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법 입찰 의혹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경찰이 건설사들의 이른바 '벌떼입찰'에 대한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벌떼입찰'은 건설사가 공공택지 낙찰 가능성을 높이려고 계열사 협력사 등을 동원해 편법 입찰하는 것을 일컫는다.

부동산 개발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택지를 공공택지로 낙찰받을 경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건설사들이 관행처럼 행했던 일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 벌떼입찰 근절, 대책 수립으로 끝나서는 안돼  

지난 1일 경찰이 ‘벌떼입찰’로 공공택지를 공급받은 호반·우미·대방 등 3개 건설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수사관 50여 명이 투입됐으며 입찰 관련 전산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 건설사가 건설산업기본법과 주택법상 금지하고 있는 건설사업자 명의대여를 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지난 1월 참여연대는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조성한 공공택지를 위장계열사나 페이퍼컴퍼니 등을 동원해 편법으로 낙찰받아 사익을 편취하고 공공주택용지 과점, 내부거래를 이용한 자녀 회사 공동주택 용지 몰아주기 등의 행위를 한 호반건설에 대해 공정위의 총수 검찰고발과 국세청의 조사를 주문한 바 있다. 

호반건설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LH가 진행하는 신도시·택지지구 사업의 공동주택용지 입찰에 페이퍼컴퍼니를 대거 동원해 473개 필지 중 44개를 낙찰받고, 내부거래로 총수의 장남·차남에게 택지를 몰아줘 각각 7,9212억 원, 4766억 원의 분양수익을 올리게 한 혐의를 받는다.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 10월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건설사를 경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공정위도 대방·중흥·우미·제일건설을 상대로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조사에 나선 바 있다. 

‘벌떼입찰’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망가뜨리고 페이퍼컴퍼니 유지를 위한 비용이 분양가에 반영돼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무자격 업체가 낙찰되면 결국 부실 공사로 이어져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참사까지 발생할 수 있다.

부정 입찰에 관한 규제 체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벌떼 입찰에 대해서는 입찰 조건 규제를 통한 부정 입찰에 대한 무효화, 입찰방해죄 처벌, 공공택지 낙찰자가 택지, 주택 개발 등을 목적대로 하지 않은 채 제3자에게 매각하지 못하도록 법적 제재(낙찰 무효화, 소유권 반환 등)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택지를 팔아야 택지개발 사업비가 충당되고 그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할 수 있는 교차보전을 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렇다보니 개발한 택지를 민간에 팔아서 수익을 올려야만 하는 LH나 지방공기업들은 민간 건설사들 상당수가 벌떼 입찰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하지 않고, 정부와 지자체들도 이를 눈감고 묵인해 왔다. 

- 근본적으로는 공공택지 공영개발 체제 구축해야

이에 일각에서는 공공주택 사업 체제를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하는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공공택지의 공영개발이 가능하도록 토지은행을 LH 외부에 독립 조직으로 설치하고 공공택지 개발용 토지를 토지은행에 비축하고 주택도시기금은 토지은행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 

또 현재 LH 토지은행은 토지 비축 규모도 너무 적고 공공에 대한 토지 공급자로 기능하기도 어렵게 설계돼 있는 만큼 LH, 지방공기업 등이 택지개발 비용을 택지 민간 매각을 통해 충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토지은행으로부터 매수대금으로 받아 충당하고 토지은행은 사들인 토지를 공공의 수요에 맞추어 장기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공에 공급해야  한다고 부연한다. 

이 외에도 공공택지 벌떼입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택지 개발과 관련한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모으는 단체도 있다.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해 "근본적인 관점에서 보면 LH가 강제 수용을 통해 마련한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지 않고 공공개발을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면서도 "이제라도 국토교통부가 공공택지의 벌떼입찰 근절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공공택지 민간 매각을 최소화하고 공공택지의 비축 및  공공택지 공영개발 체제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근본적 개선이 이뤄질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