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차현정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차현정 변호사]

얼마 전 의뢰인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작년에 항소심까지 진행하며 이혼소송을 마무리한 의뢰인이었다. 그 의뢰인은 문자메시지를 보내어 이렇게 물었다.
“변호사님 아파트 값이 폭락해서 작년에 이혼 할 때보다 3억 원이나 하락했습니다. 이혼 할 때는 아파트가 16억 원이었는데 지금은 13억 원에도 안 팔립니다. 그런데 저는 아파트 값을 16억 원으로 계산해서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을 해줬으니 하락한 금액만큼 다시 뺏어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최근 아파트 값이 폭락하면서 위와 같은 문의를 하는 종결사건 의뢰인들이 종종 있다. 반대로 이혼 당시에는 아파트 값이 얼마 안됐는데 이혼 후 해당 아파트가 재개발 아파트로 지정되면서 시세가 천정부지로 올랐으니 재산분할을 다시 해서 돈을 더 받아와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양자 모두 충분히 억울할만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혼 후 아파트 값이 하락 혹은 상승하였다는 이유로 재산분할만을 다시 청구해 재차 분할을 할 수는 없다.

아파트 값이 폭락하여 상대방이 받아간 재산분할금을 도로 뺏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파트 값이 상승할 경우 상대방에게 재산분할금을 더 얹어줄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반대로 아파트 값이 상승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재산분할금을 더 받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파트 값이 폭락할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재산분할금을 돌려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서로가 자신의 입장에서 유리한 주장만 되풀이하기 때문에 대법원은 “재판상 이혼에서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의 산정시기는 이혼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이라고 정했다. 사실심이란 1심과 항소심을 의미하는데 사실심 종결일은 쉽게 얘기하자면 이혼 소송의 최종판결을 선고하기 전 가장 마지막 날이라고 보면 되겠다. 1심에서 소송이 종결되면 1심 변론종결시가 기준이고 항소심에서 소송이 종결되면 항소심 변론종결시가 기준이다.

하지만 실무상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을 확정하는 기준시점은 바로 “혼인파탄시점”이다. 혼인이 파탄된 시점이란 대체적으로 “이혼 소송을 제기한 시점, 즉 소 제기시”로 보는데 만약 별거를 시작한 시점과 이혼소송을 제기한 시점이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있는 경우, 예를 들어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가출하여 연락두절을 한 시점으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야 이혼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별거시”를 기준으로 한다.

소제기시 혹은 별거시에 존재한 재산들을 기준으로 하여 재산분할 대상을 정하되 다만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 재산의 가액”은 이혼소송 판결을 선고하기 전 마지막 날까지 조회하여 확정된 시세 즉 “가장 최근의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이 존재해야 하는 시기는 혼인이 파탄된 시점이나 그 재산의 가액을 얼마로 할지를 정하는데 있어 특히 부동산은 가장 최근의 시세를 반영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변호사들은 이혼소송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내 의뢰인의 아파트 값을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내 의뢰인의 아파트 가액이 하락해야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상황인데, 사실심 변론종결 즈음에 조회한 의뢰인의 아파트 가액이 상승했다면 그와 관련된 새로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 기존의 아파트 가액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아파트 가액이 하락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곧바로 해당 자료를 법원에 제출해서 재산분할 대상이 된 아파트의 가액을 하락한 시세로 정정하려 드는 것이다.

단돈 1원이라도 내 의뢰인의 재산을 지켜야한다는 일념 하나로 판사님께서 판결문을 쓰고 계실 그 순간까지 변호사들은 내 의뢰인의 아파트 시세를 조회하고 있어야 한다. 아파트 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우는 더더욱 촉각을 곤두세운다.

악전고투 끝에 1심 판결을 선고 받았는데 아무래도 6개월 안에 아파트 값이 상승 혹은 하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싶으면 항소심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항소를 하여 소송을 질질 끄는 동안 아파트 값이 상승 혹은 하락한다면 항소심에서 판결을 선고하기 전 마지막 날인 항소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새롭게 시세조회를 하여 수정된 아파트 가액으로 다시 재산분할을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1심 이혼 판결을 선고받은 의뢰인들 중 아파트 가액이 수십억 원에 달하여 시세가 조금만 하락해도 몇 억 원씩 차이가 나버리는 의뢰인들은 항소 제기 여부를 고민하며 담당 변호사인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변호사님. 아파트 값이 오를까요, 내릴까요?”

아파트 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 그것을 내가 미리 알고 있었다면 변호사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쭙잖은 부동산 지식으로 “그 지역은 그래도 오르지 않을까요?”와 같은 소리를 하다가 의뢰인의 소송을 망쳐버릴 수도 있으니 이때는 애꿎은 부동산 뉴스만 죽어라 파는 것이다. 다만 6개월만 기다리면 상대방 명의의 아파트가 재개발될 것이 확실하여 시세상승이 반드시 보장되어 있고 내 의뢰인이 그 아파트를 타겟으로 재산분할을 받아와야 하는 경우라면 항소를 해야 1심보다 많은 재산분할금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항소를 하지 않은 채 1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시킨 후, 아파트 값이 상승 혹은 하락하였다는 이유로 재산분할만을 다시 청구하여 추후의 시세 하락분 혹은 시세 상승분을 재조정할 수는 없다.
부동산 시세가 널을 뛰는 한반도 부동산 대격동의 시대, 슬프게도 이혼전문변호사의 진정한 역량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예측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 차현정 변호사 ▲ 세종대학교 졸업 ▲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수료 ▲수원지방검찰청 성폭력전담팀 검사직무대리 ▲성남수정경찰서 집회시위자문위원회 위원 ▲성남수정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위원 ▲대전지체장애인협회 중구,유성구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등록 이혼전문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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