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성피부염]

일교차가 커지는 건조한 가을에는 찬바람으로 온도, 습도의 균형이 깨져 면역력이 약해지기에 각종 피부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이 번호에서 알아볼 질환은 가을철 대표적인 피부질환의 일종인 ‘지루성 피부염’이다. 

본원에 내원한 지루성 피부염을 앓고 있는 김 씨는 “일 때문에 회식을 한 다음 날이거나 잠을 못 자거나 스트레스를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더 받으면 증상이 심해진다.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연고를 바르면 그때뿐이고 2~3일 후면 또 재발한다. 서비스 직무 특성상 얼굴을 보고 사람을 대하는 경우가 잦은데, 얼굴과 머리의 붉어짐과 각질들 때문에 신경이 쓰여 업무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루성 피부염이란 주로 안면(그중에서도 눈썹, 코, 입술 주위)과 두부 그리고 겨드랑이, 가슴, 서혜부 등의 피지 과다 부위 부위에 발생하는 염증성 피부 질환을 말한다. 발병 시 경계가 명료한 홍반, 가느다란 노란(유지성) 비늘(인설) 등이 관찰되며 피부의 각질과 함께 진물, 따가움이 수시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루성 피부염은 병태가 급성보다는 만성화인 경우가 많으며 증상이 심한 경우 소양감, 발진, 심한 진물과 각질, 악취 등의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고 두피에 발생한 지루성 피부염은 탈모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에 쉽사리 생각할 수 없는 질환이다. 안면의 경우 콧볼 주변에 나비 날개 모양의 병변을 그리며 붉고 딱딱하게 굳는 것과 눈썹 사이가 붉어지면서 관자놀이까지도 퍼지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대부분 처음에는 여드름인 줄 알았다가 점점 퍼지게 되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재발이 잦은 상태가 일반적이다. 워낙에 증상과 모양이 특이성을 지녀서 특별한 진단검사는 잘 시행하지 않는 편이다. 
지루성 피부염은 유지성 인설을 덮고 있는 경계 명료한 홍반이 주요 증상이기에 피지의 과다 분비가 지루성 피부염의 유발 요인 중 하나임이 분명 하나, 피지 분비가 왕성한 사춘기를 지나 피지선의 활동이 감소되는 시기의 사춘기 이후의 성인에서 오히려 지루성 피부염이 호발 하는 현상은 피지 과다 분비 이외의 다른 요인들도 함께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의학으로도 지루성 피부염의 발병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은 병이지만 유병자들의 증세의 호전과 악화의 경향에 따른 몇 가지 원인 유추를 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신경계 질환 또는 내분비 질환, 음주, 지방이 풍부한 기름진 음식, 스트레스 등이 증상 악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두피의 경우 말라세지아 등의 진균(곰팡이)의 증가가 관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지루성 피부염을 백설풍(白屑風), 면유풍(面遊風) 등으로 칭하여 풍(風), 습(濕), 열(熱)을 원인으로 보았다. 음주, 열을 조장하는 음식(기름지거나 맵거나 짠 음식 등)이 장내 습과 열을 생성시키어 인체의 탁한(염증을 잘 일으키는) 열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스트레스와 감정적 피로가 화(火)와 열을 만들어 뜨거운 화(火)가 가슴 위로 열에너지를 몰리게 만들기에 과다해진 상부의 열이 잘 배출되지 못해 안면부와 두피 등의 모피지-모낭 단위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해 염증을 발생시키는 나쁜 열이 많아졌고 이 열이 상승하여 상부에 맺혀있는데, 평소라면 열이 잘 빠져나갈 모공이라는 통로에 대기하고 있는 탁한 열이 너무 많아서 얼굴과 머리에 염증이 된 상태이다. 

지루성 피부염의 양방치료는 경도의 경우는 스테로이드 외용연고, 중등도의 경우는 스테로이드 내복으로 증상을 개선시키며 소양감이 있는 경우는 항히스타민제를 이용하여 일시적으로 안정화에 기여한다. 두피의 경우 진균류의 증가를 고려한 케토콘아졸, 바이포나졸 등의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한편 양의학적 치료를 하다 보면 얼굴과 같은 점막이 많은 부위에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사용이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을 느끼게 되고 약을 사용할 때만 좋아지고 재발이 잦은 치료에 답답하고 막막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가 환자들이 한의원 치료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는 시점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지루성 피부염의 증상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염증을 발생시키는 내인을 차단 및 해독하여 풍(風), 습(濕), 열(熱)을 없애는 치료법을 사용한다. 즉, 표(表)를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본(本)을 치료하는 것까지 함께 고려한다.

일 예로 한의학에서 화농성 피부질환 처방으로 유명한 십미패독탕(十味敗毒湯)은 방풍, 형개, 독활 등의 발한해표라는 치법을 이용하는데 모공을 열어 땀을 내고 그 길로 열독을 배출하며 시호, 앵피, 길경, 감초, 생강 등의 소염 및 배농작용을 시행한다.

만약 발적이 강하거나 염증이 너무 심한 경우는 이 처방에 청열해독하는 황련, 황금, 황백, 치자 등의 황련 해독탕을 합방할 수 있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거나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몸이 피곤한 경우 사역산, 시호소간산 등의 처방을 합방하여 자율신경계의 긴장을 완화시키며 화를 내리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염증이 너무 만성화되었거나 스테로이드의 장기 사용으로 피부병변이 건조하거나 상해버린 경우에는 피부의 영양을 보충하는 보혈 지제인 사물탕 또는 보기지제인 보중익기탕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임상에서는 하나의 처방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당시 환자 상황에 맞추어 증례와 경과에 따라 처방이 중간에도 다양하게 달라지거나 합쳐질 수 있다. 또한 한약 치료와 함께 상부의 열을 아래로 내리는 경혈침 치료와 심부의 체온을 올려 면역을 높이고 상부의 열을 아래로 내리게 하는 복부의 왕뜸요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지루성 피부염의 생활요법으로 열을 유발하는 음식(맵고, 기름지고, 짠 음식)과 커피, 콜라 등과 같은 카페인이 많은 음료를 피하고, 음주는 반드시 금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녹황색의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고, 정신적 불안, 피로,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를 긴장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마음관리 및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두피의 경우 염색약이나 머리에 바르는 제품 등은 두피에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되도록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운동 등으로 땀이 난 경우에는 바로 샤워와 샴푸를 하여 모공이 막히지 않도록 씻어주는 것이 좋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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