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만에 새 이름...중공업 떼고 새출발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름을 ‘HD현대’로 바꿨다. HD현대는 26일 경기도 판교 글로벌R&D센터(GRC)에서 50주년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그룹의 공식명칭을 변경한다고 선언했다.

재계는 이번 GRC시대를 맞아 정기선 사장의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HD현대' 로고 변경을 검토하는 데 정 사장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 사장의 그룹 내 입지도 튼실해졌다는 전언이다. 정 사장은 고 정주명 명예회장의 손자이다. 아버지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다.  

- 사명 변경...비전 선포식 개최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날 경기도 판교에 있는 글로벌R&D센터(GRC)에서 50주년 비전 선포식을 하고 HD현대를 새 그룹명으로 발표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오늘은 우리 그룹이 GRC에서 ‘HD현대’라는 새 이름으로 시작하는 날”이라며 “과거 50년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영광의 역사였다면, 미래 50년은 기술과 환경, 디지털이 융합된 혁신과 창조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는 이 자리에서 ‘시대를 이끄는 혁신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인류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미션을 공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선해양·에너지·산업기계 등 3대 핵심 사업 비전을 제시했다.

발표자로 나선 정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직접 HD현대의 새로운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정 사장은 “정말 ‘일 하고 싶은 회사’,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리더들이 먼저 나서서 적극 노력하겠다”며 “더 스마트한 근무환경과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사업 부문과 관련해서도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정 사장은 에너지 부문을 '지속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 생태계 구현'의 비전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사장은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해 고효율·친환경 산업용 고부가 복합소재를 개발할 것"이라며 "수소·바이오 등 청정에너지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기계 부문 비전으로는 '시공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산업 솔루션 제공'을 내세웠다.

기업 문화 개선도 약속했다. 정 사장은 "50년 전 정주영 회장께서 울산 미포만 백사장을 앞에 두고 미래를 그렸을 마음대로 또 다른 50년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다"며 "더 스마트한 근무 환경과 기업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기업 문화 지향점으로는 세상을 이끄는 혁신, 두려움 없는 도전, 서로에 대한 존중, 모두를 위한 안전을 내세웠다.

- 정 사장이 이끌 'HD현대' 기대 

정 사장은 지난해 10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뒤 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 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올라 그룹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중공업' 이름을 떼고 손도 기업으로 변신을 모색 중이다. 

업계도 이번 로고 변경과 함께 정 사장이 HD현대의 단독 수장이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정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로 HD현대를 이끌고 있는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다만 정 사장이 차기 회장에 오르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주주들 간의 지분 정리와 관계성 정리다. 또 그룹 구성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 사장은 현재 HD지분 5.26%를 보유하고 있다. 정 사장 지분은 아버지 정 이사장(26.60%), 국민연금공단(8.22%)에 이어 세 번째다.

한편 HD현대는 현대울산조선소 기공식이 있었던 1972년을 그룹의 역사가 시작된 날로 본다. 2002년 현대그룹에서 계열에서 분리된 이후부터는 현대중공업그룹이라는 이름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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