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추격? “한참 멀었다”…고부가가치 선박 ‘기술력’ 월등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사들은 이미 연간 수주목표치를 채우고 여유로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고망간강 LNG 연료 탱크 탑재에 성공한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글=이창환 기자,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사들은 이미 연간 수주목표치를 채우고 여유로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고망간강 LNG 연료 탱크 탑재에 성공한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글=이창환 기자, 사진=대우조선해양]

[일요서울 |이창환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전 세계 1위 자리를 다시 중국에 내줬다. 그간 중국은 재래식 디젤 엔진 중심의 선박을 위주로 건조해왔으나, 최근 국제해사기구(이하 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환경 규제 방침에 따라 LNG선까지 선종 확대에 나서며 한국 따라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이런 중국의 추격을 두고도 여유가 넘친다. 이는 한국이 중국에게는 이른바 ‘레벨이 다른’ 상대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미 고부가가치 선박이 주를 이루는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을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수주 목표를 일찌감치 끝내놓고 여유로운 연말을 맞고 있다.

중국, 글로벌 선박 수주량 55% 압도적 1위… 뒤에서 웃는 2위의 한국 조선업계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및 삼성중공업까지 올해 목표 끝내 여유로운 연말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지난 6일 지난달 글로벌 선박 수주량을 두고 중국이 55%로 1위, 한국이 38%로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간 엎치락뒤치락하던 양국의 1위 경쟁에서 중국이 압도적인 선두로 나선 셈이다. 2022년 연간 누계로도 중국의 발주량이 앞서며 한국을 2위로 밀어냈다.

다만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한 선박 대부분이 고부가가치선으로, 수익 면에서는 절대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풀이가 나온다. 특히 IMO가 정한 환경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조선업계의 피나는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 

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 한국 조선업계 새로운 기회

앞서 2010년 이후 전 세계 해운 및 조선업계에는 위기가 찾아온 바 있다. 2015년을 전후해 미·중간의 무역 갈등은 더욱 심각해졌고, 이와 더불어 글로벌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전 세계 경기는 침체됐다. 북미와 유럽부터 한중일 등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항공, 건설, 자동차, 조선, 해운 업계의 여건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국내 조선업계는 구조조정 등으로 노사 간의 갈등까지 극에 달했다.

최근 한화를 새 주인으로 맞이한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주인을 찾지 못해 산업은행의 계륵으로 남아있었고 날이 갈수록 적자만 늘었다. 국회는 이를 해결하지 못하던 산업은행을 지탄하기 바빴다. 국내 빅3로 불리던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은 그룹사의 그늘 아래서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좀 더 버틸 수 있는 여력은 남아 있었지만 역시 마음은 편치 못한 상황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조선업계에는 코로나19가 새로운 희망이 됐다. 코로나19가 터지던 2020년만을 기준으로 두고 본다면 조선업계는 목표 달성의 신호탄을 올렸다. 비록 수주목표를 70~80% 수준으로 채우긴 했으나, 유럽과 중동으로부터 선사들의 러브콜 소식이 들려왔다. 

2020년 글로벌 선박 발주는 급격하게 감소하며 수주 가뭄은 여전했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상반기에만 글로벌 수주량의 74%를 얻어냈다. 이런 선방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IMO 환경 규제에 대비해 온 영향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발주량이 적었던 이유로는 당시 IMO가 2020년을 기준으로 황산화물 배출 규제의 첫 시행에 나섰고, 글로벌 선사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있는 탓이기도 했다. 

조선업계 최초로 블록 체인 기술을 활용한 자율운항선박 사이버 보안 기술 검증에 성공한 삼성중공업이  'SAS & eLogbook 블록체인 결과증명' 수여식을 진행했다. [삼성중공업]
조선업계 최초로 블록 체인 기술을 활용한 자율운항선박 사이버 보안 기술 검증에 성공한 삼성중공업이  'SAS & eLogbook 블록체인 결과증명' 수여식을 진행했다. [삼성중공업]

LNG 및 하이브리드 선박 등 친환경·고급화 전략 ‘시동’

2020년 글로벌 발주량은 전년 대비 66% 수준에 머물렀지만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점유율은 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형 LNG운반선이나 VLCC(초대형 원유 운반선), S-Max급 원유운반선 등 주력 선종에서 높은 경쟁력을 드러내며 비중 확대에 나섰다. 2018년 이후 중국을 제치고 2년 만에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2021년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제대로 자리 잡혔다. 히든카드로 준비해 온 친환경 선박의 발주가 이어졌다. IMO는 환산화물 배출 허용 기준을 강화하는 환경오염물질 규제 ‘IMO2050’을 내걸었고 이는 국내 조선사에는 순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온 것으로 풀이됐다. 

결국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수주량에서 중국 47%, 한국이 40%를 차지하며 중국이 7% 수준으로 앞서 나가고 있지만, 한국이 웃을 수 있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국내 조선사들이 향후 2년에서 최대 3년 이상, 건조 가능한 물량을 확보한 만큼, 이후까지 기다릴 수 없는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 조선사에도 발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중국이 한국을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는 말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최근 중국이 일부 LNG 선박을 수주하고 있기도 하다”라면서도 “LNG 선박 관련 기술력은 한국이 중국을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이 못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대우조선해양은 LNG와 하이브리드 선박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라며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2024년~2026년 건조 물량까지 수주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국내 조선 빅3, 올해 수주목표 초과 달성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누계 기준, LNG 운반선 38척, 컨테이너선 6척, 해양플랜트 1기와 창정비 1척 등 총 46척을 확보했다. 올해 수주목표인 89억 달러(약 11조6500억 원)의 117%인 104억 달러(약 13조6136억 원)까지 수주를 완료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11월까지의 누계 기준으로 수주실적은 수주 목표인 88억 달러(약 11조5200억 원)를 넘어섰다. 선종별로는 LNG운반선 36척, 가스운반선 2척, 컨테이너선 9척 및 셔틀탱커 2척 등으로 총 94억 달러(약 12조3000억 원)를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 16일 “현재까지 236억 달러(약 30조9100억 원)을 달성했다”라며 “연간 수주 목표액인 174.4억 달러(약 22조8400억 원)의 135.3%를 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컨테이너선 29척 및 LNG 운반선 22척, LPG 운반선 7척을, 현대삼호중공업이 컨테이너선 22척과 LNG 운반선 20척, 현대미포조선이 컨테이너선 43척을 비롯해 각각 특수선과 PCTC 및 PC선 등을 수주하며 총 194척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당분간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높은 경쟁력으로 글로벌 조선업계 선두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 등과 차세대 친환경 선박 엔진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자율운항선박 보안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산하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선박용 전기추진솔루션을 적용한 고성능 전기추진선박 건조에도 성공하며 친환경에 한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한편 조선업계에 따르면 당장 이달 안에 수주 가능한 협의가 진행되는 바 없어 올해 수주는 거의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코로나19로 봉쇄됐던 국경이 열리고 있는 만큼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는 업계의 전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 FSRU의 모습.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 FSRU의 모습. [한국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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