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내부자료를 검증 없이 인용한 것으로 추정, 졸속한 보고서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부산 이전을 두고 마찰이 여전하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부터 기초단체장까지 정부의 국정과제인 산은 부산 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반면 산은 직원들은 이전 반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 산하 '부산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KDB산업은행 이전 효과가 2조 원이다'라고 전망했는데 노조는 졸속보고서라고 평가 절하한다. 해당 보고서를 입수해 그 내용을 살펴본다.

- 부산시 산하 '부산연구소' 이전 효과 2조 원 담긴 13쪽 보고서 공개
- 보고서 표지 제목 '오타', 신뢰성 문제 제기...연구소 측 "단순 실수"


본지가 입수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 이전에 따른 부산경제 파급효과는 크게 건설파급 효과(이전 전 단계)와 운영에 따른 파급효과(이전 후)로 나뉜다.

우선 보고서는 지역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한국은행에서 제시한 부산지역의 유발계수를 활용해 각 산업분야에 대한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KDB산업은행 본사(본관) 건설과 운영에 따른 부·울·경 생산 유발효과 2조 4076억 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1조 5118억 원, 취업유발 효과 3만 6863명으로 분석했다. 또한, 부산지역의 생산유발 효과 2조 2833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조 4665억 원, 취업유발효과 3만 6122명으로 분석했다.

건설과 운영의 경제적 파급효과로는 KDB산업은행 본사(본관)건설에 따른 부울경 생산 유발효과 2599억 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1035억 원,취업유발효과 1885명으로 분석한다. KDB산업은행 본사 운영에 따른 부울경 생산 유발효과 2조1477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조 3981억 원 취업유발효과 3만 4978명으로 분석한다. 

보고서 작성자는 "KDB산업은행의 부산금융중심지 이전 효과 중에서 산업연관분석을 통한 지역 경제의 생산유발, 부가가치유발, 고용유발 효과를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분석에서는 한국은행에서 2020년 발표한 '2015년 지역산업연관표'를 이용해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따른 남부권 중 동남권, 대경권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시행했다"라고 덧붙였다. 

- 엉성한 조사 기법 지적

하지만 이 보고서가 논란에 휩싸였다. 부실한 양과 엉성한 조사 기법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산업은행 노동조합은 "기관명조차 혼동해 작성된 '졸속 보고서'를 토대로 국가 경제를 지지하는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추진하는 현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해당 보고서에는 KDB산업은행의 명칭이 KB산업은행 오기된 곳이 발견된다. 보고서 작성자는 일부 매체를 통해 "단순 오기 실수"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보고서의 신뢰를 떨어트렸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또 노조는 "영업자산 250조 원ㆍ매출액 30조 원인 국책은행 이전 효과를 분석하기에는 (해당 보고서가) 연구 분량 및 참고자료 등이 다소 무리가 있다"며 "산업은행 및 부산시 유휴부지 현황자료 6페이지, 참고문헌 1페이지 제외 시 실질적인 분석내용은 5페이지에 불과하고 참고문헌은 산업은행 현황 공시자료 5건, 통계자료 2건으로 매우 부실한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행 고시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해 경제효가 계산을 지나치게 단순화했으며 다수 연구위원들도 해당 분석법의 실요성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산 이전에 따른 신규사옥 건축비를 재정투입금액에 포함하고 산업은행의 운영비를 과대 계상하는 등 산업은행 부산이전의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자료를 임의 가공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10월 국감에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산은 본점 이전의 근거로 활용되기도 했다. 

당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상구)은 "(산은 본점 이전에 따른) 부울경 생산 유발효과가 2조 4000억 원이고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1조 5000억 원이라는 보고서가 있다"면서 "그런데 이것이 과연 대한민국 서울 일극 체제에서 자해행위라고 이야기할 부분"이냐고 말했다.

- 장제원 의원 국감에 활용하기도

이와 관련해 본지와 통화한 조윤승 노조위원장은 "이런 부실하고 무책임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산업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산업은행의 경쟁력과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부산 이전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은 일부 정치인의 개인 재산이 아닌, 국민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다"라며 "심지어 자산 규모가 300조에 가깝다. 주권자의 대리인들이 권력을 장악했다는 이유로 사익을 위해 타당한 근거도 없이 산은과 같은 국민의 중요한 자산을 훼손하는 것은 범죄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최근에 금융위원회가 산은법 개정을 회피하여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해 우회적으로 산업은행을 이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는 국회를 무시하고 법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금융위는 정부 기관으로써 마땅히 정정당당한 절차를 통해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산은법 개정 없이 산업은행을 이전한다면 우리 산업은행 노동조합과 전체 직원들은, 강석훈 회장, 산업은행 경영진, 금융위원장, 금융정책국장, 균발위원장, 균발위원 등 이 의사결정에 직권을 남용하고 참여해 대한민국과 국민께 심대한 손해를 끼친 자들에 대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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