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 사태 책임은 국가에
- 항소심 결과, 더욱 주목되는 상황

[일요서울 ㅣ박재성 기자] 12년 째 논란이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 원인 규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8일 국립환경과학원(원장 김동진)이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와 MIT(메틸이소치아졸리논)를 호흡기로 들이마시면 폐를 비롯해 장기로 퍼져 상당기간 남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이에 투기자본감시센터와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등 40여개 단체(이하 피해자 연합 등)는 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과거 질병관리본부의 실험 결과를 규탄하며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항고심이 어떻게 나올지도 주목 하고 있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12년만에 억울함 풀어

피해자연합은 이날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 체내 거동 평가 연구’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CMIT/MIT 의 유해성이 입증됐다"며 "가습기 살균체 참사 전면 재수사와 배ㆍ보상을 촉구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이미 잘 알려진 이 연구 결과에 대해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실험결과가 가습기살균제로 생명과 건강을 빼앗긴다는 사실이 알려진, 햇수로는 약 12년 전이었던 2011년 이미 확인되었어야만 마땅했다"라고 했다.

피해자연합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망이나 죽음이 아니었다. 죽임을 당한 것”이라며 “실험조작, 증거조작, 허위증거 등에 의해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올바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오도하고, 적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질질 끌어 더 많은 생명과 건강을 빼앗는 등 미필적 고의에 의한 집단살인죄에 해당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책임은 전적으로 국가에 있다"고 덧붙였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속출하자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2012년 질병관리본부는 “폐 손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되는 3개(PHMG,PGH,CMIT/MIT)의 성분 중에서 CMIT/MIT성분에서는 이상 소견이 발견된 바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8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방사성 추적자(Radopactive tracer)를 활용해 가습기 살균제 성분물질 중 CMIT/MIT의 체내 분포 특성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과거 질병관리본부에서 수행했던 연구결과와는 상반된 결론을 도출해 냈다.

[제공=환경부]
[제공=환경부]

환경부는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기존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물질(CMIT/MIT)이 폐 손상과 인과관계를 발견하지 못한 것과 달리, 비강 또는 기도를 통해 해당 성분이 폐에 도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몸으로 느꼈지만 인정되지 않던 피해가 실험의 결과로 입증된 셈이다.

-실험결과, 1심 판결 뒤집는 ‘트리거(trigger)’되나

현재 가습기 살균제 관련 소송이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환경부 실험 결과가 항소심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며 그 근거로 제시한 내용과 상반된 내용인만큼 무죄를 선고받은 기업들이 항소심에서는 어떤 결과를 받을지 여론의 관심이 뜨겁다.

1심 재판부는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폐 질환과 천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과 피해자들의 상해 및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공소 사실 및 나머지 쟁점들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증명이 없다”며 제조사 애경 산업 등 13개 기업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이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시민단체, 전문가 등은 재판부의 이런 판단이 해당 내용 전반을 이해하지 못한 채 연구결과의 일부 문구와 전문가들의 증언 중 일부만 선택해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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