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요즘 아침마다 용산 대통령실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정문 앞 1인 시위는 지난 1021부터 시작됐다. 매일 아침 830분부터 9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두 명의 의원이 30분씩 나눠서 참여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은 하는 줄도 모르는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는 뭘까? 윤석열 정권의 검찰 독재, 정치탄압에 대한 평화적 저항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회피하려는 고육책에서 나온 시위 방법이다. 집시법 제11조에는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없는 장소가 정해져 있다.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국내 주재 외교기관과 외교사절의 숙소 등에서는 경계지점부터 100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와 시위가 금지되어 있다. 이 조항 때문에 정부 기관 앞에서는 사실상 항의 시위가 어렵다.

그런데 집시법에서 말하는 집회와 시위가 성립하려면 2인 이상의 사람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 한사람이 나서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집회와 시위가 아니다. 시위가 허용되지 않는 정부 기관 앞에서도 1인 시위가 가능하다. 집회 신고를 할 필요도 없다. 1인 시위 참여자들은 대부분 주장을 담은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다. 1인 시위는 참여연대가 외국 대사관이 밀집한 국세청 앞에서 시위하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0년 집시법이 개정되면서 국회 앞에서는 집회와 시위가 가능해졌다. 법 개정 전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는 수많은 1인 시위자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을 수 있었다. 법이 개정되고 나서는 국회 앞 풍경이 약간 달라졌다. 피켓 말고도 확성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니, 너도나도 확성기를 이용해서 시끄럽기 그지없다. 집회, 시위가 허용되니 너도나도 국회로 몰려오는 통에 정문 앞은 항상 현수막과 깃발과 천막과 피켓으로 시장통처럼 붐빈다.

민주당 의원들처럼 국회의원들의 하는 1인 시위를 두고 국회의원답지 못하다는 비판도 들린다. 힘없는 일반 시민들이야 1인 시위를 통해 억울함을 하소연할 수 있어도, 국회의원이 할 짓이냐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국민이 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서 일할 궁리를 해보란 질책도 더해진다. 더불어민주당처럼 169석을 가진 거대정당이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은 애처롭기 짝이 없다.

1인 시위를 비롯한 집회문화는 또 한 번 바뀔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관저 100m 안에서 집회를 금지한 현행 집시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놨다. 대통령 관저와 같은 곳에서 일률적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건 위헌이라는 취지다. 헌재는 20245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하도록 했다. 국회가 새 규정을 만들 시간을 준 것이다. 국회는 최근 집회 금지 장소를 늘리는 집시법 개정논의를 시작했는데, 이번 헌재 결정으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1인 시위자들은 권력자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에 찬바람을 견디고, 지나다니는 군중들의 시선을 감수한다. 오늘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윤석열 대통령님, 살려주십시오라고 외치는 노인의 외침이 끊이지 않고 있다. 권력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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