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압박 원인 ‘특발성 삼차신경통’ 수초 손상 부위 통증 발생

삼차신경통은 통증과 온도, 압력 등의 감각을 느끼고 운동성도 가진 삼차신경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감각이상과 함께 저작근 약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포괄적으로 ‘삼차신경병증’이라고 하며, 통증이 주된 증상일 때를 삼차신경통이라 부른다. 

삼차신경은 얼굴 쪽으로 뻗어 나와 제1가지(V1, 눈신경), 제2가지(V2, 위턱신경), 제3가지(V3, 아래턱신경)까지 총 세 갈래로 나뉜다. 얼굴 감각을 전달하는 감각신경섬유도 있지만 제3가지는 씹는 근육을 지배하는 운동신경섬유도 포함한다. 

삼차신경통은 얼굴의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12쌍의 뇌신경 중 제5번 뇌신경에 다양한 문제가 겹치면서 발병된다. 삼차신경이 손상됐거나 다양한 원인으로 압박이 가해지고,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질병 용어가 다소 생소하지만 연간 10만 명 당 3~4명 정도가 발병할 정도로 비교적 흔한 편이다.

특발성 삼차신경통의 대부분이 혈관에 의한 신경 압박이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이외의 정확한 발병 요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신경을 감싸고 있는 수초가 손상돼 벗겨지면 그 부위에 활동 전위가 발생해 통증에 민감한 섬유로 전달되는데, 이 기전으로 신경통 발생 원리를 추측하고 있다.

삼차신경통의 증상은 참기 어려운 극심한 통증이 대표적이다. 안면부에 날카로운 송곳을 찌르는 듯하거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심한 통증이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주기는 수 초에서 길면 2분까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얼굴 특정 부위를 건드리면 유발되기도 한다.

주로 한쪽 얼굴에서만 나타나는 편측성이며, 일정 시간 동안 통증이 느껴진 후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반복성을 띤다. 얼굴의 한 부분을 건드리면 통증이 유발되기도 하는데, 실제 통증 부위와 다른 위치에 있을 수 있다. 증상이 사라진 뒤에 둔한 통증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종양 등에 의한 증상으로 삼차신경통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삼차신경통의 치료약은 항경련제인 carbamazepine(Tegretol)으로, 삼차신경통 환자의 70% 정도에서 초기 통증 경감을 보이나 점차 효과가 감소하여 5년 이상 경과한 경우에는 1/4 정도의 환자에서만 통증 경감 효과를 보인다. 부작용은 일반적으로 40% 정도에서 발생하며 졸음, 어지러움, 보행 실조, 백혈구 감소증,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간독성 등이 있다. 

심한 경우에는 간과 골수에 이상을 일으켜 재생불량성 빈혈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임산부에서는 태아에게 기형을 유발하므로 사용하기 어렵다. 

병원에서 삼차신경통에 약물치료를 진행하다가 통증 제어가 더 이상 안되고 차도가 없을 때에는 신경감압술을 할 수 있다. 신경감압술 환자의 약 15% 정도에서는 수술 후에도 통증이 계속 나타나거나 뇌출혈, 이명, 안면마비 등의 합병증 발병률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삼차신경통에 있어서 부작용이 없으면서 통증 완화에 효과가 큰 침 치료를 비롯한 한방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삼차신경통에 시행하는 한방치료로는 침 치료, 한약, 약침, 추나요법 등이 있다. 한방치료는 체질개선을 통한 치료이기 때문에 삼차신경통 외에 두통이나 어지럼증 등의 동반 증상까지 같이 개선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삼차신경통 환자에게 carbamazepine을 단독으로 투약한 환자군보다 침 치료와 전침치료를 시행한 환자군에서 낮은 재발률을 보였으며 침 치료가 통증의 강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사례가 있다. 또한 carbamazepine을 단독으로 사용한 대조군보다 약물치료와 침 치료를 병행한 시험군에서 보다 뚜렷한 호전을 보인 사례도 있다. 

침 치료 외에 한약을 통하여 자율신경의 불균형을 개선하고 신경의 민감도를 떨어뜨려 과다 흥분상태를 저하시킬 수 있다. 삼차신경통은 한의학적으로 ‘면통’에 해당하며, 원인을 풍한습(風寒濕)의 나쁜 기운(三邪)이 인체의 안면 부위에 침입하거나, 생활 중 과도한 스트레스와 심신의 불안정으로 인해 화기(火氣)가 얼굴에 모여서 생긴 것으로 본다. 한의학에서 얼굴 부위는 ‘족양명 위경’이라는 경락이 지나가는 곳이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얼굴의 문제를 위장과 연관 지어서 파악을 하였으며 실제로 삼차신경통과 같은 얼굴의 통증에 淸胃散, 犀角升麻湯, 人蔘白虎湯과 같은 위장을 다스리는 한약을 처방한다. 

삼차신경통의 관리는 음주와 흡연은 혈관을 자극하여 신경통을 더욱 악화시키므로 금연, 금주를 권장하며 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맵고 짠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온 삼차신경통은 점차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양약의 복용만으로 완치가 되지 않고 부작용이 따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한방치료 병행을 위해 전문 한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특히 양약을 이미 복용하였지만 증상의 제어가 잘 안 되거나 소아, 임산부, 고령 환자의 경우에는 한방치료를 추천한다. 

<수원바를정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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