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도어스테핑이 중단됐다. 사유는 MBC 기자와의 설전이다. 이를 두고 여야간 공방전도 전개됐다. 대통령실은 공개 설전과 슬리퍼 논란의 책임을 MBC에 떠넘기며 재발방지 대책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제도를 보완한 뒤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여권 내부에선 완전히 중단하라는 조언도 이어진다. 그만큼 도어스테핑에 대한 장단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초로 집무실 출퇴근을 하고 최초로 도어스테핑을 진행하는 모습에 초반엔 호평이 이어졌고, 즉흥적인 발언이 오히려 국정 지지도에 걸림돌로 작용할 때도 있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남긴 것을 재조명해봤다.

출근길 문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출근길 문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통 511일 출근길 문답 실시 61번째만에 잠정 중단결정
- 초반 호평일색 시간 지나자 즉흥적 발언물의 일으키기도

윤석열 대통령은 510일 취임 이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집무를 시작하면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도어스테핑을 도입했다. 도어스테핑은 훌륭한 소통 방식이자 선진정치에선 일상화된 형식이다.

과거 불가능했던 도어스테핑, 윤 소통 진정성 투명성 높여 

매일 아침 대통령이 기자들과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질의응답을 나누며 집무실로 들어서는 모습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야말로 정치권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존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의 건물이 분리돼 있어, 윤 대통령 이전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물리적으로도 출근길 도어스테핑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기자들과 대화하고 국정 정책 방향을 직접 설명했고,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최고 권력자가 직접 나서면서 소통의 진정성과 투명성을 높였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매일 아침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정치인 중에서도 달변으로 꼽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즉석 질의응답을 좀처럼 하지 않았는데, 윤 대통령이 이런 리스크를 떠안고 정공법을 택한 것 자체가 엄청난 결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당시 취지가 좋다고 인정할 정도다. 도어스테핑은 윤석열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윤 대통령도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실제 코로나19 재확산과 이태원 참사에 따른 국가 애도 기간을 제외하면 중단된 적은 거의 없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진행했던 건 자신의 공약인데다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도어스테핑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권위를 내려놓은 듯한 윤 대통령의 새로운 소통 방식은 신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육성을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이 나왔고, 정부 부처에는 책임감을 부여하기도 했다.

검찰 재직 시절부터 특유의 정면돌파 스타일을 선보였던 윤 대통령이라 다소 위험을 감수하고도 도어스테핑이라는 파격 행보를 이어갈 수 있었다.

실제로 도어스테핑 초창기만 해도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이나 특별한 이벤트를 제외하곤 라이브로 진행되는 질의응답에 되도록 나가선 안 된다각본 없는 상황을 잘 소화한다고 해서 솔직히 얻는 건 별로 없지만, 자칫 실수라도 하면 타격은 막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도어스테핑의 가성비가 낮다는 점을 모두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결단은 더욱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돌발 발언 등으로 인해 국정운영 악 영향 끼치기도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박대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권성동 과방위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2022.09.28. 뉴시스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박대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권성동 과방위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2022.09.28. 뉴시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돌발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사적 지인 대동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윤 대통령은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 (잘 모르겠다)”고 답하면서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정쟁거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징계와 윤석열차 논란 등 민감한 이슈에는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답변이 국정운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동시에 윤 대통령이 말을 다듬어야 한다는 말들이 쏟아졌다.

이후 인사 실패 논란에 대해 윤 대통령이 전 정권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는 등의 발언이 나오면서 도어스테핑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각종 논란이 일자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방식을 변화시켰다. 도어스테핑을 처음 할 당시에는 취재진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이후 모두발언을 먼저 실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부각됐고, 도어스테핑도 안정적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지난 1861번째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논란이 생기면서 잠정 중단됐다. 윤 대통령은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해 설명했고, MBC기자가 이에 반발하며 자리를 뜨던 윤 대통령에게 질문을 한 것이 화근이 됐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질문에 대한 아무런 답변 없이 집무실로 향했고, 이후 MBC 기자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기자와 비서관의 설전이 그대로 보도됐고, 대통령실은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도어스테핑을 정착시키고, 전통으로 만들려 한 것은 스스로 질문 받고 견제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고성을 지르는 등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 역시  “현장을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그 현장이 국민과의 소통의 장이 아니라 고성이 오가고 난동에 가까운 행위가 벌어지는, 국민 모두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재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도어스테핑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하려는 본래 취지를 오히려 위협받게 되고, 그렇게 국민을 계속 불편하게 만드는 도어스테핑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 그런 판단이 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해당 기자는) 대통령이 이미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들어가는데 등에 대고 고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면서 같은 얘기를 두 차례 반복했다그것이 정당한 취재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편한 질문에 답하지 않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어스테핑 취지를 살리기 어렵고, 오히려 국민과 소통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시하겠다는 대통령실, 국민들의 의견은 반반

물마시는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물마시는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게다가 대통령은 MBC 기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출입기자 간사단에 대통령실은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회사 기자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 중에 있다며 의견을 요청했다. 그러나 간사단은 근거 규정이 미비하다고 판단,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논란으로 대통령실 출입기자와의 소통 및 관리 업무를 총괄해온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과 MBC 간 충돌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은 1층 로비에 나무 합판으로 된 가벽이 설치됐다. 기자들이 있는 복도 공간에서는 대통령실 출입구를 볼 수 없게 됐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어스테핑 중단이 기자단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고민정 언론자유특위 위원장은 도어스테핑 중단의 속뜻은 MBC 기자를 징계하라는 것이라며 해당 기자에 대한 징계 요구는 명백한 언론탄압이자 기자단을 갈라치려는 비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제 관심사는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느냐 마느냐다. 현재로서는 도어스테핑이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한 개선이 없이는 당장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이라며 일단은 이 사안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혁적이고 용산으로 이전한 취지를 잘 살리고 혁신을 이어가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도 이어갈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잠정 중단한 도어스테핑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성인 남녀 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이 최근 잠정 중단한 도어스테핑과 관련해 계속해야 한다는 답변은 40%, ‘중단해야 한다43%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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