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보름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3월 대선 이후 여야는 더욱 사납게 격돌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국가와 국민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결 정치를 끝내고 대화정치를 시작해야만 한다.

지나온 시대를 돌아보면, 다가올 미래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뛰어난 지도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밝다. 미래를 읽고 미리미리 준비했던 가장 뛰어난 대한민국 국가지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우선 쓰고 보자며 대책없는 퍼주기로 천문학적인 빚만 늘린 혼군(昏君)도 물론 있었다. 앞으로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혜안(慧眼)을 가진 영민한 지도자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우선 눈에 보이는 몇 가지 과제를 생각해보자.

지방의 인구소멸은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촌락(村落)도 점차 사라져갈 것이다. 우리 농촌도 출퇴근 농부가 대세가 될 것이다. 읍내나 시내 아파트에 살면서 차로 이동해 농사를 짓는 출퇴근 농부들이 늘어나고 시골은 적막하게 변해갈 것이다. 은퇴한 세대의 농촌 유입도 늘어나겠지만, 제대로 된 영농목적이 아니라 자급자족형 소농(小農)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농어촌에 대한 정부의 투자도 생활밀착형 시설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읍면동 단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헌법상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을 충족시켜주는 시설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중목욕탕, 영화관, 주유소, ·의원, 마트 등 기본적 시설이다. 수지타산(收支打算)이 맞지 않아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시설들은, 공공이 일자리를 제공(지원)하거나 운영비를 일부 지원하는 형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도 있겠다.

노년층이 아이들을 보살피며 소규모 영농(텃밭)도 하고, 젊은 층이 노년층을 돌보는 세대 공존형 타운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인의 고독사를 예방하고 젊은 층의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세대상생(世代相生) 목적이다. 여기에 노년층 간호·간병시스템도 연계한다면 효과가 더 좋아질 수 있다. 정부가 보육 및 양육수당, 노인 간병비를 잘 매칭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병력자원이 갈수록 부족해지면 여성에게도 병역의무가 부여될 수 있다. 이 경우 여성 병력자원 중 희망자에 대해 전투부대가 아닌, 공적 봉사(보육시설, 요양원 등등) 의무를 이행토록 할 경우 건강한 양성평등 병역이행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는 압축도시로 개발하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인구가 많은 도심의 경우 고밀도 압축개발이 중요하다. 도심에 1층 또는 2층짜리, 나아가 5층 미만 주거시설은 토지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도 적절치 못하다. 예를 들어 마당이 딸린 1층짜리 단독주택 10가구가 있다면, 같은 면적에 100가구가 살도록 고층아파트를 짓는다면, 그만큼 도시의 여유 토지가 많아지고, 이것이 숲과 공원, 문화시설 등 도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안전성이 확보되는 조건에서 수직증축도 대폭 허용하고, 일조권 등 환경적 조건을 앞세우는 사람들은 도시 외곽이나 변두리 이주 장려 정책도 고민해볼 수 있겠다.

자발적 국내 거주 외국인의 숫자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부족한 인구를 이민자로 보충하는 정책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민 장려 정책, 다문화정책 전반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건강한 공존모델을 찾기 위한 시범타운을 건설해 운용해보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겠다.

남북한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은 피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운명이다. 동서독의 갑작스러운 통일을 교훈 삼아, 막대한 통일비용을 미리미리 준비해야만 한다. 지금이라도 국민적 논의를 통해 통일세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통일시대가 온다면 통일수도를 어디로 정할지도 미리미리 준비해 둬야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특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SOC 분야 투자는 긴 안목으로 결정해야만 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연금제도 개혁은 특히 시급하다. 기초연금제도 존폐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고, 국민연금도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속히 바꿔야 한다. 갈수록 수급자가 늘어날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제도도 조속히 개혁해야만 한다. 과도한 의료쇼핑이 문제가 된 건강보험제도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만 한다.

생각해보면 해야 할 일이 태산처럼 쌓였다. 현재와 같은 우리 국회의 수준으로는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최소한 우선순위라도 정해 일 년에 단 몇 가지씩만이라도 매듭을 지어나가야 한다. 그런 것들을 하라고 정부와 국회가 존재한다. 장밋빛 미래는 피와 땀이 없이 오지 않는다. 2023년에 해결해야 할 미래과제에 대한 여야 간의 통 큰 협의와 합의를 기대한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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