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돌아왔다. 윤석열 정부의 복권 없는특별사면을 통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위기감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귀환하자 야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출소하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뉴시스
출소하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뉴시스

- 피선거권 제한 ‘2027년 대선도 출마 못해, 그러나 정치 활동은 못막아
포스트 이재명 체제대안, ‘친문 구심점’ ‘차차기 잠룡가능성에 주목

친노친문의 적자로 불리우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한때 친문 진영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혔다. 그러나 그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726일 창원교도소에 수감됐다.

친문 진영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을 경우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지기도 했다.

김경수의 귀환을 주목하는 이유는...

하지만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김 전 지사의 정치 시계는 멈춰섰다. 구심점을 잃은 친문 세력도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캠프로 뿔뿔이 흩어졌다. 한동안 정치 일선에서 사라진 김 전 지사는 윤석열 정부의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난 12월 280시를 조금 넘겨 창원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그러나 복권 없이 사면되면서 김 전 지사는 20271228일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2024년 국회의원 선거와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 선거에 모두 출마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복권 없는 사면에다 형기 만료를 불과 5개월을 앞두고 출소한 것이지만 그의 귀환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위기감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까지 받은 상황이다.

비명계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탈당이나 당대표 사퇴 요구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비명계의 이재명 대표 흔들기는 더욱 강도가 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2024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려 정치권이 김 전 지사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문이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위한 물밑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같은 이 사실이라면 포스트 이재명 체제의 첫 대안은 김 전 지사가 될 수밖에 없다.

또 김 전 지사의 수감으로 구심점을 잃었던 친문 세력이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제2의 정치세력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한동안 두드러진 활동을 하지 않던 친문 진영은 최근 다시 움직이고 있다. 친문 주축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은 최근 전해철 의원을 새로운 이사장으로 추대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하기도 했다.

세 번째로는 김 전 지사가 복권 없는 사면으로 2027년까지 공직 선거에 나설 수는 없지만 67년생인 그에게는 피선거권 제한이 풀리는 시점 이후에도 정치적 기회는 많다. 차기가 안된다면 차차기 대선을 노려 볼 수도 있다. 민주당이 대선주자 기근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위기를 맞은 민주당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한다면 민주당 내에서 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김경수 역할론설왕설래, 위기의 친문 끌어안기

악수 나누는 이재명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뉴시스
악수 나누는 이재명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뉴시스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 전 지사의 향후 역할론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친문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월 29YTN 라디오에서 김 전 지사의 향후 행보에 대해 정치인이기 때문에 복권 여부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당분간 가족들과 함께 좀 추스르면서 조용히 고민을 정리해 나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번 면회 갔을 때도 보니까 대한민국의 미래라든지 미중 갈등과 한반도의 상황이라든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와 기후변화, 이런 부분에 대한 굉장히 깊은 고민들을 하고 있더라그동안 여러 경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의 근본적 전환과 미래에 대해서 고민도 나누면서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김 전 지사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출했다. 박 전 원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인터뷰에서 김경수 전 지사는 어떻게 됐든 민주당의 중요한 동량, 큰 인물이다. 민주당에서 크게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저도 전화를 했다. ‘잘 나왔다, 건강은 어떠냐고 했다. 좋다고 그랬다. 빨리 나와서 역할을 하라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원장은 김 전 지사의 당대표 출마 가능성에 대해 그것은 본인의 정치적 상황을 보고 결정할 수 있지만 저는 어떻게 됐든 민주당의 중요한 젊은 지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한 역할을 하는 데에 저 같은 선배들이 병풍이 돼주겠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친명계인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한 어떤 정치적 기대를 갖고 있는 분들도 상당히 계시고 그렇기 때문에 의견은 있을 수 있는데 아직은 전반적인 기대는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생각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최고위원은 본인이 원치 않았던 사면이었고, 이번에 사면의 내역들을 보게 되면 상당한 수가 범죄를 저지르고 부패했던 검사들에 대한 거의 대방출 수준, 참사 수준의 사면이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된다그런 상황에서 김경수 전 지사 지금 석방되고 나서 바로 정치적인 역할을 언급하는 것은 아직은 이르지 않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대체적으로 김 전 지사가 이재명 대표를 견제하는 세력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게 김 전 지사의 귀환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2월 28YTN 라디오에서 친명계들이 김경수 전 지사의 석방과 이런 것들을 껄끄럽게 생각하느냐. 껄끄럽게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근데 반드시 그렇다라고 얘기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왜냐면 김경수 전 지사와 같은 비중 있는 인물이 등장을 할 경우에는 지금까지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 밖에 없었다. 근데 관심이 좀 흩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가 있다여권에서 공격할 때도, 그러면 좀 부담이 덜하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출소 당일 첫 일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향후 계획에 대해 오늘 나왔는데 우선은 가족들과 좀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까 시간을 보내면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서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국민통합 역할론외친 김경수...차차기?

대화 나누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뉴시스
대화 나누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뉴시스

김 전 지사는 그러면서 국민 통합을 위해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께서 재임 기간에 가장 최고의 과제로 꼽으셨던 게 국민통합이다. 왜 그렇게 국민통합을 위해 애를 쓰셨는지 지금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노 전 대통령께서 애타게 갈망하셨던 국민통합이 꼭 이뤄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로 위기를 맞은 이재명 대표는 친문 끌어안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출소 당일 김 전 지사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이 대표 측에서 경남도당에 김 전 지사의 새 연락처를 물었고 통화도 한 것으로 안다면서 안부 차원의 대화 정도만 이뤄지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내년 12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있는 사저를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노웅래 의원의 후임으로 친문정태호 의원을 민주연구원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김경수 전 지사가 민주투사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사면에 대해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는 김경수 전 지사의 언행이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여론조작은 선거 조작이고, 선거 조작은 민주주의 파괴임이 명백한데도 반성은커녕 민주투사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이미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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