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표창장 ‘총장 명의로 발급한 바 없다’ 소신발언, 보수결집 원동력

조국 전 법무장관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자녀 표창장 위조 등 입시 비리를 자행한 일명 ‘조국 사태’는 나라 전체를 경악케 했던 사건으로 회자된다. 2022년 1월 대법원은 자녀입시‧사모펀드 비리 혐의를 받고 있었던 정 전 교수에 대해 징역 4년형을 확정했다. 약 2년 5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와 법정 공방 끝에 드러난 조국 일가의 민낯이다. 조국 사태 여진은 2021년 4.7 재보궐선거를 비롯해 지난해 대선‧지선에서도 적잖은 파급이 됐다.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의 ‘가족 리스크’는 최근 굵직한 선거철마다 언급되며 국민의힘에겐 보수결집 호재로, 더불어민주당에겐 중도이탈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선 ‘조국의 강’을 넘는 수준이 아니라, 이제는 조국 리스크와 철저히 결별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이에 본지는 2023년 계묘(癸卯)년을 맞아 ‘동양대 표창장 위조’ 폭로로 조국 사태 수사‧판결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을 집중 조명해 봤다.

‘내로남불’ ‘강남좌파’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 지난 2021년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이른바 ‘조국 사태’를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조 전 장관은 자타공인 사회주의 이념가다. 소셜리즘의 핵심 가치는 평등과 분배다. 그러나 정작 그런 그의 가족이 지도층으로서 특권을 향유하기 위해 위법도 마다하지 않는 모순을 범했다는 지적이다. 법원 판결과 별개로 ‘입시 지옥’에 매진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꿈나무들에게 좌절과 박탈감을 안겼을 뿐만 아니라,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없다’라는 상류 사회에 대한 국민 불신을 키웠다는 점에서 도의적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는 평가다.

정 전 교수는 자녀입시 비리 등으로 현재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만기 출소는 2024년 6월이다. 조 전 장관도 현재 조민 입시 비리,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지난 2019년 12월 재판에 넘겨져 징역 5년이 구형된 상황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열린 공판 최후진술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후, 검찰과 언론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았다”라며 “하루하루가 생지옥 같았다”라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검찰이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만큼, 조 전 장관의 법적 처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평이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뉴시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뉴시스]

최성해 조민 표창장 폭로, 정경심 수사 ‘스모킹 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딸인 조민의 스펙을 허위 작성, 위조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검찰 수사 단계부터 1‧2‧3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최대 관건은 단연 정 전 교수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여부였다.

해당 혐의점이 사실로 밝혀지는 데 결정적 단초가 된 것이 최성해(70) 전 동양대 총장의 진술이다. 최 전 총장은 지난 2020년 3월 30일 서울중앙지법 심리로 열린 정 교수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민에게 수여됐다는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결재한 바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조민 관련 표창장을 직접 결재하거나, 그에 관한 말을 들어본 적 없다는 게 최 전 총장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최 전 총장은 이날 “정 교수의 자녀와 관련된 표창장을 결재하거나, 관련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정 교수와 딸을 몇 차례 만났지만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은 없다. 표창장을 수여한 사실도 없으며 정 교수를 비롯해 다른 동양대 교수들로부터도 정 교수 딸에게 표창장을 수여한다는 내용을 들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

최 전 총장은 당시 핵심 증거로 채택된 표창장에 대해서도 일련번호나 상장 이름 등 양식이 생소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에서 “개인에게 주는 표창장의 경우 자세히 살펴보는 편이며,  조민이 표창 대상으로 추천됐다면 당연히 저에게 결재가 올라왔을 텐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해당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2019년 9월경 조 전 장관 부부로부터 ‘검찰 수사에 협조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회유가 있었다는 진술도 쏟아냈다.

최 전 총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됐을 당시 정 전 교수가 “‘표창장 의혹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라며 “당시 정 교수가 ‘저와 관련한 자료를 검찰에서 요구해도 내주지 말아 달라’고 전화로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정 전 교수 본인이) 웅동학원 이사를 맡고 있는데 검찰에서 자료를 요구해도 안 내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총장이 자료를 내주었다간 총장님께서 다친다고 말했다”고 구체적인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뒤이어 조 전 장관이 표창장 결재권한을 정 전 교수에게 위임했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내달라고 요구했다는 진술도 덧붙였다. 이날 최 전 총장 진술에 따르면 당시 조 전 장관은 통화에서 부인 정 전 교수에게 표창장 최종 결재권을 넘겼다고 말하면 서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   

최 전 총장은 재판에 앞서 2019년 9월 검찰이 정 전 교수의 표창장 위조 의혹을 수사했을 당시에도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총장 명의로 발부된 조민 표창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전 총장은 검찰에 정 전 교수로부터 심지어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다면 다칠 수 있다’는 압박이 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김태윤 전 동양대 부총장도 최 전 총장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고 힘을 실은 바 있다.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뉴시스]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뉴시스]

‘조국 사태’ 변곡점 된 최성해, 누구 

한편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은 이른바 ‘조국 사태’의 최대 쟁점이었던 동양대 표창장과 관련해 핵심 증언들을 쏟아내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경북 영주 출신인 그는 대구고등학교를 졸업, 워싱턴침례신학대 신학과 학사와 종교교육학 석사를 마쳤다. 

최 전 총장은 1994년 개교 이래 25년 동안 동양대 총장을 맡았다. 그의 부친은 동양대 설립자인 고(故) 최현우 씨다. 이 밖에 한국교회언론회 이사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현암학원 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현재 그는 단국대, 템플대, 워싱턴침례신학대 학력 위조 논란으로 동양대 총장에서 물러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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