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생명 최대위기에 내몰렸다. 이른바 사법리스크로 촉발된 검찰과의 전면전이 지속되면서 진퇴양난에 봉착했다. 정면돌파는 고심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고 우회로를 찾는 것 역시 대략난감이다. 내우외환의 위기 상황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 측근과 주변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의 칼끝은 한층 예리해지면서 연일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물론 용산 대통령실도 이 대표를 향한 쌍끌이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 내부 상황도 복잡미묘하다. 정치보복과 탄압이라는 단일대오의 프레임이 약해지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부호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 대표로서는 정치적 결단의 시점이 다가오는 셈이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내몰린 이 대표의 정치적 승부수를 집중 조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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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의혹 관련 검찰 소환통보 놓고 초강경 대치전선
- 전통적 지지층 결집 통한 정면돌파 승부수 던질 듯

재선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쳐 대권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던 이 대표로서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22대 총선 승리와 차기 대권 도전은커녕 민주당 대표직 유지마저 힘들어졌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대비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밑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이 대표의 위험한 도박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정치입문 내내 크고작은 악재에 노출되면서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이 대표의 정치적 저력을 신뢰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선 2라운드에서 참패하면서 정치적 몰락의 신호탄일 될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 이재명 소환 최후통첩, 여론부담 “1월중순 출두

“1228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 vs “검찰의 행태가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히 임하겠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한둘이 아니다. 대장동·백현동 비리의혹 사건, 변호사비 대납의혹,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 등등.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성남FC 3자 뇌물의혹이다. 개요는 간단하다. 성남시장 재직 시절이었던 20162018년 성남FC구단주로 있으면서 네이버와 두산건설 등 국내 주요기업으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한 대가로 해당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용도 변경 등의 편의를 봐줬다는 게 골자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선거를 앞둔 20186월 고발됐고 경찰은 약 3년간의 수사 끝에 무혐의 종결 처리한 사건이다.

상황은 정권교체 이후 달라졌다. 관련 수사를 주도해온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 대표의 검찰소환 통보라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과거 무혐의 결정이 났던 성남FC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초강수를 던지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 대표의 범죄협의 입증에 상당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통보에 강력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을 죽인다고 해서 그 무능함과 불공정함이 감춰지지 않는다지금이 야당 파괴와 정적 제거에 힘쓸 때냐. 가장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정권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라고 성토했다. 한마디로 대선 라이벌 제거를 위한 정치탄압이자 표적수사라는 비판이다. 민주당도 격앙된 분위기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야당 대표를, 대선 경쟁자였던 사람을 이렇게 소환 통보하는 것은 이 정권이 정적 제거에만 혈안이 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유감을 드러냈다. 박성준 대변인은 경남FC는 김태호 경남도지사 시절 STX그룹과 총 200억원의 후원 계약을 맺었고,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대우조선과 메인 스폰서십을 맺고 지역의 기업대표 16명을 경남FC 재정이사로 영입했다기업 유치와 광고 영업이 죄라면 대한민국 모든 지자체장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수사를 진행 중인 검사들의 사진과 실명을 공개한 것은 논란에 불을 붙였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검사들의 어두운 역사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지지자에게 좌표를 찍어줬다. 당원들에게 검찰에 맞서 싸우라는 기괴한 선동이라고 꼬집었다. 한동훈 법무장관도 등판해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 중인 공직자들의 좌표를 찍고, 조리돌림 당하도록 선동하는 것은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과 검찰의 전면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여론은 이 대표에게 다소 불리하게 돌아갔다. 부담을 느낀 이 대표는 한발 물러섰다. 이 대표는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 이재명에게 언제 소환에 응할 것인지 물을 게 아니고,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받을 거냐고 먼저 물어보시기 바란다고 반발했다가 이후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검찰의 행태가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히 임하겠다면서도 변호인을 통해 가능한 날짜와 조사 방식을 협의하겠다고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이후 취재진에 보낸 문자공보에서 지난 27일 오후 2시경 변호인이 검찰에 연락해 검찰에 출석을 요구한 1228일 출석은 어렵다고 공식적으로 답변을 해왔다“11012일로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해 초에는 대선후보를 지낸 제1야당 대표가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기괴한 장면이 연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 범죄자프레임 총공세vs, 정치보복 반발속 균열

윤정부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 뉴시스
윤정부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 뉴시스

문제는 총선을 앞둔 여야의 정치적 득실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야당파괴라고 강력 반발한 반면 국민의힘은 적반하장이라고 반격했다. 여야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검찰소환 이후 정치적 환경 변화를 놓고 주판알 튕기기가 분주하다. 특히 여권은 사실상 총공세에 나섰다. 이 대표의 야당탄압 주장은 궤변일 뿐이라면서 범죄자 프레임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는 정치탄압이라고 반발했지만 내부 기류는 미묘하게 흘러갔다.

