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식품업계가 어렵다는 소식을 익히 들었지만, 제품 가격 인상 소식이 없어 의아하던 찰나 제품 용량을 줄였다는 사실을 알고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꼈다." - 주부 A씨.

"소비자들은 가격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식품의 내용량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변화를 인지하기 어렵다. 식품업체는 식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감을 줄이기 위해, 식품의 용량은 조절하되 가격은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며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 - 소비자주권회의 성명 내용 일부

- '슈링크플레이션'에 소비자 분통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식품업체가 용량은 줄이고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전략을 사용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소비자주권회의에 따르면 슈링크플레이션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는 지난 9월 폭염·폭우·태풍 등의 기후 여파로 양상추 가격이 급등하자 양상추를 빼거나 대체 하는 식으로 햄버거를 제공했다. 

맥도날드는 일부 매장에서 햄버거에 들어가는 양상추를 평소보다 적게 넣거나 빼는 방식으로 제조했으며, 롯데리아는 일부 매장에서 햄버거에 양상추와 양배추를 섞어서 제공해 뒤늦게 논란이 된 바 있다.

오리온은 최근 초콜릿 바 ‘핫브레이크’의 중량을 기존 50g에서 45g으로 5g 줄였다. 그 대신 가격은 1000원으로 유지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올해 9월 토핑 요구르트 ‘비요뜨’ 용량을 기존 143g에서 138g으로 5g 줄였다. 농심 ‘양파링’도 84g에서 80g으로 4g 줄였으나,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농심은 ‘오징어집’ 용량도 83g에서 78g으로 줄였다. 아이스크림 제품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 제품의 크기가 줄었다는 소비자 불만 글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소비자 불신 어디까지 키우나
 
문제는 식품업체들이 슈링크플레이션을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리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소비자들도 구매하는 물품마다 자세하게 확인하지 않아 알아채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이를 제재할 법적인 방안도 없다. 

소비자주권회의는 성명을 내고 "초인플레이션 시대에 사는 소비자들은 결국 제품의 가격대비 용량을 꼼꼼히 확인하고 주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기업은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식품업체는 중량 감소에 대해 소비자피해를 예방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 공지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심사와 시정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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