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팬덤과 민주주의 특별위원회출범식을 갖고 첫 회의를 열었다. 국민통합위원회는 사회 갈등의 주원인을 정치로 꼽으면서 팬덤정치의 출현이 토론과 타협을 어렵게 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개선방안까지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행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수정와 석폐율제 도입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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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플랫폼 인물위주에서 정당중심정치제도 개선 추구
- 준연동형비례제 수정, 비례대표 증원.석패율제도입 총선전 액션플랜

국민통합위는 윤석열 대통령 직속 ‘1위원회로 지난 7월 출범했다. 사회갈등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단계적 문제 해결을 통해 국민통합의 공감대를 확산하겠다는 게 최종 목표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통합위원회는 팬덤과 민주주의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특위 위원장은 국민통합위 정치·지역분과위원인 이현출 건국대 교수가 맡았다. 같은 분과 정회옥 명지대 교수가 간사위원이다. 김봉섭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연구위원, 민희 부산대 조교수, 박한우 영남대 교수,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최재윤 법무법인 태일 파트너 변호사가 특위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팬덤특위는 100일 안에 논의하는 주제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팬덤정치에 대한 메시지와 정책제언은 내년 2월 정도에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이 2024년 총선에 돌입하는 시기인 만큼, 여권에 유리한 선거 이슈를 발생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정치분야 분열 갈등 심각, 개선방안 논의

이런 가운데 팬덤 특위는 향후 팬덤정치가 최근 한국민주주의 발전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중요성을 고려해, 정치 분열과 갈등 해소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팬덤정치 이슈를 연구하기로 했다. 팬덤 특위는 소수의 특정 집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침묵하는 다수를 대체하며, 사회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과잉 대표성 문제와 정치 양극화 등을 야기하고 있다최근 극단화된 팬덤정치의 출현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토론과 타협을 어렵게 만들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팬덤 특위는 국민들이 정치 분야에서 분열과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회 국민통합위원회는 정치·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89%가 한국사회 분열과 갈등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32일부터 6일까지 국회도서관 데이터베이스 등록 전문가 1801명을 대상으로 국민통합을 위한 경제분야 의제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전문가 89%가 한국사회 분열과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한국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주인으로 정치적 원인(63.1%)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경제적 원인이 30.9%였다.

팬덤 특위는 또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달·확산이 정치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본다면 정치 의사소통과 참여의 비용을 줄이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확증편향의 강화, 편가르기 형태의 집단주의 문화 확산, 다원주의 훼손 및 공론화 후퇴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며 반지성주의를 키우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팬덤 특위는 디지털 격차 심화 및 디지털 매체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소수의 특정 집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침묵하는 다수를 대체하며 사회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과잉 대표성 문제와 정치 양극화 등을 야기하고 있다최근 극단화된 팬덤정치의 출현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토론과 타협을 어렵게 만들고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팬덤정치가 최근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차지하는 역할과 중요성을 고려해 팬덤특위는 정치 분열과 갈등 해소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팬덤정치 이슈를 연구하기로 했다. 팬덤특위는 건강한 팬덤정치 문화 조성방안을 모색하겠다면서 극단적 팬덤정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야별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실천 과제 중심의 개선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팬덤 정치 야권문제, 민주당 겨냥 행보 시각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팬덤과 민주주의 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한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0.26.뉴시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팬덤과 민주주의 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한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0.26.뉴시스

팬덤특위의 지적처럼 정치 팬덤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등 여론 압박에 정당 내 의사결정이나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제대로 펼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극단적인 팬덤 정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주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문제로 거론되어 왔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여권에서는 박사모에 버금가는 강성 지지층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실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극단적 팬덤 정치가 형성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팬덤은 무비판적 지지였다. 잘잘못을 따져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이성적 모습보다는 맹목적 지지에 가까웠다. 문 전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을 비호할 때도 광적으로 지지했다. 지지율이 20% 이하로 떨어졌다면 문 전 대통령이 국정을 바로잡았을 수도 있다. 결국 정치 팬덤이 문 전 대통령에게는 독약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을 당시에도 정치 팬덤이 형성됐다. 77.77%이란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된 것도 이 대표를 지지하는 정치 팬덤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다. 개혁의 딸로 불리는 친명 성향 권리당원들의 압도적 지지가 이 대표를 당대표로 만들었고, 지금 정치권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진 사람도 이 대표다.

나아가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비판 인사들에 대해 문자 폭탄이나 전화 폭탄을 돌리는 언행이 심각한 정치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시대전환 대표인 조정훈 의원은 지난 6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김건희 특별검사법에 내가 반대하자 개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밤길 조심하라고 협박성 문자 폭탄을 날렸다. 일부는 제 아내와 딸의 이름까지 인터넷상에서 공개 거론했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도 팬덤 정치에 비판적이다. 팬덤 현상이 정당에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역기능이 더 크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029~30일 전국 성인남녀 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치의 팬덤화는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민심과 동떨어진 정당을 만드는 역기능이 크다는 의견이 60.6%를 기록했다. 반면, “정치 참여의식을 높이고 상향식 정당을 만드는 순기능이 더 크다는 응답은 28.9%에 불과했다.

역기능이 더 크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지지층 및 무단층,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에서, 순 기능이 더 크다는 응답은 진보 성향,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대통령 국정운영 부평평가 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67.9%, 민주당 지지층은 48.1%가 팬덤 정치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응답했고, 정의당 지지층 중 70.5%는 팬덤 정치에 역기능이 크다고 응답했다.

다만 팬덤정치 현상이 주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팬덤특위의 팬덤정치 논의가 결과적으로 야권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팬덤특위는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겨냥한 것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 위원장은 팬덤의 본질과 긍정·부정적 영향을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연구하고,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밝혔다.

준연동형제 비롯 비례대표 확대 석폐율제 다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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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개선방안 방향이 제시되기도 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정당과 정치인이 정책경쟁보단 지지자 동원과 팬덤에 기초한 인물정치에 매몰돼 책임정치가 실종되고 있다장기적으로는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확대하는 새로운 민주주의 개념을 만들어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인물이 나닌 정당 중심의 정치를 위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행 준연동형비례대표제도 손을 볼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을 만들어 무력화시킨 만큼 여야 모두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당 중심을 팬덤 개선책으로 짚은 만큼 비례대표 확대와 석패율제를 통한 사표 방지나 공천권의 분산 등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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