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되나… 세종청사 주변 카페 대부분 불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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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환경부가 “일회용 컵의 회수율을 늘리겠다”며 12월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두고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발맞춰 현장에서는 일회용컵을 쓰던 매장이 일회용컵을 쓰지 않고 다회용컵만 쓰는 매장으로 바뀌었다”고 발표했지만, 세종 정부 청사 인근의 카페 대부분은 보증금제 도입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공무원이 주변 카페 돌았는데도, 보증금제 관련 ‘一言半句’ 없었다
회수율 확대? 프랜차이즈 가맹점 “우리 매장에서 구입한 컵만 회수 가능”

지난 2일을 기점으로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된다”고 밝히며 “소비자는 공공장소에 설치된 회수기나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 음료를 구입할 때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별도로 포함해서 지불하고, 이후 사용한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제도다. 잘 정착되면 소비자들이 카페를 오갈 때 빈 컵을 들고 다니는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세종시와 제주도 등의 우선 시행을 앞두고 환경부가 정부세종청사 인근의 카페 대부분에 홍보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카페 위치 파악을 위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이 제공하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된 세종청사 인근의 카페 대부분은 관련 공문조차 받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서울이 파악한 복수의 인근 카페에서는 ‘뉴스나 언론 보도를 통해 들은 것이 전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환경부로부터 직접적인 홍보는 물론 공문이 전해진 적도 없었다는 것. 오히려 취재진에게 어떻게 동참 혹은 거부할 수 있는지 물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환경부 공무원 방문했지만, 일회용 줄이기 포스터만

취재 중에 일부 카페에서 “환경부 공무원이 다녀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만 환경부 공무원이 다녀간 이유는 다름 아닌 포스터 전달이었다. 환경부에서 나왔다는 공무원은 ‘11월24일부터 일상에서 1회용품이 더 줄어듭니다’라고 적힌 포스터만 부착해주고 갔다는 설명.

특히 세종청사 인근의 성금교차로 주변 빌딩에는 상가가 많이 밀집해 있다. 이곳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비롯해 중소형 프랜차이즈와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 등 음료 및 도넛과 스낵류 등의 디저트 등을 판매하는 매장만 20여 군데가 넘는다. 

한 개인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취재진에게 “보증금제와 관련 연락받은 것은 없다”라며 “큰 데(프랜차이즈 가맹점)는 회사 차원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 같은 소규모(카페)의 경우에는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카페에 손님이 오셔서 ‘보증금제’ 말씀은 하셨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몰라서 아직...”이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이번 제도에 앞서서는 물론, 제도 시행에 들어갔음에도 주무 부처인 환경부 또는 제도가 시행되는 세종시로부터의 어떤 공문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A씨는 “환경부에서 와서 그냥 포스터만 하나 주고 갔다”라며 “그냥 일회용품 줄이기에 참여하라는 그것만 (부착)하고 나머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환경부 소속 공무원이 일회용품 줄이기 포스터를 붙이러 왔는데도 보증금제 시행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는 것. 주변의 다른 카페도 확인했다. 

다른 카페 컵은 ‘반환불가’ 사용했던 컵 씻어서 ‘반납’

또한 환경부가 시행하는 이번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도 나왔다. 해당 제도의 시행 목적 가운데 하나인 회수율 높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 다른 카페에서 구매한 일회용컵도 반납 받을 수 있어야 회수율이 높아지는데, 그나마도 보증금제 시행 중인 일부 매장에서는 자신들로부터 구매한 일회용컵의 회수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 가운데 하나인 △△△도넛은 일요서울에 “다른 매장에서 구매한 컵의 반환은 불가능하고, 우리에게서 구입해서 가져가신 컵만 보증금 환급이 가능하다”라며 “보증금은 현금으로도 돌려드리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 매장인 ○○○도넛은 “바코드가 있는 컵을 헹궈서 가져오면 3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라며 “자원순환 보증금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 가입한 뒤 매장 내에 있는 회수기에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혹시 일회용컵을 씻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한 물음에 “반드시 헹궈서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커피를 테이크아웃(포장)한다는 B씨는 “주로 텀블러(손잡이가 없는 다회용 컵)를 이용해 커피를 구입하고 할인 받는 편”이라면서 “간혹 텀블러를 두고 나올 때 그냥 구매하지만 일회용컵을 회수기에 반납하기 위해 씻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쩌다 한 번 씻어서 반납하는 것은 가능하나, 가방도 없이 여름이나 겨울에 커피를 마실 때마다 씻은 빈 컵을 들고 출퇴근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편법인가 ‘은근슬쩍’ 공공기관 일회용컵 반입 허용

지난 11월21일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는 공공기관 청사 내 ‘일회용 보증금 컵 반입 허용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해 7월 국무총리훈령으로 제정된 ‘공공기관 1회용품 등 사용줄이기 실천지침’의 역행이라는 지적. 그간 전국의 광역·기초자치단체 등 관공서를 비롯한 정부 각 청사마다 1회용컵 사용 줄이기에 동참해 왔다. 입구에 일회용컵 수거함을 비치하고 내부에는 갖고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제도 도입으로 갖고 들어갈 수 있는 보완장치가 마련됐다.

녹색연합은 “청사 내 반입금지를 해 온 곳에서도 보증금컵 반입 허용으로 일회용컵 사용 감축 효과가 저하될 수 있고,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시민과 기관마저도 보증금컵 사용에 나설 수 있다”라며 “이 지침은 전국 2만8000여 개 공공기관에 적용되므로 향후 보증금제 확대로 전국의 공공기관에서 보증금컵 반입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는 재활용보다 감량(사용량 감축)을 우선해야 하는 폐기물 관리 우선순위와도 맞지 않다”라며 “보증금컵과 보증금이 포함되지 않은 컵이냐 구분 또는 확인할 수도 없고, 보증금컵이 아닌 컵에 대한 제재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일요서울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에 “기존 제주도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했던 **벅스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얼마나 회수가 되고 있는지 파악한 바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환경부 해당과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라면서도 “70%정도 되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환경부가 세종시와 제주도를 우선으로 본격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에 들어갔지만, 이에 대한 준비는 부족해 보인다.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시 대부분의 카페는 불참하거나, 보이콧 입장을 밝혔다. 제도 관련 홍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보증금제 도입을 이유로, 이제부터는 정부 청사와 관공서 등에 일회용컵을 들고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환경부가 전해주고 간 포스터. [이창환 기자]
환경부가 전해주고 간 포스터.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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