 시너지가 매우 커 계열 분리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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