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적 불황과 양극화, 계층이동의 고착, 노령화 등의 문제가 심화됨에 따라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가 날로 증가하면서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적, 보건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불경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한 개인의 극단적인 선택뿐 아니라 일가족이 자의든, 타의든 끔찍한 결정을 하는 사건이 생기는 등 여러 원인에 의한 우울증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우울증이 급증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대 사회는 과거와 달리 물질적인 풍요를 이루면서 육체노동에 비해서 정신노동의 비율이 많아지고, 인간관계 역시 복잡해졌다. 그로 인해 우울증의 주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스트레스가 근무 환경의 변화, 비만, 당뇨, 주변 사람과의 불화 등과 같은 다양한 복합적인 요인들과 얽히면서 과거에 비해 잦은 발병으로 사회적 이슈로 이어졌다. 

또한 거대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개인의 존재감은 작아지고 있고, 이로부터 발생된 불안이 스스로를 주위로부터 격리시킴으로써 폐쇄성을 지닌 우울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울증은 평생 유병율이 여자는 10~25%, 남자는 5~12%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울증 환자 중 50~60%가 재발하고, 환자의 15% 정도가 자살을 하는 심각한 정신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진단기준인 ICM-10에 따르면 우울한 기분, 흥미와 즐거움의 상실, 피로감의 증대와 활동성 저하를 일으키는 기억력 감퇴 등이 주요 증상이다. 

이와 더불어 집중력과 주의력의 감소, 죄의식과 무가치감, 비관적 태도, 자해나 자살 행위 또는 생각, 수면장애, 식욕감퇴 등의 증상이 있으면 우울증으로 진단하게 된다. 2014년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58만 8155명으로 2005년의 43만 5366명에 비해 대체로 10년 동안 35%가량 늘어났다. 우울증 및 이로 인한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2007년 7조 3,367억 원에서 2011년 10조 3,826억 원으로 5년간 그 비용이 41.5% 증가했다. 암, 허혈성 심장질환, 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도 유의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4th edition(DSM-IV)의 주요 우울증 심화의 진단 기준을 보면, 적어도 2주 동안, 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 기분 또는 모든 활동에 있어서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이 주된 증상을 나타난다.

여기에 다음의 부가적 증상 즉 ▲체중의 감소나 체중의 증가, 거의 매일 나타나는 식욕의 감소 또는 증가 ▲거의 매일 나타나는 불면이나 과다한 수면 ▲거의 매일 나타나는 정신 운동성 초조나 지체 ▲거의 매일의 피로나 활력 상실 ▲거의 매일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의 느낌 ▲거의 매일 나타나는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 특정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 생각 또는 자살기도나 자살 수행에 대한 특정 계획, 이중 최소 4가지 이상의 증상을 경험한 경우로 정의하고 있고, 주요 우울장애는 한 번 이상의 주요 우울증 심화로 특징지어진다.

우울증은 생화학적 이상, 호르몬 변화와 같은 생리적 요인, 실직 등 사회경제적 상황, 개인적 성향과 스트레스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겨나는 질병이다. 정신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42. 6%에 달하는 환자가 상담치료, 식이요법, 운동, 종교적 수양 등 정신과 진료 외에 다른 치료수단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약 30%의 환자는 내과, 한의원 등의 진료를 거친 후 정신과를 찾은 것으로 답변했다. 우울증이 단순한 항우울제 복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비약물 요법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며, 상당수의 환자가 한의원 진료 경험이 있다. 즉, 우울증의 치료에는 한의학을 비롯한 스포츠,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우울증의 주증상에는 체중 감소, 불면증이나 과수면증, 정신 행동의 지체나 안절부절, 피로감이나 무력감, 자기 비하나 더 나아가 부적절한 죄책감, 집중력의 감소나 사고 곤란, 죽음에 대한 반복적 생각이나 반복적 자살 사고 등이 있다. 이처럼 우울증은 개인의 생활과 대인 관계에 있어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는 질환이지만 흔히 일반적인 스트레스로 여기거나, 우울증이 포함된 범주인 정신 장애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져서 전문적인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 실제 우울증을 겨고 있는 인구수에 비해 실제적인 치료는 소수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서양의학에서는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약물들이 개발되어 왔다. 그 약물들에는 MAO 억제제(MAOI: monoamine oxidase inhibitors), 삼환계 항우울제(TCA: tricyclic antidepressant),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약물인 fluoxetine(상품명: Prozac, Seroxat, Zoloft),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aRI: serotonin no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등이 있으나 심장병을 유발하거나 불면, 오심, 초조, 어지러움 등의 금단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부작용으로 세로토닌 활성과 관련된 위장 관련 부작용과 신경과민, 체중 증가, 성기능 장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최근에는 천연 약재의 효능이 검증되면서 우울증에 대한 효과가 좋으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방향의 항우울제에 대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우울증이라는 병명이 존재하지 않으나 예로부터 ‘울증(鬱證)’, ‘백합병(百合病)’등의 용어로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병증을 묘사하고, 이들 병의 원인, 기제, 치료방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하였다. 고대에는 주로 정지불서(情志不舒), 기기울체(氣機鬱滯)를 병인으로 보았으며 기혈 불화(氣血不和), 음허화왕(陰虛火旺), 심신실양(心神失養)이 발병에 있어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에 와서도 우울증에 대한 이론, 임상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항우울 효과 실험을 한 약물 중 단일제로는 연자육(蓮子肉), 지골피(地骨皮), 백강잠(白殭蠶), 녹용(鹿茸), 인삼(人蔘), 향부자(香附子), 수삼(水蔘), 시호(柴胡), 울금(鬱金)등이 있고, 복합제제로는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 사역산(四逆散), 귀비탕(歸脾湯), 귀비온담탕(歸脾溫膽湯), 분심기음(分心氣飮), 보혈안신탕(補血安神湯),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 수비전(壽脾煎), 칠복음(七福飮), 삼정환(三精丸) 등이 쓰였다. 단일제는 각각 그 효능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청심(淸心), 청열(淸熱), 소간(疏肝), 화담(化痰)하거나 보익(補益)하는 효능이 있는 약물을 실험하였다. 복합제제는 이기안신(理氣安神)하고, 소간유간(疏肝柔肝), 건비화담(健脾化痰)하는 특성이 있는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를 보면 위에서 언급한 약물의 대부분이 항우울 효과를 지니고 있다. 부작용에 대해서는 연자육의 경우는 없다고 보고되었으나 다른 약물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참보인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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