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활동량 저하, 과도한 스트레스, 가공식품  섭취 등으로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더부룩하고 체한 듯한 증상이 지속적으로 느껴지면 위장의 문제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여러가지 검사를 해보았음에도 궤양 등의 위장의 기질적인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한방에서는 이러한 원인 불명의 소화불량을 주로 위장 내에 담이 쌓인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담적(痰積)’이란 한의학적으로 담음(痰飮)과 식적(食積)을 합하여 ‘담적(痰積)’이라 칭한다. 한의학에서 담음(痰飮)은 넓은 의미에서 물과 관련된 수음병(水飮病)을 칭하는 말로, 진액이 몸 안에서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순환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생긴 병증을 뜻한다.

<동의보감>에는 “담(痰)이라는 것은 진액이 열을 받아서 생긴 것이고 음(飮)은 마신 물이 잘 퍼지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으며, ‘십중구담(十中九痰)’이라 하여 열 가지 병이 있으면 그중에 아홉은 담병(痰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담음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이 늘고 있다.

왕은군의 담에 대한 이론<王隱君痰論>에 따르면, 담으로 병이 되면 나타나는 증상은 어지럼증, 이명, 입과 눈이 떨리는 증상, 가려운 증상, 팔다리가 붓고 아픈 증상, 트림이 나거나 신물이 올라오고, 명치 밑이 쓰리고 구역질 딸꾹질이 나는 증상, 목의 이물감, 가래, 허리와 등의 통증, 팔다리 마디들이 화끈거리고 아픈 증상, 손이 뻣뻣하고, 온몸이 벌레가 기어 다니듯 가려운 증상, 눈이 깔깔하고 가려운 증상, 입과 혀가 허는 증상 등이 백가지도 넘는다고 했다.

식적(食積)을 설명하려면 적취(積聚)라는 질병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 적취는 몸 안에 쌓인 기로 인하여 덩어리가 생겨서 아픈 병을 의미한다. <의방유취(醫方類聚)>에서는 “기가 쌓인 것이 적(積)이고, 기가 모인 것이 취(聚)이며, 적은 오장(五臟)에 생기고, 취는 육부(六腑)에 생긴다”고 하였다. 이렇듯 순환이 안되고 쌓여 덩어리로 뭉친 것을 ‘적’이라 한다.

<동의보감>에는 “비위(脾胃)가 허약할 때 혹은 음식을 지나치게 먹거나 생것과 찬 것을 지나치게 먹으면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적취나 비괴가 되어 명치 밑이 불러 오르고 그득하며 트림이 나고 신물이 올라오며 얼굴이 퍼렇게 되고 몸이 여윈다”라고 소화기와 관련된 적(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적의 종류에는 식적(食積), 주적(酒積) 면적(麵積), 육적(肉積), 어해적(魚蟹積), 과채적(果菜積), 다적(茶積), 수적(水積), 혈적(血積), 충적(蟲積) 등이 있다. 식적은 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아 생기는 적을 의미하며, 주적은 술, 면적은 밀가루 음식, 육적은 고기, 어해적은 생선, 과채적은 과일과 야채, 다적은 차, 수적은 물로 인해 생기는 적을 말한다. 혈적은 어혈로 생긴 적으로 타박을 받거나 넘어져서 생긴 어혈이 가슴과 배에 몰려서 생기는 적이고, 충적은 먹은 음식이 몰려 뭉친 것이 변해 벌레가 생겨서 된 적을 의미한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식습관 및 생활습관 등으로 인한 소화불량 외에도 심리적인 긴장이나 술 담배가 담적의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 담적병은 위장에 담이 쌓이고 점막이 굳어지면서 통증을 느끼는 병리적인 증상을 뜻하며,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면서 만성화가 되기 쉬워 치료가 꼭 필요한 질환이다.

담적이 소화기에 쌓이면 체기가 생긴 것 같은 답답함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되며, 복부에 찬 가스로 복부팽만감을 느끼기도 한다. 식욕저하, 잦은 트림, 잔변감으로 고생하기도 하고, 두통, 어지럼증, 메스꺼움, 입 냄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일하는 중에도 집중력 저하가 일어나 업무에 방해가 되거나, 타인과 대화할 때 불쾌감을 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담적은 자가진단을 통해 간단하게 체크해 볼 수 있다. 윗배를 만져보니 딱딱한 돌덩이 같고, 피로를 쉽게 느끼거나, 무기력하여 자꾸 눕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관절이나 온몸 여기저기가 쑤시거나, 손발이 붓는 증상이 생기기도 하고, 혹은 소변이 자주 마렵고 잔뇨감이 있거나, 체증이 갑자기 증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 중 하나 이상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정밀한 진료를 받으러 한의원을 방문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은 단순히 컨디션이 안좋아서 생기는 일시적인 증상이라 여기고,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 가볍게 소화제를 선택하는 환자가 있다. 잠깐은 소화불량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소화제에 의존하게 되면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거나 담적이 만성화되어 악화될 수 있다.

담적은 위장의 운동기능이 저하 됐기 때문이라고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식도를 통해서 위로 들어간 음식물이 소장으로 나가기까지 소화되는 과정에서 정체되며 단단하게 굳기 때문이다. 

단순한 소화기 증상뿐만 아니라 영양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으면서 전신의 기능과 순환을 저하시키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방에서는 단단하게 뭉쳐있는 위장 내 담을 풀어주고 소화기 기능을 살려주는 한약을 처방한다. 이 외에도 뜸, 약침, 부항 등 다양한 치료를 병행하여 호소하는 여러 불편감을 해소할 수 있다.

한방 치료 뿐만 아니라 환자 개인의 노력 또한 중요하다. 특히 식생활에 신경써야 하는데, 음식을 빠르게 섭취하거나, 폭식이나 과식하는 습관, 밀가루나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는 습관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여기에 매일 하루 30분 가벼운 운동을 하여 위장의 활동을 돕고, 전신근력을 강화시켜주면 병세의 호전을 느낄 수 있다. 

< 수원바를정 한의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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