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공개 들여다보니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는 2022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27일 분석・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일가의 '책임 없는 권한'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사외이사·감사위원·내부 위원회 등 견제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보완되고 있으나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에 미흡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당국의 철저한 수사 또는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 총수일가 임원등기 안해 

보고서에 따르면 총수일가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화사의 비율은 5.3%이며, 총수일가 미등기 임원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서 집중적으로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가 없는 집단은 14개 (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두산·CJ·대림·미래에셋·효성·태광·이랜드·DB·동국제강·하이트진로·한솔)에 달했다.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

이 중  '하이트진로'는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의 비율이 46.7%로 가장 높았다. 또한 10곳은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은 셀트리온(88.9%)·KCC(82.4%)·부영(79.2%)·SM(72.3%)·세아(66.7%) 순으로 높았고, 미래에셋(0.0%)·DB(0.0%)·한화(1.3%)·삼성(3.2%)·태광(4.2%) 순으로 낮았다.

이에 총수일가가 ‘책임 경영’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나 2·3세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으면 경영권을 행사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 이사회 거수기 여전

또 이사회에 오른 안건이 대부분 그대로 통과되는 등 대기업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을 벗어나지 못했다.

62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274개 상장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는 890명으로, 전체이사 1745명 중 51.0%의 비중을 차지했다.

사외이사 비중은 한국투자금융(75.0%), 금호석유화학(70.0%), KT&G(69.2%), 한진(68.9%) 순으로 높았고, 이랜드(16.7%), 넥슨(25.0%), 동원(30.8%), IMM인베스트먼트(33.3%) 순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분석대상 기업집단의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7.9%며, 최근 1년간 이사회 안건 6898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26건(0.38%)에 불과했다.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 기준 62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총수일가 경영참여, 이사회 작동 현황 등을 조사해 공개했다.

공정위 측은 "총수일가 미등기 임원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집중적으로 재직하고 있는 바, 총수일가의 책임과 권한이 괴리되는 상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적 장치는 지속적으로 정착해가는 반면 실질적인 운영 측면에서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에 미흡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에 총수일가가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며 "공익법인이 본연의 사회적 공헌 활동보다 편법적 지배력 유지·강화에 활용될 우려도 있어 의결권 제한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위해 내년에 실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현황 등 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공개함으로써 시장의 자율적 감시를 활성화하고 자발적인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인수합병 효과적 대응...'국제기업결합과' 신설

공정거래위원회는 글로벌 인수·합병(M&A)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제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국제기업결합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기업결합과 조직은 1996년 신설돼 그동안 1개과로 운영 돼 왔다. 20여년 전에 비해 시장규모 및 국내외 M&A 건수가 급증하는 등 심사환경이 크게 변화됐고 
최근에는 항공‧반도체‧조선 등 국내 기업 주도의 대형‧글로벌 M&A도 증가하여 글로벌 경쟁당국과의 공조 필요성도 한층 강화됐다.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

실제 M&A 심사건수는 과거 세 차례에 걸쳐 신고기준을 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602건(2002년)에서 1113건(2021년)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M&A 심사금액도 15.3조원(2002년)에서 349조 원(2021년)으로 약 23배 증가했다.

글로벌 M&A심사건수 역시 90건(2002년)에서 180건(2021년)으로 2배 늘어났고, 심사금액은 1.3조원(2002년)에서 297조 원(2021년)으로 228배 급증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국제기업결합과 신설을 통해 글로벌 M&A에 대한 심사 품질을 한층 제고하고, 미국‧EU 등 해외 경쟁당국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심사인력 확충을 바탕으로 국내외 M&A에 대한 심사가 보다 신속하고 면밀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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