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간 대립 심화 … 혐오로 얼룩진 집회

수요집회 초기 활동해 온 활동가 선배들이  . [정의기억연대]
수요집회 초기 활동해 온 활동가 선배들이 30주년 기념 집회에 참석한 모습. [정의기억연대]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1년 8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으로 인해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에 한국 정부는 1992년 일본 정부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후속 조치를 요구했으며,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1994년 일본 무라야마 총리 특별담화부터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회담까지 양국은 수차례 인정과 사죄, 배상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이런 대외적인 노력과 함께 시민사회 또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역사인식을 고양하고 증언을 채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렇게 3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최근에는 방송인의 역사인식 논란과 더불어 청소년의 상식 결여가 사회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이는 곧 교사의 자질 문제로도 이어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한국사 교육 관련 교원 인식조사를 통해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 교사가 88%라고 발표했다. 이렇듯 사회 각기 각층에서 역사인식의 부재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대사관 앞 시위 중인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박정우 기자]
일본대사관 앞 시위 중인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박정우 기자]

엎친 덮친 격, 시민사회 분열까지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단체 간의 갈등까지 점화되며 상황은 더더욱 혼란 속으로 들어섰다. 대표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1992년 1월8일 시작된 수요시위에 제동이 걸렸다.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평화적으로 이끌어가던 본 집회는 “위안부는 사기다”라고 주장하는 단체의 맞불 집회로, 장소를 이동하며 진행되고 있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김병헌 대표. [박정우 기자]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김병헌 대표. [박정우 기자]

11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녀상 철거 시위를 연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의 김병헌 대표는 수요시위를 주최하는 ‘정의기억연대’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공격적인 불법시위를 주도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위안부’는 거짓이고, 이를 통해 국제적인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김 대표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으로 확장하고자 하는데 이는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고 반일감정을 고취하려는 의도이다”라며 이와 같은 활동을 이어온 ‘정의기억연대’를 맹렬히 비난했다.

수요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정의기억연대]
수요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정의기억연대]

인권과 평화의 공간역사부정 세력이 혐오 조장

‘정의기억연대’ 관계자는 이런 주장을 두고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이며, 피해자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런 주장을 펼치는 단체가 2020년 5월부터 현재까지 ‘수요시위 중단’을 목적으로 평화로 부근 모든 장소에 집회 신고를 선점하고 소음 방출, 비방과 혐오 발언, 폭력 유발 행위 등을 심각하게 자행한다고 밝혔다.

또 이런 행동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운동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것이라며 역사성이 상실될 것을 우려했다. 나아가 법을 위반하고 있는 쪽은 허위신고를 지속하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며, “위안부는 사기다”라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행위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성취한 역사적 진실이 흔들리고 있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수요시위는 단지 한 단체만의 행사이기보다는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바라는 세계 각기 각층의 시민이 함께 만들어 온 집회로 그간 인식돼 왔다. 이날 집회를 바라본 몇몇 행인은 역사교육, 인권교육의 장이자 평화를 바라는 세계 시민의 공간이 정상화되고 사회적 순기능 속에서 회복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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