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2월1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의 항의 퇴장 속에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해임안을 가결시켰다. 민주당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며 “사전 안전관리 대책을 면밀하게 수립하고 집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법률을 위반했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해임 안 강행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와 사법처리에 쏠린 국민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사태 초기부터 “희생자와 유족을 위해 명확한 진상규명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아직 “명확한 진상규명”이 끝나지 않았다는 데서 윤 대통령은 이 장관 해임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정조사가 받아들여지자 증인으로 채택된 이 장관을 국정조사가 착수되기도 전에 해임안을 밀어붙였다.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정쟁으로 끌고 가려한다고 의심받기에 족한 급히 서둔 해임 안이었다. 이태원 참사도 세월호 참사와 같이 정쟁에 말려들게 되면 객관적인 분석과 대응방안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국력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세월호 참사를 정쟁의 유리한 매개로 삼았다. 그는 임기 내내 세월호 참사 재조사를 요구해 국민의 아픈 상처를 헤집곤 했다. 그는 세월호에 대한 조사가 9차례나 반복되었는데도 퇴임을 몇 주 앞두고서도 생뚱맞게 “세월호의 진실을 성역 없이 밝히는 일이 아이들을 온전히 떠내 보내는 일”이라고 했다. 그 무렵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선 그동안 뭐 했느냐”며 마치 세월호 참사 실상이 전 정권에 의해 숨겨진 것처럼 몰고 갔다. 

특히 민주당 측이 이태원 참사를 정쟁 도구화한다는 양태는 민주당 의원 7명이 윤 대통령 퇴진 촛불시위에 참가해 대통령의 퇴진 구호를 외쳤다는 데서도 드러났다. 민주당 의원 7명 중 하나인 유정주 의원은 11월19일 진보성향 단체가 서울에서 주최한 열린 집회에 참가, “윤석열 정부는 인간 사냥을 멈춰라, 멈추지도 반성하지도 않는다면...퇴진하라”고 외쳤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11월8일 국회운영위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는 학생들을 세월호에서 수장시키더니,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을 사지에 좁은 골목으로 몰아넣고 떼죽음을 당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윤 정권은 “인간 사냥”을 한 적 없다. 또 이태원 참사는 젊은이들이 핼러윈데이(10월31일)를 앞두고 제 발로 좁은 골목으로 모여든 축제였다. 윤 정부는 사후 수습에 늑장대응했다는 비난을 받지만, 젊은이들을 좁은 사지 골목으로 몰아넣진 않았다. 유·양 두 사람은 사실을 왜곡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가 세월호처럼 정쟁 도구로 이용된다면, 그 틈을 타고 부정비리도 고개들 수 있다. 세월호의 경우 정부가 지난 6년간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유족 지원 등을 위해 지급한 ‘세월호 피해 지원비’ 일부가 북한 김정은 신년사 학습 세미나, 시민단체의 외류 성 출장, 여러 동네 소모임 활동비 등으로 사용되었다. 정부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유족 지원을 위해 경기도 안산시에 지급한 지원비 일부도 2018년 6.3 지방선거 직전 아파트 부녀회 등 세월호와 무관한 지역모임에 집중적으로 지원됐다. 그 밖에도 부정비리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세월호 참사 8년을 거치면서 드러난 부작용들은 이태원 참사가 특정 정파에 의해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던졌다. 또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실을 왜곡해서도 아니 된다는 점도 노정시켰다. 오직 희생자와 가족을 위해 객관적인 조사와 엄정한 책임 규명으로 그쳐야 한다. 다시는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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