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구속ㆍ당선무효형에도 억대 공로금 지급...조합원들 '반발'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농협중앙회가 전임 회장에게 지급한 거액의 '퇴직공로금'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당선 무효형이 확정된 김병원 전 회장이 받아간 거액의 공로금과 관련해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성희 현 회장이 공로금을 환수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지급에 찬성한 이사회에 대해 배임 혐의를 묻겠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이들은 지난 8일 본사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 당선무효형 확정, 김병원 前 회장에 대한 퇴임공로금 지급은 명백한 규약 위반
- 농림축산식품부와 이성희 회장은 농협중앙회 이사회에 업무상 배임 책임 물어야


농협중앙회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김병원 전 회장 재직 당시 농협중앙회 연봉은 3억 6000만 원이다. 퇴임공로금은 재직기간 3년 10개월(48개월) 기준 2억 7600만 원이 지급됐다. 

- 불법 눈 감았나, 노조 집단행동 나서

2021년 7월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 파기 환송심에서 김 전 회장에 대해 ‘공공단체 위탁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확정했다. 김 전 회장은 임기만료를 몇 달 앞둔 2019년 12월 말 공직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했지만, 농협중앙회는 당선 무효형을 받고 개인적 사유로 사퇴한 김 전 회장에게 고액의 퇴임 공로금을 지급했다.

농협 조합장의 ‘퇴임 공로금 지급을 위한 규약’에 따르면, 당선취소 당선무효 등의 사유로 퇴임하는 경우와 이 사유로 인해 재판이 진행 중인 때에는 그에 대한 무혐의가 확정될 때까지 ‘퇴임공로금의 지급을 유예한다’로 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농협과 농민 조합원 정서를 고려하여 선거법 위반자에 대한 퇴임 공로금 지급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또한 농협중앙회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의 결정이 농협에 손실을 끼쳤을 때는 연대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고, 그 의사결정에 반대의사를 회의록에  남기지 않은 이사는 찬성한 것으로 보고 손해배상의 책임을 묻고 있다. 

과거 정대근 전 회장은 2007년 재직 기간에 뇌물수수로 구속 해임되자 6년을 근무했음에도 퇴임 공로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개인적인 사유로 중도 사퇴하고, 당선 무효형까지 받았음에도 농협중앙회 이사회는 재판 기간에 퇴임공로금을 지급한 것이다. 

서필상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본지와 만나 "김병원 전 회장은 2016년 3월에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취임했고 임기 만료를 앞두고 총선 출마라는 개인적 사유로 2017년 말에 사퇴했다"며 "최근 국감 조사에서 농협중앙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퇴직공로금으로 거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 1월에 이미 서울중앙지검에서 김병원 회장에게 벌금이 선고됐다. 최근 법원은 당선무효형 판결을 내렸다. 그 사이에 김 회장은 퇴임 해고 공로금을 지급 받았다"며 "농협 이사회를 거쳐서 지급된 것으로 알려진다. 판결이  확정될때까지는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당연한데 농협중앙회 이사회는 거액을 지급했다. 이 부분은 배임이다. 이 부분이 확인된 이상 이성희 회장은 환수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고 지급을 찬성한 이사회 전원에게는 배임으로 고발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 본부장은 "퇴직공로금의 꼼수 지급이 가능한 것은 법적 허점 때문이다"라며 "공직선거법에서는 처리 시한을 6개월로 두고 있는데 공공단체는 처리 시한이 없다. 조속히 법률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법률 개정이 될 수 있도록 최대의 노력을 하겠다"라고 했다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농협중앙회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농림축산식품부와 현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농협중앙회 이사회의 업무상 배임에 관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며 “농협중앙회 ‘퇴임 공로금 지급을 위한 규약’에 따르면 당선취소 당선무효 등의 사유로 퇴임하는 경우와 이 사유로 재판이 진행 중인 때에는 지급에 유임토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음에도 이사회가 이를 지급했기 때문이다”라고 부연했다. 

문제는 과거에도 역대 농협중앙회장들이 불미스러운 일에도 고액의 퇴직공로금을 받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선 최원병 전 회장의 고액 퇴직금 문제가 입방아에 올랐다. 

당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원병 전 회장이 농협중앙회와 농민신문사로부터 받은 퇴임공로금과 퇴직금의 합계가 11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4월 최 전 회장에게 5억 7600만 원의 퇴임공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농민신문사는 지난 3월 최 전 회장에게 5억 4200만 원이 퇴직금을 지급했다. 농협중앙회 퇴임공로금과 농민신문사 퇴직금을 합하면 최 전 회장이 퇴직 명목으로 받은 금액은 총 11억 1800만 원에 달한다.

2005년 7월 농협법 개정으로 농협회장직이 비상임 명예직이 됐고 그 취지에 따라 농협 회장에 대한 퇴직금 제도가 폐지됐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의사회 의결로 퇴임공로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면서 회장이 사실상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신문사의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위 의원은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귀족 회장의 특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특히 본업은 농민신문사 회장, 부업은 농협중앙회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겸직과 이중 급여, 퇴임공로금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성희 회장, 농협중앙회 개혁 앞장

이성희 회장은 2020년 농협중앙회 회장에 다시 출마해 24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그는 취임사에서 "농업·농촌이 여러모로 힘들고 국내외 경제 상황도 어려운 시기에 농협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 또한 느낀다"며 "업인의 행복을 위한 새로운 여정에 국민 여러분의 동참을 부탁하며, 농협은 이 땅의 모든 농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 본부장은 "(전임 회장이 고액을 받는 동안) 자회사인 농협 하나로 유통 비정규직에는 경조금 교통비 명절 상품권까지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어이없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진정성부터 보여주길 기대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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