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과 동시에 분할론 주목...삼성물산 비상할까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는 이재용 회장 승진과 맞물려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나 삼성물산을 인적분할해 그룹 지주사로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 삼성전자·물산 분할 구체적 전망도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다른 총수 일가와 함께 31.63% 지분으로 삼성물산을 소유하면서 삼성생명ㆍ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고작 1.63%다.

이 회장은 그동안 이 같은 지배구조 때문에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문제가 오랜 숙원이었다. 재계는 이 회장이 10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고 보험업법 개정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된다는 반응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규제하는데, 이 '3%'의 기준이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장가격으로 바뀌는 방향으로 개정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총 7.07%를 내놔야 한다. 

2일 유안타증권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점검' 보고서를 통해 2가지 안을 제시했다.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과 삼성전자 분할이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이 낸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점검' 보고서의 일부분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이 낸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점검' 보고서의 일부분

보고서를 낸 최남곤 연구원은  "보험업법 개정과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그룹에서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인적분할 후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삼성 금융 계열사(삼성생명·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10.22%를 인수하고, 삼성물산은 삼성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투자회사의 지분 10.22%를 사들이는데 필요한 자금은 10.48조 원 수준으로 삼성물산이 충분히 동원 가능한 규모다"라고 했다.

이어 "분할 후에는 현물출자를 통해 삼성물산 → 삼성전자 투자회사 → 삼성전자 사업 회사 구조로 재편된다"며 "해당 거래가 완료되면 삼성물산의 지주비율은 11.1% → 64%로 높아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은 지주회사,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중간지주회사, 삼성전자 사업회사는 삼성물산의 손자회사가 된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가 아니라 삼성물산을 분할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최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에 관한 주장은 ①보험업법 개정 ②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등에 기인하지만,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매입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면 지주비율이 50%를 넘어서게 되면서 지주회사 전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자금 조달의 방법으로 ①삼성물산의 건설 부문 분할 후 매각, ②삼성물산과 삼성SDS 합병 가능성, ③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매각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지배 구조 강화를 위해 위와 같은 방안을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며 사회적 관점에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설사 위와 같은 방안을 실행에 옮겼다고 가정해도 과연 지주회사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까. 가용 가능한 모든 자산을 매각한다고 해도 지주회사 전환에 필요한 최소 금액인 68조 원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최남곤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이 회장 승진에 대해 투자자들은 최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로 해석하고 있다"며 "회장 승진과 더불어 구 미래전략실 성격의 컨트롤 타워 복원 예상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최대주주 특수 관계인 의결권은 15%로 제한되어 있기에, 회장 승진을 계기로 지배력 강화 측면에서 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며 "보험업법 개정에 대한 우려도 한몫한다"라고 덧붙였다. 

- 단시간에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은 단시간에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아직도 매주 진행 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1심 재판이 이 회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어떻게 30%까지 끌어올리느냐가 최대 관건”이라며 “현재로서는 삼성 입장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전혀 급한 상황이 아니라서 자금 조달에 시간을 더 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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