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대상] 
한반도 최대의 곡창지대인 호남지역에 가뭄이 들면서 농업용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은 최근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주민들에게 생활용수 공급량 조절을 요청할 만큼 심각한 상황. 이런 장기간 이어진 가뭄으로 올해 농업용수 부족 우려는 없는지 일요서울이 확인에 나섰다.

[검증방법]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반과 담당자 인터뷰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본부 담당자인터뷰
광주광역시 안전 안내 문자
환경부 수자원정책과 보도자료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 저수율 현황 

[검증내용]
지난 5일 광주광역시는 광주·전남 지역 인근 주민들에게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가뭄에 대응할 것을 요청했다. 해당 문자 메시지는 “(동복댐 저수율 24.95%) 지속되는 가뭄으로 물은 받아서 사용, 수도꼭지는 잘 잠그기, 깨끗한 물 재사용 등 생활 속 물 절약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튿날인 6일에도 광주광역시는 안전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내 “(동복댐 저수율 24.78%) 비누칠할 때 수도꼭지 잠그기, 기름기 등 닦고 세척하기, 빨랫감은 모아서 세탁하기 등으로 가뭄 위기 극복에 동참하자”고 당부했다.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댐 저수율에 지역 주민들은 생활용수 부족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 

곡창지대 4대호 저수량 30~50%…농림부·농어촌공사 “저수율 확대 선(先)조치”
광주광역시, 댐 저수율이 하락으로 ‘제한급수’ 및 시민 물 절약 실천에 기대

하고저수지. [농어촌공사]
하고저수지. [농어촌공사]

광주광역시 동구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주변에 있는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는 생수 2리터 6개짜리 번들 제품의 재고가 쌓여있을 틈이 없다는 것. 지역 주민 A씨는 “마트에 가서 6개짜리 번들을 차에 실을 수 있는 만큼 실어서 왔다”라며 “당장 수돗물 공급이 우려되는 상황에 식수라도 챙겨둔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용수도 만만치 않다. 광주 동복댐 저수율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주변지역 주요 호수의 저수량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본부 수자원관리처 조영화 차장은 일요서울에 “저수량은 지난 30년간의 평균 수치와 비교해 현재 상황을 판단한다”라며 “이에 근거해 현재(1월6일 기준) 전국의 저수량은 95%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반도 곡창지대인 영산강 유역 주요 호수의 사정은 달랐다. 조 차장은 “해당지역 주요 4대 호수의 저수율은 3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라며 “평년 대비 광주호는 71.7%, 나주호는 65.6%, 장성호는 57.3%, 담양호는 53.6%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호, 나주호, 장성호, 담양호 등 4대 호수는 영산강 유역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영산강 지류에서 농업용 저수지로 개발된 곳이다. 특히 나주호의 경우 국내 최대 농업용 저수지로, 수리 홍수 조절의 역할도 하고 있는데 전라남도 제일의 곡창지대인 나주평야로 흘려보내줄 농업용수의 부족이 우려될 수 있는 상황.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반과 이재천 과장은 취재진에게 “생활용수 부족으로 해당지역 지자체에서 절약급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농업용수의 경우 생활용수와 달리 지금(겨울에는)은 물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비축시기이기 때문에, 영농급수가 시작되는 4월경 모내기까지는 (정상 공급)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6월 장마철에 들어서면서 비가 오면 회복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면서도 ‘만일 장맛비의 강수량이 최소치를 채우지 못하면 대안이 있나’라는 물음에 “나주호 등 주요 호수 인근에 있는 작은 저수지들을 가리켜 보조수원공이라고 하는데 흘러가는 하천의 물을 이용해 보조수원공을 채우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과장에 따르면 현재 단계는 ‘관심’을 넘어 ‘주의’ 단계다. 다음 단계인 ‘경계’나 ‘심각’으로 가지 않도록 하천을 이용해 저수량을 채워야 한다. 앞서 농어촌공사 수자원 관리처 역시 “(강수량이 부족하면) 하천에 흐르는 물을 양수해서 저수량 수준을 높이게 될 것”이라며 “농림부와 농어촌 공사가 공동으로 대책 마련 및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기준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남지역 전체의 저수율은 47.1%에 이르는 상황이다. 전북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아 53.3%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래프는 곡창지대를 중심으로 붉은색을 나타내고 있다. 그만큼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단계라는 의미다. 

한편 환경부는 영산강·섬진강 권역 가뭄 장기화에 대한 대응으로 수력발전용댐인 보성강댐 용수 활용 방안을 내놨다. 환경부는 앞서 주암댐을 지난해 6월부터 가뭄 단계로 관리하고 있으며, 그간 용수 비축을 위해 하천유지 용수 및 농업용수 감량, 섬진강 하천수 대체공급 등 선제적인 가뭄 대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 

[검증결과]
일요서울 취재결과, 현재 호남지역에서 농업 및 생활용수 기반이 되는 나주호, 담양호, 광주호, 장성호 등 주요 호수의 저수율은 평균 3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예년에 비해서도 평균 50~70% 수준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이에 ‘한반도 곡창지대가 위험하다’는 전제는 대체로 사실로 보인다.  

다만 농어촌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해 환경부와 산하 주요 댐 등에서는 농업용 저수지의 용수비축을 위해 선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호수와 달리 흘러가는 하천으로부터 용수를 확보해 저수지에 비축하는 계획을 농어촌공사 등에서 선제적으로 시행할 예정인 만큼, 모내기 등이 진행되는 초기 용수 공급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후 장마기에 접어드는 6월 이후의 강수량이 최대 변수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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