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한창이던 1960년대에 있었던 일이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던 미국 민주당의 앤드루 제이콥스 하원의원이 베트남전 확전을 주장하는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을 겨냥해 병역기피자, 면제자 명단을 발표했다. 미국인들은 군복무를 기피한 자들이 전쟁을 선동하며 젊은이들을 베트남 정글로 내몰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제이콥스 리스트에 올랐던 의원들은 미국인들의 분노를 샀고, 다음 선거에서 모조리 낙선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징집을 피했던 대표적 인물이 조지 W 부시와 존 볼턴이다. 두 사람 모두 베트남전 징집 대상자였지만 징집되기 전에 부시는 텍사스주 방위군에, 볼턴은 메릴랜드주 방위군에 입대해서 베트남 파병을 피했다. 시간이 흘러 부시는 대통령이 되어 대량학살무기 보유라는 거짓명분으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 볼턴은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북미협상에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훼방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제이콥 리스트에 올랐던 자들, 부시와 볼턴같은 사람을 치킨 호크라고 부른다. ‘치킨은 겁쟁이를 뜻하고, ‘호크는 강경한 매파 성향을 말한다. 우리말로 옮기면 겁쟁이 강경파정도 되는 말이다. 대부분이 군대라고는 위문이나 격려방문 정도나 가봤을 이들 치킨호크들은 국익을 앞세워 전쟁을 일으키고 군대를 보내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은 군사훈련장에서 총 한 번 제대로 잡아본 적도 없으면서 남의 자식을 사지로 보내는 것을 손바닥 뒤집듯 여긴다.

대한민국에도 드디어 전쟁 준비를 선언하는 대통령이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침입 당시에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아닌 측근이 참석하는 송년회를 열고 있었다. 무인기 영공 침입이 문제가 되자 뒤늦게 국방부 장관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뉴스가 나오더니, 여지없이 문재인 정부 탓까지 등장했다. 그것으로 부족하다 싶었는지 대통령의 강경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전시대통령이 되려는지 전쟁 준비발언까지 들고 나왔다.

2016, 2017년의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는 북한의 핵실험이 이어지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의 연속이었다. 북한의 4, 5, 6차 핵실험이 있었고, IRBM, SLBM, ICBM 발사실험도 이뤄졌다. 북한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폭탄과 미사일을 갖췄음을 선언했고, 한반도에는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한치 앞이 안 보이던 북핵 위기는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과 평창올림픽 성공으로 변곡점을 맞았다. 이후 5년은 전쟁 걱정할 일은 없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군복무 경험이 없음에도 훌륭하게 군통수권자로서의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바마는 대통령 재직기간 중에 정기적으로 군 병원을 방문해 전쟁을 치르다 부상을 입어 돌아 온 장병들을 격려했다. 참모들은 오바마가 부상병들을 만나고 다니면 냉철한 전략적 판단이 어렵다고 말렸다고 한다. 오바마는 자신이 결정한 전쟁에 대가를 치르는 부상병들에 대한 책임감을 내세워 군 병원 방문을 이어갔다.

오바마는 자신이 결정한 전쟁으로 어떤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 그 비용을 실제 치르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전쟁에서 희생되는 미국인에 대한 책임을 늘 생각하는 대통령이었다. 이 나라의 대통령은 과연 어떤 생각과 책임감을 가지고 전쟁준비에 나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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