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김태진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김태진 변호사]

헷갈리는 법률용어, 왜 내 변호사는 자꾸만 말을 바꾸는 것 같을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법률용어는 그 의미가 잘못 알려져 있거나, 전혀 다른 의미로 쓰여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뢰인들이 현재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를 포착하는 통찰력은 변호사로서 갖추어야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그러나 때로는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워낙 비슷한 용어들이 많아 전혀 다른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의뢰인들은 종종 “변호사가 언제는 된다고 했다가, 언제는 안된다고 했다가 하면서 말을 자꾸 바꿘다!”라며 실망감을 표하기도 하는데, ‘기소유예’, ‘집행유예’, ‘선고유예’ 이른바 「유예 3형제」 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기소유예 : 자비로운 검사님의 선처
 
「유예 3형제」의 농간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먼저, 형사절차의 진행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3가지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도 힘든데 어째서 기본구조까지 이해하라고 강요하느냐며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예 3형제」들은 각기 등장하는 무대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형사사건이 최종적으로 처리되기 까지 어떤 무대를 거쳐 진행되는지를 알아두는 것은 이하의 설명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예컨대, 여기에 장발장이 빵을 하나 훔쳤다고 가정해보자. 빵을 훔쳤으니 현행법상 ‘절도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 형사사법 절차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사의 유죄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장발장은 무죄로 추정된다. 그런데 법원에 계신 판사님이 일일이 장발장을 잡아다 법정까지 끌고와 처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수사기관과 소추기관의 몫이기 때문이다.

먼저, 빵집 주인을 찾아가 조사하고, 주변 목격자와 증거를 찾으며, 장발장을 체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 형사절차에서는 사법경찰관이 이 역할을 맡고 있다. 이것이 ‘경찰 단계’의 수사 절차다.

다음으로,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통해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었다고 판단하면 확보된 증거 자료를 정리하여 이를 검찰로 보내는데, 이를 ‘송치’라 한다. 검찰에서는 송치된 사건을 다시 한번 검토하여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검찰 스스로 추가 수사를 진행한다.

검찰이 수사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수사과정이 마무리 되면, 검찰에서는 장발장을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기소(공소제기)란, 검찰이 수사결과 범죄혐의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법원에 수사대상자인 피의자에 대하여 유죄를 선포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결정하는 판단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이 수사기관일 뿐만 아니라, 소추기관, 즉 형사사건의 재판을 요구하는 기능도 한다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이때 검찰에서 기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을 ‘불기소처분’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수사결과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에 하는 ‘혐의없음’ 외에도, ‘죄가 안됨’, ‘공소권없음’ 등의 사유가 있다. 특히, ‘기소유예’가 바로 여기에서 등장하는데, ‘기소유예’란 피의사실이 인정되나 형법 제51조 각 호의 사항(연령, 성행, 지능,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동기, 수단, 결과, 범행 후 정황)을 참작하여 소추할 필요가 없는 경우 하게 되는 처분이다(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 제3항 제1호).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법관으로부터 유죄의 판결을 선고받을 일도 없고, 당연히 유죄 판결이 선고될 일도 없으니 전과기록(수형인명부, 수형인명표, 범죄경력자료)가 남지도 않는다(다만, 수사경력자료는 유지된다). 위의 요건만 충족하면 기소유예를 할 수 있는 범위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검사가 할 수 있는 가장 관대한 선처로 받아들여진다.
 
▲선고유예
 
기소유예가 검사님이 베푸시는 선처였다면, 선고유예와 집행유예는 판사님께서 베푸시는 선처라 할 수 있다. 다만, 선고유예와 집행유예는 모두 법원 단계에서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으나, 양자는 선고할 수 있는 요건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즉, 등장하는 무대(법원 단계)는 같지만, 상황(요건)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선고유예란, 범죄혐의가 충분히 인정될 수는 있으나 그 정도가 경미하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굳이 피의자를 대상으로 유죄 및 처벌의 수위를 미리 정하여 놓기는 하되, 선고하지는 않고 기다렸다가 유예기간 중 특정한 사고가 없을 경우 사건 자체를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이다. 구체적인 요건은 ①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②형법 제51조의 사항(연령, 성행, 지능, 환경, 피해자와 관계,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고려하여 ③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할 때 가능하고 ④다만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경우 제외된다(형법 제59조 제1항).

선고유예를 받게 되면 2년 뒤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게 되는데(형법 제60조), 이 때문에 선고유예는 판사님께서 베푸시는 가장 관대한 선처로 이해된다.
다만, 선고유예는 실효되는 경우가 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①선고유예 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거나 ②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전과가 발견된 때 및 ③보호관찰 기간 중에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에는 선고유예는 실효되고, 유예한 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된다(형법 제61조).
 
▲ 집행유예
 
마지막으로, 판사님으로부터 집행유예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범죄혐의가 충분히 입증되고, 정상참작 사유 등으로 보아 선처해줄 필요성은 있으나 선고유예의 요건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유죄판결이 선고된 상황에서 판사님이 베푸는 선처라고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인 요건으로는 ①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 ②형법 제51조의 사항(연령, 성행, 지능, 환경, 피해자와 관계,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여 ③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그 형의 집행만을 잠시 미뤄두는 것을 말한다(형법 제62조 제1항).

선고유예와 마찬가지로 집행유예 역시, 1)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는 실효되고, 2) 집행유예선고를 받은 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발견되면 집행유예는 취소된다.
 
▲ 마치며
 
「유예 3형제」 에 대해 확인해보았다. 물론, 이것만으로 의뢰인들이 갖고 있는 모든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킬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은 “수사 진행 중일 때 검사가 집행유예해줄 거라면서요”, “왜 예전에는 기소유예 가능성이 있었다고 해놓고, 판사님께 기소유예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주장 안하는 건가요”라는 등의 질문이 왜 틀렸는지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라 기대한다.

만일 그래도 이해되지 않거나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가까운 변호사에게 문의하기를 권한다. 좋은 변호사라면 상담 과정에서 어떤 점을 오해하고 있는지 짚어내어 친절히 설명해주고, 사건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아낼 것이다.

< 김태진 변호사 학력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변호사시험 합격 / 경력 ▲제12보병사단 군검사 ▲제3군단 징계장교 ▲국방부 국군재정관리단 송무장교 ▲국방부 국군재정관리단 법무실장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수상▲국가송무 수행 우수 표창(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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