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희·박지현, 국가애도 시작과 동시에 '책임론' 정쟁 불씨 지피기
서영석, 민주당 지도부 '금주령'에도 지역당원 60여명과 술판 벌여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경기 파주시의 한 저수지에서 시도의원들과 족구 후 술자리를 갖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태원 참사 사망자들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계 인사들의 '경거망동'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자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5명이 숨지고 152명이 중·경상을 입은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여야도 정치 일정과 정쟁을 전면 중단하고 잔뜩 몸을 낮춘 채 애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정관계도 사고 수습과 애도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여야 지도부도 사고 이튿날 저마다 의원, 당직자, 보좌진 등에게 애도기간 중 언행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언행 주의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각에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비극을 정쟁화하거나 술판을 벌이는 등의 언행으로 엄숙한 국가적 애도 분위기를 흩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참사 터지자 정쟁 불씨부터 지피는 '독버섯 정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SNS에 올라온 한 정치인의 발언이 파장을 낳았다. 지난달 30일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人災)"라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비극을 정쟁 소재로 삼았다'는 비판이 쇄도하는 등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고, 남 부원장은 해당 SNS 글을 황급히 삭제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즉각 공식 브리핑을 내고 남 부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선을 그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SNS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이태원 인파 통제 실패를 지적하는 등 이번 참사가 인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해당 글에 "지난해 보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인파를 통제하는데 실패한 정부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이번 사고는 분명한 인재"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참사 당시 영상을 퍼 나르고 유언비어를 생산하는 분들이 온라인 곳곳에 보인다. 화살이 왜 피해자를 향하고 있는 것이냐"며 "사상자에게 왜 거기 놀러갔냐고 비난할 게 아니라, 모두가 어디에서든 안전한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보장하지 못한 정부와 정치가 비어있던 탓"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정부와 여야 모두 사고를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영수회담이 그 어느때보다 시급하다. 민주당이 먼저 제안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를 두고 여야 정치권에선 남 부원장과 박 전 위원장의 '책임론' 공세가 시의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가 애도가 시작된 시점에 책임 소재를 거론하며 정쟁부터 시도하는 것은 도의적 수순이 아니라는 것.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30일) 남 부원장의 발언에 대해 "앞뒤사정 파악되면 이런 비극이 절대 다시 없도록 제대로 징비록을 쓰자"면서도 "그런데 아무리 정치병자들이라도 좀 사람도리는 버리지 말자"고 꼬집었다. 같은 날 홍준표 대구시장도 "정당들은 이 안타까운 참사를 부디 정쟁에 이용하지 마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정양육수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정양육수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野 서영석, 시의원·당원 60여 명과 술판 벌여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서영석 민주당 의원이 이태원 참사 발생 다음 날인 30일 당 지도부의 음주 자제령에도 지역 당원들과 술판을 벌여 논란이 일파만파다.   

정치권에 따르면 서 의원은 이날 경기 파주시 소재 저수지에서 시·도의원 및 지역 당원 60여 명과 '부천시 당원 교육 워크숍'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지에서 그는 참가자들과 소주와 맥주를 마신 데 이어 포천의 한 식당에서도 재차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당분간 음주 등 사적 모임과 취미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당 차원의 공지를 내렸다. 그럼에도 서 의원은 사전에 예정된 일정이었던 만큼, 워크숍 참석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 차원의 금주령에도 술자리를 가진 서 의원에 대한 감찰을 특별 지시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출입기자단에게 공지를 내고 "이재명 대표는 서영석 의원이 당원 교육 워크숍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보도와 관련해 당 윤리감찰단에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가애도기간에 물의를 빚은 서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사려 깊지 못한 행사 진행으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반성하고 자숙하겠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가슴 아파할 피해자 유가족분들과 국민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서 의원의 페이스북은 현재 비판 댓글 일색이다. 일부 누리꾼은 "'슬퍼'하랬더니 '술퍼'하느냐" "진짜 반성하고 자숙하려면 의원 직 반납하고 자숙하라"는 등 서 의원을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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