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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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규칙’이란 사업장에서 근로자 전체에게 적용하는 근로조건에 대한 기준을 집단적, 획일적, 공통적으로 정한 경영규범 등을 말한다.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 중 중요한 임금이나 근로시간, 연차휴가 등에 대한 사항은 개별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으로 정하지만, 그 이외의 다른 근로조건(경조휴가, 징계, 인사발령, 승진 등)에 대해서는 통상 취업규칙으로 정하고 있다. 

취업규칙은 개별 사업장에서 사규, 내규, 인사규정, 복무규정 등 다양한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근로자 전체(또는 일부 집단)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에 대한 기준으로 정해 둔 것이라면 그 이름과 관계없이 모두 그 법적 성격을 취업규칙으로 본다. 

- 근로조건을 기준으로 정했다면 법적 성격 띈 취업규칙 봐 

최근 대법원에서 취업규칙 개정과 관련해 정기휴가 폐지와 관련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인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효라는 판결을 했다. 이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에 따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있어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에 관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개요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위해서는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동의방법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해는 결과적으로 법원의 판결에서 정한 방식을 통해 동의를 얻어야 한다. 

만약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근로기준법 제114조제1호)을 받을 수 있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내용도 무효가 된다는 점에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절차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정기휴가의 폐지’절차가 적법하다고 본 1심 판결과 달리,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취업규칙 개정 내용 중 ‘정기휴가 제도의 폐지’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고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없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먼저, 법원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해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으며, 그 동의의 방법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해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법원은 ‘근로자 과반수 동의’라는 요건은 과반수 노동조합이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에 대해 자주적이고 대등한 지위에서 근로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집단 의사가 형성돼 ‘집단적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요청’이 충족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위와 같은 요건 충족 여부는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정도와 그것이 개별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및 사용자 측이 제도 변경을 추진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상호 의견교환이나 토론 등 집단적인 논의를 거쳐 취업규칙 변경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았는가라는 관점에서 평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해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해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보면서,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해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므로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다. 

법원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해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면서, 여기서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이란 종전 취업규칙의 보호영역에 따라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가리킨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이 사건 취업규칙 중 정기휴가 제도를 폐지하는 부분은, 기존에 연봉제 근로자들에게 정기휴가 4일을 유급휴일로서 부여하던 것을 폐지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 취업규칙에 의해 보호되던 근로자들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는 것으로서 위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 위반 : 무효 

또한, 원고가 취업규칙 개정을 위해 근로자들의 동의의사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회의방식을 통한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취했던 일련의 조치, 즉 개정안에 대한 설명의 내용과 방법, 의견취합을 위해 부여한 시간, 의견취합의 단위와 방법 등의 문제를 종합해 고려하면, 결국 원고가 피고들을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에게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을 통해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결과적으로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 중 ‘정기휴가 제도 폐지’에 관한 부분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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