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과도 ‘책임 회피’… 청주시, 3년 째 시간만 끌어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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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충북 청주시가 1500세대 대단위 아파트 공사 및 기반시설 공사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사유지에 허락받지 않은 관로 공사를 눈감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됐다. 특히 아파트건설 공사 중 사유지에 몰래 관로를 매립하고자 하던 현장이 발각되면서 민원이 제기됐음에도, 시가 나서서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완공을 우선시했던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사유지 주인 민원 제기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라는 말만 남긴 채 3년 흘러
1500세대 아파트 배수관이 매장됐는데, 허가한 청주시 책임질 사람도 없어
 

지난해 2월 청주시청 감사과는 GS건설이 시공한 흥덕구 서청주파크자이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빚어진 불법적인 민원 사항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놨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된 민원은 해당 관청인 청주시로 이송됐고, 이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 등을 위해 감사과가 조사에 나섰다. 

감사과는 권익위로부터 ‘도시개발사업조합 우수관 불법설치 조사 요구’에 대한 내용을 이첩 받고 조사에 착수한 결과, 도시개발공사가 진행되기 전 도면상으로부터 토지 사용권에 대한 문제 발생 가능성을 파악했다. 

해당 공사는 2019년에 진행됐다. 이는 1500세대 대단지로부터 빗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모아 밖으로 배출하는 배수로 공사로, 사유지를 지나쳐 기존 배수관로에 이어줘야 마무리가 가능했다. 원칙적으로 시행사가 해당 부지를 매입하거나 조합 등으로부터의 보상 문제가 완료되면 공사가 시작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파트 건설 공사는 앞서 마무리 됐기에, 빗물이 빠져 나갈 수 있는 관로 공사를 끝내고 배수로만 이어지면 가(假)사용 승인이 날 예정이었고, 이어 입주도 시작될 참이었다. 그런데 공사를 맡은 업체나 시행사 및 조합 측은 해당 토지의 소유주가 모르는 사이에 땅을 파고 관로 공사를 진행했다.

이를 우연히 확인한 이웃이 토지 소유주인 A씨를 찾아가 사실을 알렸다. A씨는 부랴부랴 공사 현장을 찾아가 공사를 중단시켰다. 공사는 대부분 진행됐고, 도로 포장만 남겨둔 상황. 청주시청 해당 부서도 이런 소식을 전해 듣고 사실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어째선지 담당부서인 청주시 환경관리본부는 이를 그대로 진행시켰고, 적정하게 시공됐다는 확인증까지 발급했다.

의문스러운 청주시청, 조합과 무슨 관계

관로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아파트 사용 승인이 떨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주가 시작됐다. A씨는 해당부서로부터 어떤 변명을 듣지도 못했고, 협의에 나서거나 보상을 받지도 못했다. 결국 A씨는 청주시에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시행사와 조합 측은 사전에 언급도 없이 감정평가를 받았다며 평당 250~270만 원으로 책정됐다고 알려왔다. 

이는 2009년 서청주자이파크 공사 승인이 나던 무렵의 가격과 유사한 금액으로, 2019년 기준 해당 아파트로부터 벗어난 구주택 부근의 토지 가격에 비해서도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 결국 A씨는 공식적으로 청주시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청주시 도시개발과 등 해당부서는 세 가지 안을 협의 내용으로 제안해왔다.

첫째는 해당 토지의 수목을 제거하는 조건. 둘째, 청주시 흥덕구청의 보상절차 완료시까지 해당 조합에서 해당 토지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안. 셋째, 해당 시설물에 대한 제거 후 공사를 완료하는 방안 등이었다. 

A씨는 취재진에게 “첫 번째 ‘나무를 정리해줄 테니 토지를 내놓으라’라고 하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라며 “이후 보상 문제 관련한 협의는 제대로 이뤄진 적도 없었고, 최종적으로 ‘해당 시설물을 제거해 공사를 완료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해당 토지가 도시계획시설(도로)로 지정돼 있기에 당시에 관련기관과 협의해 우수시설을 설치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국민권인위원회 민원에, 감사과 이상한 답변 

결국 A씨는 청주시가 아닌 상급 기관을 찾다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조합에서 무단으로 시설물을 설치해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고, 이는 청주시 공무원의 직무 유기도 있었다”는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민원의 해당 관청인 청주시로 이첩했고, 감사과는 곧장 조사에 착수했다. 

청주시 감사과는 도시개발계획과 관련 각종 도면을 들여다봤고, 이에 대한 문제 발생 가능성을 발견했다. 감사과는 “토지 분할 이후에 도시개발구역에서 제외되는 토지의 사용권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예측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라면서 “동일 민원 방지를 위해 ‘사업구역 밖 토지 이용 시 사용권 또는 소유권을 선행 확보할 것을 조건으로 인가하라’고 담당 부서에 주의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게 전부다. 청주시 감사과는 도시개발계획 공사에서의 구역 구분을 위한 토지 분할(주소 분리 등)로, A씨 소유 토지가 도시개발계획 밖에 있는 부지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공사로 인한 사용권 문제 발생을 확인하고도 향후 민원 방지를 언급했을 뿐 민원인의 침해에 대한 문제 해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A씨는 이와 함께 도시개발계획을 허가 또는 승인한 ‘공무원의 직무유기’ 관련 민원도 냈지만 감사과는 “담당부서가 조합에 민원 사항은 수차례 전달해 회신하는 등 중재에 노력했기에 직무유기로 볼 수 없다”고 전해왔다. 토지를 침범당한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누구하나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청주시청 주택토지국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도시개발과는 아파트 단지 안에 국한된 것만 관할이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 바깥의 도로나 보상 등 기반 공사 관련 문의는 타 부서 소관”이라고 답했다. 이에 해당 지역의 각종 도시 계획 등과 관련 이를 관할하는 신성장계획과 관계자에 답변을 요청했다. 해당 부서에서는 “도시개발공사는 해당 부서에서 허가했고, 공사 마무리 후 제기된 민원에 대응하고 있지만 당초 승인권이 없는 우리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이범석 청주시장이 취임했다. 청주시 부시장 출신으로 시장 대행 경험도 있다. 최근 이 시장이 서청주파크자이아파트 공사 관련 각종 민원에, 관련 부서장 등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청주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시장의 지시는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과연 책임질 관계자 하나 없이 관할 부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떠넘기고, 감사과가 조사까지 나섰지만 엉뚱한 답변만 내놓고 있는 상황에 이 시장의 지시가 제대로 먹혀들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청주시가 시행사와 조합 등이 피해자와 협의에 나서도록, 노력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피해자는 민원 제기 이후 한 번도 보상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하거나, 청주시로부터 향후 진행사항에 대해 답변을 들은 적이 없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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