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비위 첩보 수집을 국무총리실이, 이에 대한 조사 검증을 대통령실에 신설되는 공직자 감찰조사팀이 맡도록 고위공직자 감찰을 이원화하기로 했다. 집권 2년 차에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강화하려는 대통령실이 총리실의 비위 첩보를 바탕으로 직접 고위공직자 감찰을 위한 검증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다만 정치권에선 정치적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으며 한덕수 국무총리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산하 고위공직자, 기관장 비위 명목
- 文 정권 인사 솎아내기? 한덕수 총리, “?” ‘불만표출

윤석열 대통령은 민정수석실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취임 후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관련 업무 일부를 법무부와 국무총리실 등으로 이관했다. 대통령실 직원들의 감찰과 조사는 공직기강비서관실, 일반 부처는 총리실이 맡았다.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은 윤 대통령에게 민정수석실을 대체할 조직의 필요성을 거론했으나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파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직사회 기강 해이공직감찰팀 신설 꺼내

이런 와중에 북한 무인기에 대한 군의 대응을 비롯해 전반적인 공직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집권 2년 차를 맞았는데도 부처와 공공기관 고위 관계자들이 새 정부 국정과제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기존 부처 자체 감찰 기능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 명의로 행정안전부가 9만 명에게 발송한 연말 선물 중 외국산 농산물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선물 구입 및 발송을 했던 행정안전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윤석열 정부가 선거가 없는 해인 올해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제를 비롯해 주요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직사회 기강 해이는 윤 대통령에게 치명적이다. ‘여소야대라는 불리한 정치 지형을 안고 있는 가운데 자칫 불필요한 잡음이 계속 불거질 경우 개혁과제 추진 동력에도 손상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대통령실은 공직감찰팀 신설이라는 카드를 꺼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와 군 당국 등 공직사회 기강 (해이가) 매우 심각하다는 인식이라며 집권 2년 차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의미이라고 말했다.

여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산하에 신설되는 공직자 감찰조사팀은 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장 비위 조사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설된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감찰조사팀이 비위 첩보 수집을 맡고, 첩보 수집과 조사 검증을 분리해 객관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감찰 시스템 전반을 정비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공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의 공직복무관리실에는 기존 15팀에 더해 감찰팀 1개팀(일명 6)이 추가로 신설되고 있다.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공무원 중심으로 꾸려지는 6팀은 10명 안팎으로 고위공직자 비위 첩보 수집과 조사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공직기강비서관실 아래에 별도의 감찰조사팀을 꾸려 고위공직자 감찰 기능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대통령실 감찰조사팀은 검찰과 경찰, 국세청에서 파견된 5명 안팎의 인원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인사 솎아내기? 민정수석실 부활 논란도

특히 대통령실 감찰조사팀 인력은 첩보 수집과는 거리를 두고 필요한 검증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옛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첩보 수집과 조사권을 동시에 갖고 있다가 정권 후반기에 권한 남용 및 사찰 논란으로 귀결됐던 전례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 민정수석실 부활 논란에는 선을 긋겠다는 의도다.

여권 내부는 대통령실에 공직자 감찰조사팀을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데 대해 약화됐던 고위직 감찰 기능 강화를 보여주는 본격적인 신호탄이라고 보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직과 정부 공공기관장 등에 대한 감찰은 과거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실에서 이뤄졌다민정수석실 특감반 폐지 뒤 인력 보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찰 기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고위공직자 감찰 시스템 정비로 공직 사회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내부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이 공직자 감찰조사팀을 신설한 배경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감찰 기능 강화는 공직사회의 인사 문제가 심각하다는 대통령실의 인식이 투영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탈원전등 문재인 정부 핵심 공약에 관련된 부처일수록 새 정부 국정과제 이행에 소극적이었다는 내부 평가가 나왔다. 특히 국정 철학을 달리하는 전 정부 출신 인사들이 각 부처에서 여전히 주요 직()을 차지하고 있어 국정과제 이행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인사를 겨냥하기 위해 공직자 감찰조사팀을 신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지난 정권 때 발탁된 인사들이 사퇴를 하지 않고 있다현 정부와 손발을 맞출 인사들이 발탁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 압박용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과거 민정수석실은 새로운 대통령 임기 초반 지난 정부에서 임명됐던 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비위 첩보 수집·감찰 등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기관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현 정부 출신 낙하산 인사가 임명된 전례도 있다.

일각에서는 공직자 감찰조사팀이 직접 비위 조사 검증에 나선다는 점에서 민정수석실의 부활로 연결짓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온 잔재를 청산하겠다며 민정수석실을 없앴는데, 민정 라인의 핵심 기능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능과 맥락이 다르다. 민정수석의 부활로 연결 짓는 건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의 이러한 방침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엇박자를 냈다. 한 총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실의 공직감찰팀 신설 방침과 관련해 용산(대통령실)이 왜 그런 조직 (신설) 결정을 했느냐는 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 예측으로는 민정수석실이 없어졌으니 (감찰 기능을) 늘릴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실, “이원화? 전혀 사실아니냐부인

한 총리는 총리실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대통령실에서 검증·조사를 진행한다는 이원화 방안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우리가 비위를 발견했다고 하면 그걸 우리가 징계 요구를 하는 건데, 그 정보를 줘서 (다른 곳에서)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헌법상 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총괄한다. 이런 총리조차 대통령실의 공직감찰 조직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 모른다고 대답하면서 대통령실-한 총리 간 잡음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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