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지배구조 흔들 '우려'...이재용 회장 발목 잡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700만 삼성 주주 지킴이법!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700만 삼성 주주 지킴이법!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관련한 논란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국회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삼성생명법'을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한동안 멈춰 섰던 법안 처리가 다시 불붙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삼성생명으로 이어진 고리를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고 있다. 만약 이번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삼성생명 지분을 팔면 이 회장의 지배력이 약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해당 개정안이 '삼성그룹 저격 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 법 개정되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지배구조에 변화 불가피
- 박용진 의원 "삼성과 개미투자자를 위한 일"...국회 통과 여부 주목


국회 정무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 22일 상정됐다. 삼성생명법은 2014년 19대부터 시작돼 20대 국회에도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법안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 등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현행 보험업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3% 룰'의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평가'로 바꾸자는 내용이 골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주식을 원가보다 시가로 하는 게 회계원칙에 맞는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금액으로만 소유할 수 있다. 이 때 지분가치를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한다. 현재 이 법에 포함된 곳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8.51%(약 5억 815만 주)는 1980년 당시 취득원가(주당 1072원)를 반영해 약 5444억 원으로 평가된다. 이는 삼성생명의 자산 3%인 9조 원에 미달, 현재로서는 주식 보유에 문제가 없다.

- 다시 도마 오른 삼성그룹 지배구조

하지만 만약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가평가' 기준으로 계산법이 바뀌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30조 원 수준으로 뛰어오른다.

이에 삼성생명은 20조 원이 넘는 초과분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매각 차익의 22%가 법인세로 징수된다. 과거 주당 1072원에 사들였기 때문에 주당 약 1만 원씩 약 5조 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삼성화재도 자유롭지 않다. 삼성화재 역시 현재 삼성전자 지분 약 1.49%를 가지고 있는데,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약 2조 7000억 원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아울러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IT 계열사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회사가 수직계열화돼 있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직접 지분율은 1.63%에 불과하지만, 삼성생명(8.51%)과 삼성물산(5.01%)을 통해 강력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이에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와 전망이 공존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삼성생명이 적법하게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게 하는 것은 자본시장원칙에 맞지 않고 오히려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무리하게 법안 통과를 추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법'으로 불릴 만큼 특정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삼성전자 주주들 주식가치 제고 될 가능성 높아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구을)은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고양시 정)과 함께 국회에서 삼성생명법 공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이 (삼성생명)법은 단 한 곳의 예외도 없이 모든 기업이 법을 지켜야 한다는 단순명료한 접근에서 출발한 법”이라며 “삼성생명법은 이재용 단 한 사람의 특혜, 아버지 시대의 유산을 떨치고 시장의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는 삼성 주주 지킴이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생명법을 통해 160만 유배당 계약자는 그 계약에 합당한 권리를 되찾게 되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600여만 삼성전자 주주들도 자신의 주식가치가 제고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마디로 760만 국민이 돈을 버는 개미이익법”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제 아버지 시대의 불법, 특혜, 반칙을 지나 삼성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갔으면 한다"며 "국회가 이 회장을 도와드리겠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도 이번에 다시 그 당위성을 말씀드리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라며 이번 토론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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