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협에 줄폐업, 그 돈으로 성과잔치" 부글부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고유가 국민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고유가 국민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정유사들이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예고하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못하다. 특히 화물 차량 소유주들은 "(정유사들이) 기름 팔아 쉽게 번 돈으로 배를 불리는 동안 생계를 위협받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정치 일각에서는 횡재세 필요성마저 재차 밝히고 있다. 이를 의식 하듯 정유사들은 "수출을 잘한 덕분"이라며 해명하기에 급급하다.

- '고유가 호황 누린 정유사' 실적 대박 자랑...성과급 1000% 지급 정유사도 등장
- 정유사들 "사업 다각화, 수출 증가"해명에도 '씁쓸'...일각선 횡재세 필요성 제기


정유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모든 임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2021년 성과급(기본급의 600%)과 비교해 400%포인트(p)나 늘어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실적에 연동하는 성과급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2조 7770억 원으로, 2021년(8516억 원)보다 226%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가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다른 정유사들 역시 성과급 잔치를 벌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4조 6822억 원을 달성했다. 2021년보다 160%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치(2017년 3조 2344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기존 SK이노베이션의 성과급은 월 기본급의 1000% 수준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조 5656억 원, 4조 309억 원이다. 2021년 대비 각각 104%, 186% 증가해 상당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다. 두 회사 모두 1000% 이상 성과급을 지급한 사례가 있다.

정유사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 건 그만큼 실적이 좋았기 때문. 지난해 정유 4사 영업이익은 15조 557억 원(지난해 3분기 기준)에 달한다.

또한, 정유사의 성공 요인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라 국제 유가가 상승했고,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한 탓도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등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값으로,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 풍족한 성과급 vs 싸늘한 여론, 왜

문제는 정유사 직원들이 풍족한 성과급을 챙겨가는 걸 두고 여론이 싸늘하다.

“기름값이 오르면 서민 부담이 커지는데 정유사들은 쉽게 돈 벌어 성과급 나눠 먹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누리꾼 CY**은 "국민들 기름을 볼모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성과급 잔치"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국민들은 고유가 다들 힘들어했는데 또 장난질이네. 이게 개혁 대상"이라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본지와 만난 화물차주 A씨는 "코로나19로 운송업 시장이 망가졌다면 지난해 유류 값 인상으로 운송시장이 폐업에 이르렀다"며 "주변 동료는 차 운행이 오히려 적자라며 차를 세워두고 한 숨만 푹푹 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이어 "유류세 할증을 몸소 겪던 운송업자 입장에서 정유사의 이번 성과급 지급 소식은 허탈감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직장인 윤 모 씨는 "기름값 폭등 이후 가격이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헤맸고 100원 더 오른다는 소식에 인상 전날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넣었다"며 "고유가 힘듦은 그냥 일반인의 몫이었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물론 이들 기업의 활동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어 규탄의 대상은 아니다. 다만 전쟁 등에서 비롯된 공급망 혼란과 고유가 등을 발판 삼아 역대급 이익을 거둬들였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MZ세댓말로 이익을 '줍줍'하고 있기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에 기업윤리 측면에서 보자면 이익 추구 과정에서 과도한 탐욕이 개입됐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직원 성과급만 나눠줄 게 아니라 사회공헌을 늘리는 등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 "사업 다각화와 수출 증대 탓" 억울함 호소

정치권 일각에서는 횡재세 도입 필요성을 재차 제기한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낸 기업에 추가로 징수하는 초과 이윤세를 의미한다. 지난해 '한국판 횡재세법'을 대표 발의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2일 정유사들의 성과급 잔치를 지적하며 횡재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용 의원은 지난 2일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통해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정유사 임직원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한해 연봉 2~3배 가까이를 연말 상여금으로 챙겼다”고 말했다.

특히 “제가 대표발의한 법인세 개정안으로 횡재세가 도입됐으면 예년보다 월등히 늘어난 정유사와 은행의 이윤, 세법상 초과이득에 대해 실효세율 30% 수준에서 횡재세가 부과됐을 것”이라며 “상여금 수준도 지금보다는 낮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석유와 가스 가격 상승으로 가정용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추가 인상이 예정됐다”며 “올해는 소수의 횡재가 대다수 고통과 소외가 되는 불의와 비효율이 시정되는 해가 되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유사들은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기름값과 실적이 비례하는 구조는 아니다. 실적이 좋은 건 사업 다각화, 수출 증가 영향이 크다”고 해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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