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쓸어내린 ‘카뱅’ 비상대응특별점검반 신설할 것

판교 데이터센터(DC) 화재로 카카오 플랫폼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재난 상황에 대비한 재난 대응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 됐다. 이런 가운데 조기 정상화로 알려졌던 카카오뱅크는 BCP 의무 조항의 테두리 안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시중 은행 대부분이 자체 DC를 보유하고 있듯 카카오뱅크에도 DC 보유가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판교 데이터센터(DC) 화재로 카카오 플랫폼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재난 상황에 대비한 재난 대응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 됐다. 이런 가운데 조기 정상화로 알려졌던 카카오뱅크는 BCP 의무 조항의 테두리 안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시중 은행 대부분이 자체 DC를 보유하고 있듯 카카오뱅크에도 DC 보유가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 15일 판교 소재의 SK C&C 소유의 데이터센터(Internet Data center, 이하 DC)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이곳에 전산 서버를 두고 있던 카카오 계열사 대부분의 플랫폼 비즈니스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택시 등 상당수 주요 서비스가 주말 내내 중단됐다. 카카오뱅크만 유일하게 조기 복구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언론은 ‘카카오뱅크 정상화’를 보도했다. 카카오뱅크 메인 전산센터가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인데 카카오뱅크의 복구는 철저한 대비였을까. 우연이었을까. 

시중은행 자체 데이터센터 보유…카카오뱅크, “향후 운영 방안 검토”
2006년 국내 도입된 BCP…미국 911테러 이후 도이치뱅크 사례 응용

이번 판교 DC 화재로 서비스에 차질을 빚었던 카카오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대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적이 이어졌고, 정부는 이번 화재 사건을 계기로 카카오 등 관련 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화재 당일 조기에 정상적인 서비스가 가능했던 카카오뱅크가 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카카오의 플랫폼 계열사 대부분 서비스가 정상 작동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정상화 복구 관련 보도가 나왔다. 판교 DC가 아닌 서울 상암동 LG CNS 데이터센터에 주력 전산센터를 두고 있어서였다. 

카카오뱅크 측은 21일 일요서울에 “상암동 DC를 주 전산센터로 두고 있으며, 분당 야탑에 재해복구센터를 부산 강서구 LG CNS 센터에 제3 재해복구(DR)센터를 두고 있다”라며 “매해 (폭우, 홍수, 지진, 화재 등 재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상암 데이터센터에서 야탑 센터로의 시스템 전환을 통한 IT 위기대응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재난대응체계 911 테러로 도입된 BCP

2001년 미국 뉴욕에서 911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무역센터에 위치하고 있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건물 붕괴로 파묻혔다. 어떤 복구도 불가능해 보였으나 도이치뱅크(Deutsche Bank)는 곧 정상 업무에 나섰다. 무너진 무역센터 이사회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BCP(Business Continuity Plan, 업무연속성계획) 발동으로 즉각 업무 복구가 가능했다.

국내에서는 BCP라 불리는 재난운영 시스템이 은행권 리스크 부문 중 ‘고급측정법’ 승인요건에 포함돼 2006년부터 시행돼 왔다. 911의 영향이 컸다. 

KB금융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KB국민은행은 각종 재난 등 전산 관련 이슈 발생 시 ‘금융전산 재난 현장조치 행동메뉴얼’을 바탕으로 컨틴전시플랜(Contingency Plan)을 가동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운영한다”라며 “위기 유형별·수준별 대응조치를 적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비상대응 프로세스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화재나 지진 등 재난 발생 시, 그 내용을 관련 부서와 관계 기관에 실시간 전달하고 고객 관련 업무를 우선 처리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김포에 위치한 KB금융 자회사가 KB국민은행 주 전산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재해복구센터를 여의도에서 별도 운영하고 있다. 백업데이터도 따로 운영·보관하며 매년 1회 이상 재해 발생 대비 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부 IDC가 아닌 신한금융 자체 전산센터를 운영하며, BCP 관련 주 전산센터는 경기도 용인 죽전에, 재해복구(DR) 센터는 경기도 일산에 두고 있다. 추가적인 백업데이터 별도 소산 보관도 이뤄지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주 전산센터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DR센터에 동기화되고 있으며 주 센터 문제 발생 시 DR센터로 네트워크를 전환해 DR센터가 새롭게 주 센터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도록 이중 구축이 돼 있다”라며 “대고객 서비스는 재해 선언 3시간 이내 전환 운영이 가능하고, 이를 대비해 매년 1회 이상 재해 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역시 자체적으로 재난을 대비해 주 전산센터 외에 별도의 미러링이 가능한 대응센터와 재해복구센터 등을 추가로 운영하고 있었다. 하나은행이나 NH농협은행 등 대부분의 시중 은행들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카뱅, 비상대응부서 ‘신설’ 자체 데이터 센터는 ‘아직’

시중 은행이 전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아직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이번 카카오 사고를 계기로 비상대응특별점검반을 신설하고, 기존 IT위기대응훈련 외외 상황별 대응훈련도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대비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지난해 12월17일 재난 대응 훈련을 진행했다”라며 “올해 훈련도 11월 예정돼 있다”고 밝혀왔다. 

아울러 “향후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라며 “현재 LG CNS 데이터센터와도 위탁이 아닌 상면 계약으로 카카오뱅크 담당자가 직접 상주하며 운영·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탁과는 다른 상면 계약이라 하더라도 모든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카카오 서버 화재가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에서는 카카오와 SK 양측이 손실과 손해 등을 따져 배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SK 측은 “상면과 인프라 제공 뿐 시스템은 카카오 측이 운용·보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간을 임대해 사용하면서도 화재나 재난에 대한 책임은 직접 져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비슷한 시기, 인터넷은행으로 함께 출발했던 K뱅크의 경우는 카카오뱅크와 조금 다르다. 데이터센터를 삼중화해 운영하며 모든 센터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 지난 2월 상암에서 KT 목동 IDC로 이전한 주센터를 비롯해 분당 KT센터, 충정로 센터 등 세 곳에서 데이터 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는 모기업인 KT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K뱅크 관계자는 “주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모니터링, 문제발생 시 즉시 현장출동체계 구축으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라며 “목동의 주 데이터센터에 즉시 조치가 어려운 재해가 생길 경우 DR센터인 분당데이터센터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BCP관련 금융감독원 신BIS실은 “은행은 신속한 복구가 요구되는 중요한 업무 프로세스를 파악해야 하며 프로세스의 중단 시 업무를 재개시킬 수 있는 대체 메커니즘을 보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영업 재개에 필수적인 전자적 혹은 물리적 기록의 복구 능력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전행차원의 영업연속성계획 실행을 위한 CEO 및 위기관리팀, 부서, 영업점 등 조직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으로서의 자격을 얻기 위해 최소한의 복구 능력을 갖춰야 했었던 의무 조항이 이번 카카오 사태로부터 조기 복구가 가능하게 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과 동등한 지위 유지 및 향후 재빠른 재난 대응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컨트롤 가능한 데이터센터 보유가 시급하다고 내다봤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플랫폼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재난 상황에 대비한 재난 대응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 됐다. 이런 가운데 조기 정상화로 알려졌던 카카오뱅크는 BCP 의무 조항의 테두리 안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시중 은행 대부분이 자체 데이터 센터를 보유하고 있듯 카카오뱅크에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창환 기자]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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