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선거 룰 '당심 100%' 기류...劉 견제하며 친윤 체제 굳히기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우측)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전국 발대식 및 송년 자선 음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또 다른 당권주자인 권성동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뉴시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우측)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전국 발대식 및 송년 자선 음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또 다른 당권주자인 권성동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뉴시스]

국민의힘 전당대회 시기가 내년 3월로 윤곽이 잡히면서, 여당 당권주자들도 잰걸음을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선 국민여론조사를 배제한 '당원투표 100%'로 당 대표 선거 룰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이른바 '당심(黨心) 절대론'이 여당을 관통하고 있는 것.  

국민의힘 지도부도 원내 친윤 인사들과 영남권 책임당원들의 '민심 0%' 전대 룰 개정 요구에 호응하는 모습이다.

여당 차기 전대를 앞두고 거세진 당심 확산론의 배경엔 친윤-비윤 갈등이 고점을 찍었던 '이준석 체제'를 겪으며 생긴 트라우마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친윤 정당으로 체제를 확실히 굳히기 위해선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역선택 리스크'가 있는 국민여론조사에 기대선 안 된다는 것이 국민의힘 지도부의 기조다.

다만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민심 제로'로 전대를 치를 경우 친윤 프레임에 갇혀 총선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대 룰을 놓고 당 지도부가 전체 책임당원의 과반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남권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경고음이 분출하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현행 7:3(당원투표 70%, 국민여론조사 30%) 전대 룰을 당원투표 100%로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책임당원 100만 명 시대에 그 정신에 걸맞게 당원들의 권한과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라며 당원투표 확대 가능성을 암시했다. 특히 "40대 이하 당원이 30% 정도 된다"라고 당심 100%가 고령층 당원들의 의중만 집중 반영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여당 고위 당직자도 이날 "당 리더십을 뽑는 선거 만큼은 야당 지지자들이 뒤섞인 축제가 되어선 안 된다"며 "적어도 전당대회는 당의 실질적 지주인 책임당원 의사가 적극 반영되어야 당 지도체제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 [뉴시스]
유승민 전 의원 [뉴시스]

'친윤 체제' 굳히려면 '非尹' 견제 불가피

국민의힘 주류의 '10:0' 주장에는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를 당권 구도에서 격리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6월 국민의힘 전대는 국민여론조사가 '이준석 체체' 출범을 견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당원투표에서 나경원 전 의원에 3%포인트가량 뒤처졌으나, 여론조사에서 무려 30%포인트 이상 차이를 벌려 헌정 사상 첫 30대 당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이준석 지도부를 거치며 문재인 정권 심판에 성공했지만, 당내 '친윤 대 비윤'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주류인 친윤그룹은 내홍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결국 '당 대표 중징계'라는 초유의 사태로 내부 갈등은 일단락됐으나, 이는 여당에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평가다. 친윤계가 당심 100%를 주장하는 것도 이른바 '이준석 트라우마'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이 정파적 이슈에 휘둘려서는 여소야대 극복과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라며 "누군가는 '민심'이라는 보기 좋은 레토릭을 얹어 당권을 노리고 있지만, 당 대표 선거는 대통령·당원과 잘 호흡할 수 있는 인물을 뽑는 게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이 각종 여권 차기 당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민심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도 여당 지도부와 친윤 당권주자들로선 불편한 지점이다. 이대로라면 현행 선거 룰에 따라 전대가 치러질 경우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최근 당정을 연일 맹폭하고 있는 유 전 의원이 당을 이끌게 될 경우 또 다른 내분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그런 유 전 의원에 우호적인 야권 지지층 여론이 전당대회 변수로 작용하는 것 만큼은 허용할 수 없다는 당내 주류의 저항도 당심 절대론이 분출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다만 여당이 당심에 무게추를 옮기더라도 총선을 앞두고 민심과의 괴리 극복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두현 기자 <jdh2084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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