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4일만에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중단했다. 대통령실은 중단이유로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도어스테핑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불미스러운 사태1118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 벌어진 공개 설전을 뜻한다. 출근길 문답중에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참모가 기자와 충돌하는 상황이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한몫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MBC기자에 대한 대통령실 기자단의 징계를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출입 간사단은 이를 거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후 가장 내세운 게 국민과의 소통이었고 그 일환으로 마련한 게 출근길 문답이었다. 윤 대통령의 자신감의 표현이었고 국민과 직접 소통한다는 이미지로 각광을 받아왔다. 하지만 7개월도 안돼 그만둔 사연이 결국 MBC기자와 참모간 충돌로 재개하기는 힘들 것 같다.

MBC나 대통령실은 모두 감정적인 대응을 했다. 미 해외순방중 윤 대통령 욕설의혹으로 시작돼 동남아 순방중 MBC 전용기탑승 불허에 세무조사까지 양측 모두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언론과 대통령의 싸움은 결국 둘 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MBC보다는 윤 대통령과 정부가 불통이미지와 오만한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을 공산이 높다.

윤 대통령은 용산시대를 선언하면서 가장 큰 변화로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이 한 건물에 있게 해 변화를 줬다. 또한 출근길 문답까지 더해져 소통하는 대통령을 자임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출근길 문답 중단과 가벽 설치가 동시에 이뤄지며 대통령실의 소통방식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나 대통령실은 보안을 이유로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참모간 취재관행을 엄격히 했다. 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참모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푸념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그래도 당시에는 대통령과 출근길 문답이라도 있어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대통령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어 참을만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참모들에게 출입기자들의 전화를 받도록 허용할 공산도 낮아 보인다. 취임 100일도 안돼 대통령실이 대대적인 인적개편이 이뤄진 배경에는 민감한 정보의 누출이 원인이었다. 허용한다고해도 말 잘못하면 쫓겨나는 상황에서 기자들을 접촉할 참모들도 찾기 힘들다.

결국 국정 현안이나 이슈가 터질 때 사실을 보도하기보다는 왜곡된 정보와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할 공산이 높다. 이럴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역시 대통령과 국민들이다. 당장 선거가 없어 안심할지 모르나 지금 국민들은 SNS나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 기록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어제 일처럼 꺼내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20244월 총선은 1년 넘게 남았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나 이번 총선은 대통령 임기를 절반을 넘기는 시점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중간평가의 성격이 짙다. 정당의 지지율보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의해 선거판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총선 패배가 대통령 책임론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MBC를 바라볼게 아니라 국민들을 바라봐야 한다. 언론은 소통을 위한 수단이지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된다. 출근길 문답은 역사속으로 사라질 공산이 높아졌지만 이를 대체할 국민소통 수단을 가급적 빠른 시기에 내놓아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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