국민의힘은 차기 전대 당권주자들이 나서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기현 의원은 이 대표의 피의자 소환은 사필귀정으로 될 것이다. 진실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그래도 국회 절대다수 야당 대표이고 일국의 대선후보였는데 비겁하게 숨지 않을 걸로 믿고 싶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도 결백하면 정정당당하게 나가서 밝히라며 이 대표의 소환불응을 꼬집었다. 윤상현 의원도 탄핵사태 당시 이 대표가 대면조사를 거부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 발부를 주장한 것과 관련, “체포영장을 발부해서라도 조사받게끔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내부는 복잡미묘해 보인다. 검찰의 소환통보에 윤석열 정권의 망나니 칼춤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성토했던 이 대표가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떳떳하게 조사에 임해야 한다는 비명계는 물론 친명계 일각에서조차 소환조사 수용과 정면돌파 주문이 나왔다.

게다가 검찰의 이 대표 소환통보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대장동·백현동 비리의혹은 물론 변호사비 대납 의혹, 법인카드 불법사용 의혹 등 대부분의 사법리스크가 이 대표 본인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가 반복될 때마다 정치보복·야당탄압·정적제거라는 프레임으로 비켜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검찰 수사 상황도 녹록지 않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 이 대표의 오른팔과 왼팔이 모두 기소된 것은 물론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 대표를 옭아매는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결국 위기는 기회다. 차라리 이 대표가 당당하다면 차라리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남은 장사라는 판단이다.

만일 이 대표가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여권의 방탄국회 공세가 거세지면서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로 방탄국회 비판여론이 커지면서 무작정 이 대표를 지원사격하기만도 쉽지 않다. 박용진 의원은 생즉사 사즉생 각오로 당당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본인이 무죄를 주장하고 검찰의 정치공작을 비판하는 만큼 공세에 뒷걸음질 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원욱 의원도 조사에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한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 검찰의 정치 탄압과 이 대표의 범죄 유무는 다른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당당히 임해야 한다. 정치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저런 식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누구나 다 예상했던 것 아닌가잘못된 것이 있으면 사과도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 ‘지지층 결집정면돌파통과의 전면전 선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창동성당에서 열린 고 김근태 즈카리야 추모미사에서 기도하고 있다. 2022.12.29.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창동성당에서 열린 고 김근태 즈카리야 추모미사에서 기도하고 있다. 2022.12.29. 뉴시스

이 대표의 고뇌는 깊어지고 있다. 위기탈출의 키워드는 전통적 지지층 재결집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상징되는 민주당 정치적 기반으로 완벽하게 복원해 윤석열정부의 탄압에 맞서겠다는 시도다. 실제 이 대표의 새해 초 행보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예방으로 맞춰져 있다.

이 대표는 우선 11일 새해 첫 일정으로 국립 서울현충원을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김대중재단 신년하례식에 참석한다. 이어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아울러 12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는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예방의 상징성은 크다. 이 대표 측은 새해 인사 차원이라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하지만 당내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성격도 크다. 다시 말해 친문세력의 확실한 지원과 단일대오 형성을 통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상반기 윤석열정부 퇴진이라는 구호 속에 장외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반면 전통적 지지층 결집 시도로 위기상황 돌파가 가능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 대표는 과거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 20186월 경기지사 선거 경선, 20대 대선 민주당 경선 과정을 거치며 친문세력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던 만큼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도 삼겠다는 것이다. 다만 20대 대선 패배 이후 인천 계양을 출마를 통한 조기 복귀와 전당대회 출마 등을 놓고 친문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이 대표의 과거 행보에 대한 실망스런 시각이 여전하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논란이 친명계와 친문 위주의 비명계와의 계파갈등을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갈등이 확산되면 민주당은 이 대표를 배제한 비대위 체제 전환을 고려할 수 있다.

여론지형 또한 불리하다. 취임초 좌충우돌 해프닝 속에서 지지율이 한때 20%대 중반까지 추락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정수행 지지율이 40%대에 이르는 조사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현 정부의 실정에도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한 채 끝없는 내홍 속에서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과의 지지율 경쟁에서조차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표는 당장 대권도전이 아니라 민주당 대표직 유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최악의 경우 2024422대 총선 이전에 대표에서 낙마할 수 있는 위기상황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라이벌의 완벽한 제거를 통한 국정주도권 장악과 강력한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프레임을 밀고나갈수록 이재명 대표의 처지는 탈출구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민주당 안팎 상황을 고려할 때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대체할 수 없는 대안부재의 상황 또한 여전하다외통수에 내몰린 이재명 대표의 선택은 연말연초 구상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대체적인 윤곽은 현 정부에 비판적인 지지층을 강력하게 결집해 윤석열 대통령의 전면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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